교양은 사람이 사회의 성숙한 구성원으로 자라게 하는 토대로, 다원화된 현재 시대에 점차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교양은 주로 교육과 철학이라는 측면에서 다루어졌다. 인간의 특성을 숙고해 볼 때 교양에는 분명 종교적 측면이 있으며 신학은 이를 다루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인간의 형상, 인간 존엄성, 인격성, 윤리의 목적 등 신학의 주요 주제는 교양과 역사적·조직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저자 프리드리히 슈바이처는 교양 논의에서 종교가 빠질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교양과 종교의 관계를 파악하는 가운데서 교양을 이해할 때 오히려 교양이 협소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책은 교양이 무엇인지 궁금한 그리스도인, 다원화된 사회에서 신앙과 관용의 균형을 모색하는 그리스도인, 교양과 교육을 종교와 연결지어 성찰하려는 독자들을 위해 쓰여졌다.
저자는 책 속에서 “교양(Bildung)은 종교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한 사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려면 사람들이 교양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보면 된다는 말은 사실인가?…우리가 지향하는 인간은 어떤 모습인가? 우리는 어떤 세상,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우리는 어떤 희망을 그리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교양의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은가? 교양이 우리 시대의 ‘초특급 주제’이자 핵심 문제로 떠오르고 개인의 삶과 사회생활을 위해 중요한 자원으로 간주되는 현실에서도 이런 질문은 오히려 생소하게 들린다”고 했다.
이어 “우리 시대의 종교-세계관의 다양성은 다양한 종교의 대표자로 하여금 자기 종교의 독특한 교양 사상을 발굴하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이로써 그 다양성과 결부된 차이의 경험에 대한 학문적 관심과 연구가 이루어진다. 다종교성은 단순히 교양 사상의 근거를 찾는 맥락에서만 중요한 주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교양의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종교교육학에서는 ‘다문화 상호 배움’이라는 개념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다종교적 상황에 적용시킨 ‘다종교 상호 배움’을 추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교를 가르친다는 것은 각 종교 전통이 지닌 고유한 특성이 제대로 드러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 수업은 객관적 정보 전달에 머무르지 않고 비판적 판단 능력을 포괄하는 독자적 이해를 추구한다. 게다가 각 종교 전통에서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진리를 주장’한다. 그 진리 주장은 물론 객관적 서술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오직 실존적 씨름을 통해서만 포착할 수 있다. 여기서 ‘씨름’이라는 개념은 어떤 신앙의 확신에 대한 인격적 동의만이 아니라 깊은 성찰을 거친 입장 표명과 결단을 의미한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경계가 지워진 세상에서 자기를 잃어버리는 모습은 빌헬름 폰 훔볼트가 말했던 소외의 다른 버전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인간이 교양으로 자기를 빚어 나가기 위해서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밖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적절한 경계가 없다면 필연적으로 자기를 상실하게 된다. 성경적 기독교 전통에서는 창조주 하나님을 마주함으로써 이 전체성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 하나님은 인간을 자신의 형상으로 만드셨다. 이로써 새로운 분명한 경계가 있고 그런 경계를 만드는 전체성을 제시하며 인간적 교양의 가능성을 발현하는 건강한 경계선을 그어 주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