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사도 근로자’ 판결, 교회에 어떤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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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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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8일 긴급포럼 갖고 대책 등 논의

부사역자, ‘근로기준법’ 적용 시대
법적 대책과 부사역자와 동역에 대한 인식 제고해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최된 기윤실의 긴급포럼. ©이상진 기자

지난 8월 31일 대법원에서 교회 전도사도 근로자로 보고 전도사의 임금을 체불한 담임목사에 대한 벌금형이 확정됐다. 5번에 걸친 재판은 이 판결로 마무리됐다.

1심은 ‘교회에 대해 근로기준법이 당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전도사의 업무는 본질적으로 봉사활동이며, 전도사가 교회에서 받은 돈은 은전 성격의 사례비’라며 무죄를 판결했다.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해당 담임목사에게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으며, 전도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봤다. 이는 ‘전도사는 담임목사로부터 직간접적인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았으므로 오로지 본인의 신앙과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영위한 것으로 보기 어려움’과 ‘교회에서 받은 사례금은 전도사로서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례로 인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백종국)은 8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긴급포럼을 개최하고, 이 판례가 ‘교회에 미칠 영향과 대책’을 논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상시 5명 이상 근로 조직, 근로기준법 적용돼
여전히, 부목사는 아직…

이상민 변호사(법무법인 에셀)는 “하급심 판결은 해당 대법원 판결 이전에도 전도사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는 점을 확인하고 있었다”며 “전도사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는 점은 해당 대법원 판결에 의하여 이제 판례가 되었다. 앞으로 교계 부교역자 청빙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번 판례로 인해, 전도사 청빙에 있어서 근로기준법 적용된다면,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며,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이 적용된다(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 제2항). 전도사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었으므로 전도사를 포함하여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교회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전도사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해고 제한, 근로시간, 연장근로수당 등이 문제될 수 있다.

‘부목사의 근로자성’에 대해서는 아직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 변호사는 “전도사와 달리 부목사에 대해서는 이 사건 이전에도 하급심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계속하여 선고되었다. 대법원에서도 부목사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원심판결을 유지하였으므로 앞으로도 이와 같은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교회에 대책’에 대한 제언으로 “대법원은 전도사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는 점을 확인했지만, 한국교회의 제반 여건상 전도사와 관련하여 당장 근로기준법의 모든 규정을 준수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우선적으로는 전도사가 사역을 시작할 때 교회가 표준 근로계약서에 준하는 내용으로 서면 계약을 체결하면(업무 내용, 근로 시간, 근무일, 임금, 연차유급휴가, 사회보험 적용 여부 등을 명시)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교회에서 근로기준법 및 기타 관련법을 제대로 준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법원에서 부목사에 대해서는 근로자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부목사의 경우에도 사역을 시작할 때, 근로 조건 등을 명시한 서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수직적인 관계를 보다 평등한 관계로 바꿀 필요도 있다”며 “기존 판결은 부목사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담임목사로부터 상당한 지휘, 감독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지만, 한국교회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직적인 관계가 부목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례 변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교회 팽배한 4가지 고질적 리더십 유형 분석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는 “이것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기에 앞으로 판례로서 인용될 수 있다. 이러한 법적 사례를 보면서 한국교회가 이렇게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든다”며 “성경의 지침은 물론이고 일반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터진 사건일 것이다. 가장 아름다워야 할 교회와 교역자의 관계가 갑질로 점철되어 왔음이 참으로 아이러니”라고 했다.

신 목사는 이런 문제로 목회자들의 ‘잘못된 리더십’을 꼽으며, ‘유교적 리더십’, ‘군인정신 리더십’, ‘닭 대가리 리더십’, ‘카리스마 리더십’ 등 4가지 유형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유교적 리더십’에 대해 “한국교회 성장기를 함께하였던 목사들은 현재 50대 이상이다. 이들은 척박한 현실에서 교회가 성장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소명을 받아 목사가 되었다. 이들이 살던 시대는 성경적 세계관보다 유교적 기독교인이 더 많은 시대였다. 그래서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장유유서는 당연하다. 몸은 기독교인이지만 생각은 유교적으로 살았다”고 했다.

이어 ‘군인정신 리더십’에 대해 “남북의 분단과 함께 시작된 반공주의는 유교적 반공 기독교인을 만들었다. 대부분의 목사들이 군 생활을 하였다. 군인 리더십의 특징은 안 되면 되게 하는 것이다. 철저한 상명하복으로움직인다. ‘쪼인트 깐다’는 말은 군인의 세계관이다. 이렇게 유교와 군인정신을 가지고 목사가 되었다. 이 사실만 미루어보아도 현재 50-70대 목사들의 세계관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신 목사는 ‘닭 대가리 리더십’에 대해 “소의 꼬리가 되느니 닭 대가리가 되라는 말을 자주 한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일등을 하거나 주인이 되거나 주도자가 되어야 한다”며 “묵묵히 자신의 은사에 따라 섬기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이러한 능력주의와 고지론은 닭 대가리 리더십을 고취시킨다. 남자가 칼을 뺐으면 무라도 베야 한다고 말한다. 벨 것이 없으면 다시 칼집에 넣고 다음을 생각하자는 사람은 실패자 취급을 받는다. 이러한 인식이 동역자의 관계를 서로 갖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이어 ‘카리스마 리더십’에 대해 “하나님의 능력이 함께하는 목사에 대한 인식은 참으로 대단하다. 이전에는 교회 성장만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시대였다. 마치 천재는 개차반으로 살아도 용서된다는 의식이 카리스마를 가진 목사에게도 적용되었다. 그러므로 은사를 가진 목사에게 대들면 저주받는다고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며 “한국교회 성장의 어두운 이면”이라고 꼬집었다.

세대 차이 분명 있어… 동역자 의식 회복하며 극복해야
부사역자 찾기 힘든 현실, 가속화

신동식 목사는 ‘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첫째로, ‘세대 간의 충돌을 감당할 것’을 꼽았다. 그는 “담임교역자와 부교역자의 건강한 동역은 쉽지 않다. 여기에는 현상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세계관의 충돌이 있기 때문”이라며 “순종을 미덕으로 하는 세대와 자기주장을 미덕으로 아는 세대의 충돌, 고난의 시대를 살았던 세대와 경제 민주화 시대를 살고 있는 세대의 충돌, 소명을 위하여 열정페이가 가능한 세대와 소명도 법을 존중하며 감당해야 한다는 세대의 충돌, 정보가 한정되어 있던 세대와 모든 정보가 열려 있는 세대의 충돌, 법을 사용할 줄 모르는 세대와 법을 마음껏 사용하는 세대의 충돌”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 ‘동역자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도사 생활 9년과 강도사, 부목사 생활 7년을 하면서 느낀 점은 담임교역자와의 인격적 교제를 갖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갑을, 상하관계만 확고하지, 목회를 함께 의논하는 관계가 아니다. 철저하게 담임교역자를 돕는 존재로 머물고 있다”며 “함께 성경의 문제를 논하고 나누는 상황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오히려 담임교역자들은 감시자의 위치에서 감독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그리고 부교역자들은 사역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징검다리로 생각한다. 그래서 의견을 말해서 부딪치기보다 순종을 하여서 관계를 좋게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 인격적 관계가 아니기에 좋은 관계는 대부분은 사례비의 규모에 달려 있다. 그리고 개척할 때의 후원이 관계의 핵심이 된다”며 “그래서 많은 목회자들이 묵시적으로 2, 3년 정도면 부교역자를 바꾸려고 한다. 2, 3년 안에 인격적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에서 동역자 의식을 생각하기란 요원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세 번째로 ‘부교역자는 한국교회의 미래’라고 했다. 신 목사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부교역자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역사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앞선 세대는 가고 다음 세대는 온다. 그런데 앞선 세대들이 가끔 오판한다. 자신의 시대가 오래갈 것이라 생각한다”며 “담임교역자와 교회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키우고 있음을 자각하여야 한다. 외국에 선교사를 보내는 일에 열심을 내는 한국교회가 미래를 짊어질 교역자를 키우는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신동식 목사는 ‘건강한 동역을 위한 기본적 제안’으로 “이전 시대에는 부교역자는 하루살이와 같았다. 해고를 당하면 바로 교회를 떠나야 했다”며 “세상은 점점 투명하고 정직해지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도 보이듯이 앞으로 이러한 폭력적 행위는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사회의 기본적 인식의 틀이 교회보다 앞서고 있다. 그러므로 시작부터 정직하게 사역의 논의를 하고 서로가 인정하는 자리에서 사역을 해야 한다”며 “그런 교단이 표준을 만들어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전도사 시절부터 최소한 2대 사회보험(건강보험, 국민연금)을 반납(半納)해주어야 한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열정페이가 불가능한 시대로 관계 속에서 상처가 생길 수는 있지만 도덕적 분노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부교역자는 현재와 미래 한국교회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신학대학 입학생이 줄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함께 이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도덕적 상처를 받고 떠난다면 얼마나 큰 손실인가?”라며 “이들을 바르게 키워내는 것이 현재 교회와 담임목사의 책무다. 사역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교회를 세우는 동역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사역과 함께 목회적, 신학적, 가정목회의 틀에서 정기적으로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은 불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완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사역계약서’ 작성 필요할 듯
힘든 교계 현실 외면할 수 없지만, 최소기준 필요

이재호 목사(위디노무사사무소 대표)는 ‘법의 사각지대인 교회의 노동 현실’에 대해 지적하며 “그간 ‘하나님의 일’을 하며, 일 자체에 대한 대가가 아닌 종교적 봉사와 헌신에 대한 감사 또는 목회자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명목의 금품인 ‘사례비’를 받는다는 이유로 교회의 노동 현장은 법의 적용이 미치지 않는 영역으로 취급되었고, 목회 현장에서도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교회 노동 현장도 더 이상 그간의 대다수 판례가 견지해 온 ‘사회적으로 높은 수준의 정의 관념이’ 당연히 담임 목회자에게 있을 것을 전제하고, 법적인 규율보다 교회 사역자 상호간의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한 자율적 운영에 맡길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린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부교역자와 교회의 상생을 위한 제언’으로 ‘사역계약서’ 작성을 제안했다. 그는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기간, 업무의 장소와 내용, 임금, 근로시간, 휴게, 휴일, 휴가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명시되어야 하는 바, 이와 같은 ‘사역계약서’ 작성 및 체결이 목회 노동 현장에서의 불필요한 갈등을 제거하고, 나아가 일방적 업무 변동, 사역시간 변경, 부당한 해고 등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아가 대부분의 부교역자들의 경우 근로계약기간에 해당하는 사역 기간이 명시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소속 교회에서 사역을 계속할 수 있을지 사역지를 옮겨야 하는지 고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따라서 사역계약서 작성을 통해 사역 기간을 명시적으로 정하였다면 이러한 불필요한 감정 소모와 불안정성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향후 과제’로 “금번 대법원의 전도사의 근로자성 인정 판결과 더불어 향후 목회 현장에서의 노동 사건들의 구제 및 진정 신청이 가속화될 것이라 예상된다”며 “따라서 노동위원회 및 각 지방 고용노동청에서는 금번 대법원 판례와 궤를 같이하는 행정 사무 지침의 개정을 통해 법적 안정성 및 일관적인 법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이어 “특히 4대 보험과 관련하여 근로자로서는 보험료 대비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의 경우 목회자의 고용보험 가입이 사실상 제한 되고 있는 바, 전향적인 내부 업무 지침의 변경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재호 목사는 “물론 노동법 전반의 내용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상 어렵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나, 근로기준법 등에서 4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등에는 적용이 제외되는 규정이 있으며, 노동법의 정한 기준은 ‘최소기준’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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