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혐의가 입증된 정치인의 신성모독성 발언에 교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지난 3일 자신의 처지를 “가시 면류관을 쓰고 채찍을 맞아가며 십자가를 메고 가시밭길을 걷는 것 같다”라고 했는데 부적절한 비유일뿐더러 법원에서 범죄 혐의가 인정된 자가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들먹였다는 것에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황 의원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 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공권력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황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 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6개월 총 3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며 “죄책이 매우 무겁다”라며 했다. 불법 선거의 당사자인 송철호 전 시장에게도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지방자치 선거에서 공권력을 사적으로 동원해 개입한 행위는 민주주의와 법치에 도전한 국기 문란 범죄다. 이런 중대한 사건의 1심 판결이 3년 10개 월만에 나왔다는 것에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만 선고받아도 당선 무효가 된다. 이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범죄 행위가 얼마나 엄격한 잣대 위에 있는지를 말해 준다. 하물며 현직 국회의원이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는 건 중죄가 입증됐다는 뜻이다. 1심 판결이라고 하나 재판부가 적시한 범죄 사실로 볼 때 2,3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극히 희박해 보인다.
문제는 이런 중대범죄를 저지른 정치인들이 국민 앞에서 보이는 태도다. 불법을 저지르고도 당당하게 큰소리치는 게 정치인의 전유물은 아니지 않나. 진정 국민의 대리자라면 겸손하게 고개 숙이는 자세를 보이는 게 마땅하다. 황 의원의 경우만 봐도 자신을 마치 억울한 희생양이나 되는 것처럼 포장했다. 스스로를 “가시 면류관을 쓰고 채찍을 맞아가며 십자가를 메고 가시밭길을 걷는 것 같다”라고 표현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금도를 넘었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관련 논평에서 “황운하 의원이 SNS에서 자신을 예수에 비유하는 파렴치함의 끝을 보여줬다”며 “범죄자가 ‘성인(聖人)’의 희생을 코스프레하다니 그 자체가 신성모독”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십자가를 메고 가시밭길을 걷겠다는 결기가 대단하게 느껴지지만, 살아서 돌아오고 말고는 황 의원 본인이 아니라 법의 심판과 국민의 판단에 달렸다”고 비판했다.
황 의원은 이전에도 자신이 활동하는 국회 내 조직인 ‘처럼회’ 멤버들을 “검찰 개혁의 순교자들”이라고 해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처럼회’는 ‘암컷’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이 된 최강욱 전 의원, 국회 개회 중 코인에 투자한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해 온 김용민 의원,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반대 촉구 결의안에 기권한 민형배 의원 등이 주축이 된 조직이다. 이들 중에 누가 순교자와 조금이라도 닮았는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해당 정치인이 예수를 바로 믿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이라면 최소한 이런 언사를 함부로 내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이 비교의 대상으로 삼거나 함부로 들먹일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자신이 떳떳하다는 걸 항변하고픈 것이겠으나 도리어 치부를 드러내는 역효과가 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일부 정치인이 자신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말할 순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이 예수 그리스도가 되는 건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한없이 불쾌하고 모멸감마저 든다. 누가 자기 부모 이름을 들먹여도 화를 내는 게 인지상정인데 하물며 예배의 대상인 삼위일체 하나님을 함부로 참칭(僭稱)하는 건 참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신성모독은 이슬람 문화권에선 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용납이 안 된다. 하지만 민주국가에서 신을 모독하는 행위나 발언만으로 처벌하는 나라는 없다. 이런 법의 맹점이 정치인들의 잇따른 망언을 키운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건 이런 발언이나 SNS에 쓴 글만으로 처벌되지 않지만, 예배나 종교행사를 방해하면 형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설교, 미사, 법회 등을 방해해도 형법에 저촉된다. 따져 보면 예배의 대상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는 예배를 방해한 행위 못지않다. 예배가 하나님의 거룩성을 드러내는 성도들의 신앙 행위라는 점에서 하나님의 신성을 침범한 건 기독교 공동체 전체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법으로 처벌하는 게 능사일 순 없다. 다만 국민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은 언행을 극히 조심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회기 중 어떤 발언을 해도 면책특권에 의해 보호된다. 하지만 그걸 특권의식으로 여기면 국민을 섬기는 본연의 자리에서 이탈해 지배하고 군림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런 이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4년마다 돌아오는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이다. 국회의원이 회기 중 어떤 법안을 발의했고, 어떤 발언을 했으며, 또 어떤 범죄 혐의로 형사소추의 대상이 됐는가를 유권자인 국민이 모를 리 없다. 1천만 한국교회 성도들이 속으론 부글부글 끓으면서 당장 국회로, 또 해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으로 몰려가지 않는다고 안도할 일이 아니다. 총선이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