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제28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맞아 기후위기로 기상 이변이 발생한 국가에서 기아와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아동이 2천7백만 명에 달하며, 이는 21년도에 비해 135% 증가한 수치라는 분석을 발표했다고 1일(금)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COP28에 참여한 전 세계 정상 중 역사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았던 선진국 정상을 대상으로 기후 위기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주요 글로벌 기후 기금에서 오직 2.4%만이 아동과 관련한 기후위기 대응에 쓰여지는 점을 지적하며 아동을 변화의 중심으로 인정하고 기후위기 적응을 돕는 기금 지원을 요구했다. 또한, 각 정부가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인 섭씨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유엔은 58개 국가의 기아 위기를 분석한 통합 식량 안보 단계 분류(IPC)를 통해 지난해 홍수나 가뭄, 폭염 등 기상 이변으로 전 세계 12개 국가에서 약 5천7백만 명이 긴급 식량 위기를 경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UN 세계 인구 전망을 기반으로 12개 국가의 아동 비율을 산정해 기아를 경험한 아동 수가 2천7백만 명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2022년에 기상 이변으로 인한 식량 위기를 경험한 인구는 지난 5년간 두 배 가까이 증가해 2018년 2천9백만 명에서 2022년 5천7백만 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기상 이변으로 인한 기아 위기가 급증했다. IPC가 발표한 2022년 기상 이변으로 기아를 경험한 국가는 앙골라, 부룬디, 에티오피아, 이라크, 케냐, 마다가스카르, 말라위, 파키스탄, 소말리아, 탄자니아, 우간다, 잠비아 등 12개국이었다.
소말리아는 이미 5번 연속 장마 기간에 비가 내리지 않아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가 지속됐다. 올해는 메마른 땅에 기상 이변으로 폭우가 내리며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고 이로 인한 기아 위기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말리아에서는 지난 몇 주간 이어진 폭우와 홍수로 아동을 포함한 6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식량과 의료서비스에서 단절된 아동과 가족들이 증가했다. 수년간 이어진 가뭄으로 아동 수백만 명이 굶주리고 영양실조를 겪었으나 이번 홍수로 피해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덟 명의 자녀를 둔 사디아(38세, 가명) 씨는 가뭄과 홍수로 인해 기후로 인해 올해 두 차례나 이주했다. 사디아씨는 “우리 가족은 가뭄 때문에 피난을 떠났는데 이제는 홍수로 다시 떠나야 할 처지다. 가뭄이 오기 전에는 농사를 짓고 목축하며 좋은 삶을 살았다. 충분한 농작물을 수확하고 가축에게 우유를 얻을 수 있었다. 가뭄 때문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사디아 씨는 실향민 캠프에서 과일과 잡화를 팔면서 생계를 유지했으나 최근 홍수로 이마저 어렵게 됐다. 그는 “최근 폭우가 내린 뒤 홍수가 나면서 모든 것이 악화됐다. 시장에 홍수가 나서 우리 가게도 물에 잠겼습니다. 돈을 벌지 못하면 아이들을 먹이기 어렵다”라며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파키스탄도 지난해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며 기상 이변이 빈곤을 불러온 국가 중 하나이다. 파키스탄 인구 3천3백만 명이 홍수 피해를 보았고 이 중 아동이 절반에 달한다. 재난 후 일 년이 지났으나 홍수 피해 아동 중 2백만 명이 급성 영양실조에 걸렸고, 60만 명이 치명적인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
홍수 피해가 가장 심했던 신드 주에서 근무하는 세이브더칠드런 파키스탄 보건의료팀 의사 무함마드 하니프 씨는 "살면서 이토록 심각한 상황은 본 적이 없다. 의사인 내게 의약품은 무기와 같다. 생명을 치료하고 구하기 위해 우리가 의존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수를 경험하며 무기 없이 전장에 내보내진 군인과 같은 심정이었다. 아이들과 임산부를 구할 수 있는 약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굶주림으로 인한 질병에 걸린 아동 1천 명과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질병에 걸린 환자 3만 명을 치료했다”며 심각성을 전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기후위기에 취약한 아시아 국가에서 약 80억 규모의 기후위기 대응 사업을 추진한다. 방글라데시는 지리적 위치와 지형으로 기후 재난에 취약한 국가로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토양과 수원의 염도가 높아지는 염수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년간 18억 원 규모로 탄소저감형 식수시설을 지원해 방글라데시 사트키라 지역 주민이 안전한 식수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수자원을 보호하고 관리해 기후변화 적응을 돕는다. 토양 침식 문제가 심각한 베트남 최남단에 위치한 남칸 지구 및 네팔 카날리 주에서는 3년간 15억 5천만 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 산림을 복원해 토양 유실을 완화하고 지역 주민들의 생계 수단을 확보하는 등 기후 회복력을 강화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정한 기후변화 대응 중점 지역인 서자바섬 반둥지구에서는 3년간 18억 3천만 원 규모의 지역주민주도형 기후변화 적응 사업을 추진한다. 한국의 정지 기상위성인 천리안 위성을 활용해 지역 맞춤형 기상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후 재난에 대비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현대자동차와 함께 3년간 16억 원 규모의 플라스틱 환경 오염 캠페인 사업을 진행, 자카르타 교육청, 여성가족부, 환경산림청 등 현지 정부와 협업해 지역사회 내 아동 주도의 환경 캠페인을 진행한다. 현재까지 아동 8천 5백 명이 환경 캠페인에 참여했으며 1.2톤 규모의 플라스틱 병 6만 2천여 개를 수거해 탄소발자국 4천 318kg을 감축한 바 있다.
그 외에도 베트남에서는 9억 규모로 기후변화센터를 구축하고 주민 참여형 나무 식재 및 수목 관리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며, 인도네시아에서는 2024년부터 3억 원 규모로 홍수 방지를 위한 지역주민 역량강화와 인프라 보강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사업부문 이재광 팀장은 “세이브더칠드런의 기후위기 대응 사업은 지역사회의 아동과 가족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향상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기후 재난에 취약한 지역일수록 회복탄력성을 높여 식수, 거주지, 생계 활동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 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할수록 책임이 가장 적은 아이들이 큰 피해를 본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개발협력 분야에서 쌓아온 사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후위기 속에서도 아동을 지켜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