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등법’ 발의자 강사로 세운 기독교사학

오피니언·칼럼
사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한동대 강연 논란이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학 커뮤티케이션학부가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컴온 위크’ 기간 중 첫날 ‘오프팅 강연’ 강사로 고 의원을 초청한 데 대해 총학생회가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하자 이어 교수협 임원단이 총학의 입장을 반박하고 다시 최도성 총장이 진화에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회의원 등 이름이 알려진 저명인사가 대학에 특강 강사로 섭외되는 일은 흔하다. 고 의원의 경우 KBS 아나운서 출신이란 점에서 한동대 커뮤니케이션학부가 그를 초청한 배경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점이 있다. 문제는 고 의원이 기독교계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 발의자라는 점이다. 기독교 이념에 따라 세워진 한동대에서 하필 ‘평등법’ 발의자를 연사로 세운 것이 과연 적절했나 하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총학생회가 낸 입장문을 보면 이런 부분이 명확하다. 총학생회는 “지난 2021년, 해당 강의자(고 의원)는 평등법을 공동 발의했다. 평등법은 동성애를 공식적으로 허용할 뿐만 아니라, ‘평등’이라는 허울 아래 성경의 진리를 선포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반(反)기독교적인 법안이자,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이라고 했다.

한동대 총학생회가 고 의원의 ‘평등법’ 발의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건학이념과 관련이 있다. 한동대는 기독교적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법인 정관 제1조에 “대한민국의 교육 이념과 기독교 복음주의 신앙을 토대로 국가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기독교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함”으로 적시돼 있다. 하나님을 경외하며 성경의 권위 위에 세워진 한동대에서 “동성애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반(反)성경적 교육 이념을 강제하는 법안을 발의한 고 의원을 초청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것이 대학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란 게 총학생회의 지적이다.

총학생회 차원의 입장표명으로 그칠 수 있었던 문제가 커지게 된 건 지난 20일 한동대 교수협의회 임원단이 발표한 호소문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교수협은 “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을 특강 강사로 초청한 것은 아나운서, 청와대 대변인과 국회의원을 지낸 그의 소통 경험과 노하우를 들으려 한 것”이라며 “그가 어떤 법안을 발의했는지는 강사 선택에 고려되지 않았고, 고려돼야 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교수협 임원단의 호소문은 대학이 다양한 견해와 지식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라는 걸 강조한 듯하다. 그런 관점에서 강사 섭외 기준이 초청한 학부의 고유 권한이란 걸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논란을 더 확산시키게 된 것이 바로 이런 점을 간과한 데 있지 않나 싶다.

교수협은 호소문에서 고 의원의 아나운서, 청와대 대변인, 국회의원을 지낸 소통 경험과 노하우를 듣는 게 그를 강사로 초청한 목적이라고 했다. 만약 그렇다면 청와대 대변인 시절의 그의 언행과 현 국회의원으로서의 입법 활동 등 그가 쌓은 정치인의 이력에서 이런 문제들은 어떻게 구분하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고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 성범죄 당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를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존경한다던 ‘통혁당’ 사건 주범 신영복 묘소에 가서는 “부끄럽지 않은 제자 되겠다”고 스스럼 없이 밝히기도 했다.

고 의원이 같은 당 박주민 의원 등과 함께 발의한 ‘평등법’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못지않게 젠더 이념의 폐해가 가득한 법안이다. 동성 동거 커플에게 부부와 같은 법적 지위를 주자는 ‘생활동반자법안’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런 정치인을 특강 강사로 세우는 게 문제가 안 된다면 한동대가 굳이 기독교 건학이념을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반동성애단체들이 한동대 교수협의 호소문에 충격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동연과 자유인권행동은 “‘그가 어떤 법안을 발의했는지는 강사 선택에 고려되지 않았고, 고려돼야 할 이유도 없다’고 강변한 건 경악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번지자 최도성 총장이 진화에 나섰다. 최 총장은 21일 한동대 인트라넷에 올린 글에서 “대학에서의 학술 활동의 자유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사립대학 특히 기독교대학에서는 건학 이념에 부합하는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며 “그리고 이 기준은 일회적인 외부 초청 특강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 총장의 이런 입장 표명은 고 의원 강연이 기독교 건학이념을 가진 한동대에 적절치 않았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총장이 진화에 나섰음에도 학내 진통은 쉬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한동대는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이슈로 진통을 겪은 적이 있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은 건 과거에 한동대에 드리워졌던 그림자의 연장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고 의원과 같은 이를 강사로 초청한 게 고의적이냐 무지에서 비롯된 문제냐로 논점이 흐려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근본 문제는 총학생회가 입장문에서 밝혔듯이 이 대학 이사장인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한 것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에서 드러난 ‘젠더’는 기독교 복음과 공존이 불가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