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상담학회(회장 안경승)가 최근 서울 서초구 소재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 사랑아트채플에서 ‘기독교상담과 이상심리’라는 주제로 제41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강윤형 박사(닥터스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하재성 교수(고려신학대학원 목회상담학)가 각각의 주제로 발제했다.
◇ 조현병에 대한 치료
먼저, ‘조현병에 대한 정신의학적 이해’라는 주제로 발제한 강윤형 박사는 “조현병(調絃病)은 조현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으로 뇌의 신경구조의 이상으로 마치 현악기가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것처럼 혼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고 했다.
이어 조현병의 증상과 사례, 원인, 치료법 그리고 부작용에 대해 설명했다. 강 박사는 “약을 복용하느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다. 약을 복용하면서 생활을 정상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증상이 있을 때만 약을 복용할 경우 재발의 위험이 높다. 대부분의 환자는 약물치료를 하지 않으면 재발한다”고 했다.
끝으로 ‘조현병은 치료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먼저, 의학적 치료는 완치의 개념과 관리의 개념으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며 “의학적 질병의 대부분은 관리의 개념으로 치료해야 한다. 조현병도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사회재활치료를 병행해야 하며, 그와 동시에 지역사회 주민들의 정신병에 대한 편견을 없애 나가는 일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 참된 인간성과 인권 찾기 위해 하나님 형상의 회복 필요
이어 두 번째로 ‘하나님 형상의 빛에서 본 조현병: 바빙크의 하나님 형상 이해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승구 교수는 “인간이 무엇인가라고 물을 때 성경을 믿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은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답하는 것”이라며 “헤르만 바빙크도 ‘인간의 본질은 그가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사실에 있다’는 말로 인간의 본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이 세상에서 인간만이 하나님의 형상이다.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이기에 인권이 있고 인간의 모든 특성을 말할 수 있다”며 “하나님의 형상을 제거하는 것은 인권을 제거하는 것이며, 인간으로서의 모든 특성들을 다 제거하는 것이다. 참된 인간성과 인권을 찾기 위해서는 하나님 형상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개혁파적 하나님 형상 이해를 아주 심각한 정신적 문제의 하나인 조현병(調絃病, schizophrenia) 문제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며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극도의 긴장성 행동, 무의욕증과 같은 음성증상 중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등과 함께 다른 문제를 1개월 이상 드러낼 때를 조현병이라고 진단한다”고 했다.
이어 “조현병은 타락한 인간들이 드러내는 이상 심리 현상, 좀 더 강하게 말하면 정신적 문제들 가운데 하나”라며 “믿지 않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형상이 왜곡되어 있으니 다양한 문제가 있는 중에 심리적 문제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중에 하나가 조현병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타락하여 일그러진 하나님의 형상이 표현되는 것의 한 증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리스도의 구속을 받아들인 신앙인들에게는 이런 심리적 문제가 왜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며 “원칙상 회복된 존재들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심지어 조현병을 비롯해서 조울증이나 우울증 등 다양한 이상 심리현상이 구속 받은 사람들에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안에 계신 성령님께 의존하면서 그리스도의 온전한 구속에 근거하여 우리의 문제를 극복하려고 노력해 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리스도의 구속에 근거해서 성령님에게 의존함으로 이루어지는 치료 과정을 주께서 붙들어 주시고, 개인적으로 성령님을 의존해서 이렇게 투쟁해 가는 것을 주께서 의미 있게 사용해 주시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 기독교 상담의 핵심요소, 병든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
마지막 세 번째로 ‘조현증과 동행하는 영적 서사’라는 주제로 발제한 하재성 교수는 “조현병은 초문화적으로 인구의 1% 유병률을 보이는 병으로서 흔한 병이면서 또한 망상, 환각, 지리멸렬한 언어, 정서적 둔마 등으로 삶의 큰 상실과 고통을 안겨다 주는 심각한 정신장애”라며 “남성은 10대 후반에서부터 20대 초반까지, 여성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인생의 비교적 이른 시기에 감추어있던 유전적 요소들이 갑작스럽게 발현할 수 있는 것이어서 환자 자신만 아니라 가족들의 상실감은 갑작스럽고 크다”고 했다.
특히 “조현병 환자들을 위해 널리 알려진 지지적 상담(Supportive Therapy)과 인지행동치료(CBT)는 모든 상담자들이 익혀야 할 기본 훈련”이라며 “거기에 덧붙여 성경적 인간관을 가진 기독교 상담자는 상담의 원저자가 되시는 성령님의 동행하심을 본받아 환자를 사랑과 위로, 오래 참음과 온유함의 실천적 덕목으로 공감함으로써 일반 상담자들의 한계를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우리 사랑의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하신 가장 고통스런 상실과 유기와 죽음의 죄 없는 고통을 조명함으로써 환자 자신의 상실과 고통을 닮은 또 다른 자아(alter ego)가 있음을 발견하고, 믿음으로 상실의 현실을 대면하고 승화의 목표를 위하여 지속적인 상담을 결심하기까지 기독교 상담자의 노력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병든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의 관점은 기독교 상담이 다른 치료나 상담과 구별되는 핵심 요소이며 기독교의 영적 자원이 주는 소망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 자신의 치료 여정에 특별한 의미를 준다”며 “기독교 상담자가 돕고자 하는 조현증 환자의 영적 정체성은 비록 그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걸을지라도 함께 동행 하시며 어떤 경우에도, 또 그 누구도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영혼을 보호하시는 목자이신 하나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마치 나병환자의 몸의 지체들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듯 자신으로부터 조금씩 떨어져 가는 인격 기능들에 대한 상실감을 겪는 환자에게는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구원의 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조현병은 상실의 병이다. 모든 상실을 경험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상실 앞에 이유 없이 주어진 자신의 상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성령님의 역사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 성장의 목표”라며 “상담은 사명이며 부르심이다. 성령님이 보혜사 곧 ‘곁으로 부르심을 입은’ parakleitos이듯 상담은 한 명의 환자 곁으로 부르심을 받아 포기하거나 떠나지 않아야 하는 사명을 가졌다”고 했다.
아울러 “극단의 상실 가운데 최악의 상실을 겪으신 그리스도의 서사 안에서 함께 상실을 나누며, 넘어진 자를 다시 일으키시는 하나님, 영원한 천국에서의 회복을 소망하게 하는 것이 기독교 상담자의 궁극적인 사명”이라고 했다.
한편, 학술대회는 이후 패널토의, 이은정 센터장(피스메이커에즈라상담센터)과 송경화 교수(월드미션)의 사례발표 순서로 모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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