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강문호 목사, 후보사퇴 아닌 선거운동을 내려놓으며

교단/단체
편집부 기자
장수는 전쟁터에서 죽어야 하는 데

기호 2번 강 문호 목사가 주님의 이름으로 인사드립니다.

장수는 전쟁터에서 죽어야 한다는 말을 '넷 향기'에서 하였습니다. 소방관은 불끄다 죽어야 하고, 기자는 사진찍다 죽어야 하고, 어부는 고기잡다가 죽어야 하고, 군인은 전투하다가 죽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누가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러면 목사는 어디에서 죽어야 하나요?" 그 밑에 한 사람이 또 댓글을 추가하였습니다. "목사는 목회 현장에서 죽어야 하는데 그런 목사가 많지 않습니다."

후보는 선거터에서 죽어야 하는데 이렇게 내려놓게 됨을 아프게 생각하며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선거에서는 부담금이 문제가 되어 후보 자리를 잃었습니다. 이번에는 스스로 선거까지 선거 운동을 내려 놓으려 합니다.

"감독회장 자리는 제 자리가 아닌가 봅니다."

선거 운동을 중단하게 된 동기

내가 선거운동을 내려 놓게 된 동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선거 시작은 좋았습니다. 출발은 쾌조였습니다. 새 들이 날라가면서 2자를 그렸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길조라고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내 설교를 들은 장로님들이 80%였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자체 조사를 하여 보았습니다. 우리 교회 성막 쎄미나에 참석하여 같이 지낸 목사님들이 25%였습니다. 그 분들이 다 표는 아니지만 선거운동이 쉬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제 표가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1. 부담금.

부담금은 정말 내게는 부담스러웠습니다. 2007년 당시 21억 교회를 팔고 300억 교회로 이주한다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지하 2층 지상 12층 장로교 머릿돌 교회가 부도 났습니다. 큰 건물을 짓느라고 장로교 목사님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췌장암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 건물이 월요일이면 인터넷 방송국으로 넘어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 건물을 구입하고 싶었습니다. 본당 1300석도 마음에 들었지만 150명 들어가는 숙소 17실, 쎄미나실, 뚝섬 유원지 정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울 교회중에 경치가 좋은 교회에 속할 것입니다. 부도난 건물에서 50 트럭 쓰레*기를 버렸습니다.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전하니 3분1 정도 교인이 떨어졌습니다. 빚은 70억이었습니다. 이자는 한달 4천만원이었습니다. 교회가 존폐위기였습니다. 부담금 납부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 부담금이 계속 나를 물고 다녔습니다. 엄청난 부담금 공격을 받았습니다. 되도 안 된다는 악소문은 나의 표를 쫓아 버리는 태풍이었습니다. 나의 아킬레스건을 다른 후보들은 끊임없이 물고 늘어졌습니다. 표가 모아지지 않는 첫 원인이었습니다.

2. 돈.

선거에서 돈은 전쟁에서 실탄이라고 합니다. 돈을 종이처럼 쓰는 타 후보와 종이를 돈처럼 쓰는 나와는 차별화되었습니다. 돈을 퍼붓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나는 교회 이전할 때 사유재산을 다 정리하니까 13억원이었습니다. 고스란히 다 드리고 교회 8층 한칸 방에서 아내와 둘이 살고 있습니다. 선택된 가난은 가난이 아니라고 자부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청빈을 마음에 두고 살아 왔습니다.

"하나님! 나는 선거 자금을 하나님께 드렸으니 하나님이 책임져 주세요." 이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응답은 달랐습니다.

"너 선거자금 다 드렸으니 당선시켜 줄게."

이것이 아니었습니다.

"빠져라."

이것이 응답이었습니다.

나는 식사 후 돈 봉투를 주지 않았습니다. 우리 교회 장로 회장과 먼 곳에 선거운동을 하러 갔습니다. 장로님들은 장로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나는 목사님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식사후 돈 봉투를 주지 못하여 미안하다고 하면서 깨끗한 선거를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장로님도 장로님들에게 그렇게 말하니까 모두가 깨끗하다고 좋아 한다고 이렇게 하자고 자부심을 가지고 신나게 말했습니다. 조금 후 전화가 왔습니다.

"돈 없으면 나오지 말지요."

그 말을 듣고 우리 장로님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돈없으면 표없는 것이 감리교 현실입니다. 청빈을 외치고 다닌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소위 선거 조직을 이끌고 있는 분과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밀어주는 조건을 이야기하기에 거절하고 나왔습니다. 같이 엘리베이터 타기 싫어서 먼저 가시라고 권하였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습니다.

"목사님은 목회는 잘 하지만 선거에는 바보요."

선거에서 선거법을 지키는 것은 낙선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돈없으면 사람이 붙지 않고 표가 오지 않습니다.

나도 그 물결을 타고 싶은 유혹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억지로라도 무리하여서라도 하려고 하면 할 수 있지만 싫었습니다. 이것이 표가 모아지지 않는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3. 영성

세 번째 이유는 영성입니다. 부흥회, 쎄미나, 저술로 단련된 저의 영성은 선거 영성과 달랐습니다. 조율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조금은 선거 체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힘들었습니다. 다음 선거에 임한다면 부담금 문제는 사라질 것입니다. 돈도 쓰지 않고 선거에 임할 것입니다. 영성도 어느 정도 적응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힘들었습니다. 이것이 선거운동을 내려놓게 하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전국을 몇 번 돌았습니다. 장사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 것이고, 선거는 자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 것이라는 탈무드 말이 늘 나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돈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너무나 많았습니다.

질 것이 뻔 하기에 미리 내려 놓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식의 선거판이 싫었습니다. 마치 패거리의 행진같은 이색적 세계가 싫증났습니다. 내가 이기려고 너를 짓밟아야 하는 비성경적인 세상이 별천지 같았습니다. 돈 달라는 아우성은 지옥에서 들려 오는 괴성같이 소름을 끼치게 하였습니다. 어디 가서 앉으면 내 사람, 아닌 사람으로 구별되는 내 병든 눈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는 소리가 밤잠을 설치게 하였습니다. 식사하고 돈봉투는 나누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이 그렇게 부자연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선거운동하여 줄 테니까 일당을 달라고 하는 이들이 우스웠습니다. 선거 조직을 만들었으니 조직 관리비가 필요하다고 흥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더 아팠습니다.

"내가 내려놓자."

이렇게 내려 놓음을 결정하고 나니 주마등과 같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 기도자

감독회장은 할 사람이 많지만 성막 강의할 사람은 없다고 하면서 감독회장에서 떨어지라고 기도하는 목사님이 계십니다. 그 분 얼굴이 가장 먼저 떠 올랐습니다.

2. 선거 참모들

불철주야 나를 사랑하였던 이들 얼굴이 결단을 가장 방해하였습니다. 이해하기 보다 오해할 것을 생각하니 아팠습니다. 이런 참모들에게 나는 평생 빚진 자로 살아야 합니다.

3. 지자자들

거의 2천표까지 집계되었습니다. 물론 허수도 있을 것입니다. 늘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지지자들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제가 내려 놓았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이도 있습니다. 입만 열면 강 문호 이야기를 하며 다닌 이들에게 머리 숙여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4. 갈보리 성도들

장로님들을 비롯한 온 교우들의 사랑과 관심과 물심 양면의 헌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감리교를 향한 피묻은 소리

선거 중심의 감리교가 감리교를 골병들게 만들었습니다. 이미 중병입니다. 무슨 병인지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병입니다.

연회마다 선거 라인이 최소 4개 이상있습니다. 지금까지 감독 선거로 목사 양편, 장로 양편 최소 4그룹 이상입니다. 감독회장 선거는 이 조직을 누가 연결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정책도 인물도 주관도 없습니다. 돈을 주어야 하고 돈을 받아야 합니다. 소위 지방 보스는 돈을 받아 선거운동을 하면서 자기 조직을 튼튼하게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조직을 따르지 않으면 동지가 아닙니다. 선거가 시작되면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수 천만에서 억대의 돈이 오고 가야 합니다. 흥정 실패는 선거 실패입니다. 서로의 요구가 맞아 떨어지는 선이 계약 체결입니다.

11개 연회입니다. 후보는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빼앗기는 심정이고, 다른 편은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뜯는 모습니다. 4명 후보면 이 돈이 거의 100억 가까울 것입니다. 땅을 치고 하늘을 향하여 소리질러야 하는 감리교 현실입니다.

선거 관리 위원회에서는 다 압니다. 그러나 침묵입니다. 너희들끼리 알아서 싸우라는 것입니다. 감독회장도 속수 무책입니다. 듣고만 있습니다. 책임자들 가슴에 책임이 없습니다. 안 된다고 말하면서 안 되게 조치하지 않습니다. 물론 소수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지금까지도 누가 후보인지도 모르는 유권자가 있습니다.

밥먹는 분들!

싼 것 먹자고 하여야 합니다. 1만원 이상 음식 먹은 유권자들 모두에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후보가 전국을 돌면서 밥을 사니 우리라도 싼 것 먹자고 하는 이를 만나지 못 하였습니다.

돈 주는 후보들!

봉투는 주지 말아야 합니다. 선거법이기 때문입니다. 양심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사회에서도 돈은 주지 않고 있습니다. 다 안 주면 다 그렇게 됩니다.

제가 내려놓습니다.

가까이에서 세 후보를 보았습니다. 동시대의 분들이기에 다 잘 압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훌륭하게 감독회장의 직무를 하실 분들입니다. 어느 분이 될 것인지 저만의 방법으로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정확하게 알려 주셨습니다. 그 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고비고비를 건너 왔는 데 선거 후가 더 문제입니다. 문제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기 위한 예방 주사가 필요합니다. 선거하면서 생긴 아름다운 이야기, 아픈 사연, 놀랄 사건, 못된 사람 언어 모두 모았더니 300 페이지 정도 됩니다.

후에 차례로 알리며 감리교회가 바로 가는 데 방향타가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서울 연회 장로님들 200여분들이 엊그제 제게 자리를 마련하여 주셨습니다. 선거 운동을 내려놓음을 선포하는 자리였습니다. 결코 사퇴는 아님을 알려 드렸습니다. 마침 내 생일이었습니다. 생일 축하 케익을 준비하고 모두 해피 벌스데이 투유를 불러 주었습니다. 아내와 케익을 자르면서 내 가슴을 갈랐습니다.

선거로 잃었던 주님의 형상을 다시 열린 가슴에 모셨습니다. 모두를 사랑합니다. 감리교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과정이 힘들기에 결과가 소중할 것입니다. 정상화의 기회는 복권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장수는 전쟁터에서 죽어야 합니다. 후보는 선거판에서 죽어야 하는 데 선교 현장에서 죽겠습니다. 감리교의 앞길에 하나님의 은총을 기대합니다.

샬롬

바보 강 문호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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