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리에서 사라진 크리스마스 캐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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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탄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맘때쯤 거리에서 울려 퍼지던 크리스마스 캐럴이 언제부턴가 사라져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음을 피부적으로 실감하지 못한다는 이들이 많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거리에서 사라지게 된 건 소음 규제 영향도 있지만 아무래도 저작권료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큰 원인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에 붙는 저작권료가 일반에 부담이 되게 된 건 2018년 7월, 저작권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부터다. 기존의 백화점, 쇼핑센터, 대형마트 등 규모가 큰 업장들은 이전부터 저작권료를 내 왔지만 이때부터 50㎡(약15평)이상의 커피 전문점이나 대형 헬스클럽 등에 저작권료가 부과된 게 결정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음식점, 의류 및 화장품 판매점, 전통시장 등은 처음부터 저작권료 납부 대상이 아니다. 소규모 커피전문점이나 체력단련장도 저작권료 대상에서 면제된다. 그런데 많은 상인들이 음악을 틀면 무조건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줄 잘못 알고 있다. 그런 잘못된 상식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거리에서 캐럴을 들을 수 없게 된 원인이 아닐까 싶다.

저작권 면제 대상 뿐 아니라 저작권료 부과 대상인 업장이라도 캐럴을 자유롭게 틀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거리에서 캐럴이 실종되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자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캐럴의 활성화를 위해 저작권 걱정 없는 캐럴 14곡에 대해 무료 배포에 나선 것인데 캐럴 음원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유마당' 홈페이지에서 자유롭게 내려 받을 수 있다.

저작권법이 2013년에 개정되면서 음악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저작자 사후 70년’까지 보존된다. 그러나 캐럴의 경우 근래에 만들어진 곡 외에 우리가 잘 아는 ‘고요한밤, 거룩한 밤’‘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찬송가에 수록된 곡들은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는다. 수백 년 전에 작곡된 것들이라 어느 곳에서든 마음대로 가져다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저작권이 만료된 곡들이라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원곡 자체의 저작권은 만료되었지만, 연주자나 편곡자의 권리는 ‘저작인접권’이란 이름으로 70년간 보호된다. 따라서 인터넷에 올라온 곡들을 사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사실 캐럴이 거리에서 사라진 원인이 꼭 저작권 문제와 소음 규제에 국한한 건 아니다. 한 때 한국교회는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캐럴에 대해 상업적인 크리스마스 문화의 폐단으로 여기는 부정적인 정서가 팽배했다.

성탄절의 본 뜻과는 다르게 흥청망청 마시고 노는 세속 문화를 경계하는 건 마땅하다. 하지만 거리 상점에서 그런 분위기를 한껏 돋우기 위해 트는 캐럴 성 대중음악들을 세속문화로 간주해 캐럴과 엄격히 구분하다 보니 결국 대중으로부터 캐럴이 멀어지게 됐다는 지적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주님의 오심을 축하하는 전 세계 크리스천들 뿐 아니라 온 인류의 희망이요 평화의 메시지이다. 그런 점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교회 안에서만 울려나오는 건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스스로 반감시키는 것일 수 있다. 올 크리스마스 시즌에 캐럴이 교회 뿐 아니라 온 거리에서 울려 퍼지게 하는 일에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앞장 서야 할 이유라고 본다.

크리스마스 문화 중에 성탄트리는 대중 친화적으로 뿌리내린 풍습이다. 성탄트리의 유래는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1605년 독일에서 성탄시기에 나무를 장식했다는 기록이 있다. 에덴동산의 생명나무와 예수님이 매달리신 십자가를 상징해 영원한 생명을 뜻하는 전나무, 상록수를 사용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도심 곳곳에 세워지는 대형 성탄트리 못지않게 각 가정마다 작은 성탄트리를 장식하는 문화가 어느덧 우리 사회에도 자리 잡았다. 각 가정에서 꾸미는 성탄트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보다 크리스마스 전야에 자녀에게 선물을 배달하는 산타클로스에 초점에 맞춘 왜곡된 문화라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이 역시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문화에서 파생했다는 점에서 무조건 배척할 건 아니라고 본다.

도심의 교회들이 성탄절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성탄목 장식에 들어간 것도 이런 크리스마스 문화를 세상에 자연스럽게 접목하는 의미가 있다. 연합기관과 교단, 기독교기관들이 모여 있는 종로5가 일대 가로수마다 형형색색 털실로 짠 털옷을 덧입히는 ‘트리 니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문화법인이 상업적인 성탄문화가 가득한 세상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감사와 기쁨으로 맞이하기 위해 연동교회와 함께 시작했다고 하는데 거리 분위기를 밝고 훈훈하게 해 준다는 평가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성탄트리, 성탄목 장식 등은 아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의 참된 의미를 교회 담장을 넘어 온 세상에 알리는 중요한 매개 수단이다. 한국교회가 이런 뜻과 의미를 세상에 알리고 나누는 일에 마음 문을 좀 더 활짝 여는 성탄절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