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문화)가 20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가족적 기독교: 우려와 희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결혼과 함께 종교를 바꾸는 일은 한국에서는 흔하다. 종교 배경이 다른 남녀가 결혼한 뒤에 가족의 화목을 위해 상대방의 종교로 바꾸는 현상을 종종 본다”며 “이처럼 가족의 화목과 일치를 위한 개종이 빈번하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에서 한국인들에게는 종교보다 가족이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종교를 바꾼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선택이다. 그런데 한국인에게서 결혼과 함께 개종을 하거나, 혹은 부모의 영향으로 인해 종교를 갖게 된다는 것은 가족이 더 큰 종교로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한국인의 가족주의는 기독교 신앙을 세우고 전하는 데 있어서 우려와 가능성을 모두 안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기독교의 특징 중 하나가 가족 종교”라며 “그리고 가족 종교 현상은 계속 심화하고 있다. 가족 종교란 신앙이 가족 외의 다른 이들에게 전파되지 못하고 자기 가족 안에서만 재생산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혈연 가족이 가족의 전부는 아니지만 사회의 가족적 연대를 위한 기초가 된다. 끈끈한 관계가 약해지고 느슨한 관계가 대세라고 하지만 인간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의 경험은 기본적인 생명력”이라며 “혈연 가족의 해체와 위기는 사회 전체의 정서적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가족주의적인 한국 사회가 가족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그로 인해 취약한 소속감과 연대의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교회의 선교적 역할을 다시 일깨워 준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가족주의는 종교를 선택할 때 영향을 준다. 가족 간 종교가 다를 경우에는 더욱 신앙이 절실한 가족에게로 끌릴 수 있다”며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확고한 복음적 신앙과 선교적 헌신이 필요하다. 믿지 않는 이에게 구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을 토대로 하나님 나라의 세계관을 믿고 살아가는 가족이 있다면 이는 비록 낯설지라도 신선한 도전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믿는 가족이 혼자만의 신앙에 그치지 않고,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 대하여 섬김과 관심의 삶을 보여 주고 그들의 질문에 대답을 준다면 그것은 그들의 영혼에 심오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족의 해체와 위기가 현실이 되는 이 시대에 교회는 인간 공동체의 기본인 가족을 섬겨야 한다. 성경은 혈연 가족주의나 가족 이기주의를 넘어서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로운 가족을 지향하지만, 그렇다고 육신의 가정을 소홀히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며 “바울은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딤전 5:8)라고 경고한다”고 했다.
이어 “생물학적 가족은 아무리 중요해도 그 자체가 하나님 백성 가족인 교회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 그것은 유한한 세상에서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라며 “그리고 우리는 영원한 하나님의 가족을 사모하며 그 나라를 알리고 넓히는 소명을 안고 있다. 기독교 가정의 건강성은 자기 혈육의 안정적이고 윤택한 삶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이들을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가족으로 품기 위한 사명과 능력을 양성하는 데 있다”고 했다.
또한 “기독교 가정은 가족 구성원 각자가 자신이 있는 곳에서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부여하신 선교적 사명에 응답하도록 지원하고 협력하는 곳”이라며 “화목한 가족만으로는 가족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부응하지 못한다. 기독교 가정은 상호 섬김과 환대를 가족 내에서부터 가족 외의 이들에게로 확대하도록 부름 받았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독교 신앙을 갖는 데 있어서 가족적 요인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다”며 “기독교가 가족 종교화되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가족을 섬기는 사역뿐 아니라, 가족에게 선교적 삶의 가치를 알리고 경험하게 한다면 한국의 가족 문화는 기독교 신앙을 지속시키는 토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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