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세계 어린이의 날(11월 20일)을 맞아 전 세계 아동의 빈곤 문제에 경각심을 촉구했다고 최근 밝혔다. 더불어 영국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식량안보 정상회의에 모인 각국 정상에 급성 식량 및 영양 위기에 대응하고 근본 원인을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올해 1분에 약 33명의 신생아가 기아 상태로 태어나며, 적어도 1천760만 명의 신생아가 굶주림이 만연한 환경에서 태어난다고 예측했다. 이 수치는 2013년에 발표된 1천440만 명보다 22% 증가한 것으로, 경제적 불안정과 분쟁, 반복적인 기후 충격 등 전 세계 곳곳에서 확산하는 빈곤 위기가 원인인 것으로 지적됐다. 이 데이터는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영양실조 확산에 관한 데이터 및 유엔의 출생아 수 추정치를 활용해 분석했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에서 심각한 기아 위기가 관측됐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신생아 영양실조의 95%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발생했다. 특히 콩고민주공화국은 전체 인구의 최소 25%가 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리고 있어 가장 많은 신생아 영양실조가 예측된다. 올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태어난 신생아 약 150만 명이 굶주림 속에 살아갈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유엔식량농업기구가 관측을 시작한 2001년 이후로 최대치다. 또한, 5세 미만 아동의 영양실조 인구는 66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기아 퇴치를 위한 노력이 진행되면서 2001년 당시 기아 상태로 태어난 아동의 수 2천150만 명이었으나 2023년 현재는 20%가량 감소하는 등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그럼에도 경제적 불안정과 분쟁, 기후위기 등으로 인해 2019년부터 그 속도가 현저히 감소했다. 또한 현재까지 발표된 영양실조 국가 데이터는 최근 분쟁으로 충분한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230만 명을 반영하지 못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시작된 10월 7일부터 2023년 말 사이에 1만 5천 명 이상의 아기가 태어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북부 난민캠프에 살고 있는 사이피(33세, 가명)는 3개월 된 막내를 포함해 다섯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는 이미 말라리아와 콜레라, 무장단체에 의해 세 아이를 잃었으며, 이번에는 굶주림으로 아이를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그는 “저는 또 아이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을지, 충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한다.매일 아침 일어났을 때 아기가 죽어 있을 것 같아 두렵다. 아기에게 젖을 주려면 더 먹어야 하는 걸 알지만 음식이 생기면 9살 딸에게 준다. 딸은 매일 밖으로 나가 음식을 구걸하고 배고픈 채 잠들고 있다. 위험해도 뭐라도 먹으려면 선택권이 없다”고 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의 보건영양 디렉터 한나 스티븐슨은 “올해 태어나는 신생아 중 1,700만 명 이상이 어린 시절을 갉아먹는 굶주림 속에 태어난다. 1분에 33명꼴로 꿈, 놀이, 교육, 생명을 기아에 빼앗긴다. 이는 한국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를 훌쩍 뛰어넘는다"며 "아기들이 첫 숨을 들이쉬기 이전부터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 세계가 근본 원인을 해결해 가지 않는다면 그간 이뤄온 진전이 계속해서 반전될 것이다. 글로벌 기아 위기를 해결할 글로벌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