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합동·통합 두 교단의 선한 ‘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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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로교회 양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과 통합총회 임원들이 교회의 회복과 대한민국 회복을 위해 동력을 모으기로 했다. 지난 17일 경기도 용인시 소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제108회 들어 첫 임원연석회의를 가진 두 교단은 이날 ‘한국교회여 일어나라! 대한민국이여 일어나라!’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북한인권문제 등에 공동 대처해 나가기로 다짐했다.

양 교단은 지난 2007년 ‘한국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를 기점으로 임원들끼리 정기적인 만남을 갖기로 한 후 해마다 교단이 서로 번갈아 초대하는 형식으로 임원단 연석회의를 가져왔다. 이는 교단의 규모와 영향력에서 한국교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두 교단이 과거 분열의 상처를 치유하고 협력과 연대를 모색하기 위한 의미로 해석됐다.

그런데 그간 두 교단 임원 간의 만남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면서도 특별한 의미보다는 친교에 비중을 둔 상견례 성격이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두 교단 임원들이 ‘차별금지법’ 등에 반대하는 분명한 입장을 공동성명서에 담아 발표한 건 대사회적인 이슈에 협력과 대응방안을 내놓은 것이어서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특히 주목되는 건 그 안에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가 달린 중요한 ‘아젠다’가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성명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학생인권조례(동성애 관련),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은 동성결혼을 인정함으로써 가정 해체와 사회질서 붕괴를 초래하여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며,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파괴하는 일이기에 어떠한 법 제정도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최근 중국 당국이 저지른 ‘탈북민 600명의 북한 강제 송환’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인권 침해요 범죄이기에 강제 송환을 즉각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두 교단이 ‘차별금지법’에 대해 각기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은 있으나 한목소리를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교단적으로 중국의 탈북민 강제 송환 사건을 정면 비판한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라 향후 양 교단의 대응이 주목된다.

성명서 발표에 앞서 합동 총회장 오정호 목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 국민 다수를 역차별하는 악법 제정을 막아내야 우리나라와 교회에 밝은 미래가 열린다”고 했다. 또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교회가 조국을 위해 기도할 때, 대한민국과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공동성명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오 총회장이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을 살리자”고 제안했고, 통합측 김의식 총회장이 “두 교단이 함께하자”고 화답함으로써 양 교단 임원들의 박수 속에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번 연석회의를 주최한 합동총회가 108회기 주제로 ‘교회여, 일어나라!’를 정한 것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인다. 합동 총회는 지난 10년간 마이너스 성장으로 교단의 동력이 떨어지는 문제로 고심해 왔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교단 산하 교회를 향해 다시 말씀과 개혁신학으로 무장할 것을 독려해 왔다.

이런 사정은 통합측도 비슷하다. 김의식 총회장은 제108회기 총회장으로 추대되는 자리에서 “지역을 다니면서 치유하고 회복에 힘써 새로운 부흥의 불을 붙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총회 직후인 지난달 5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제108회기 전국 노회장·부노회장, 총회 상비부장·위원장 연석회의 및 전도부흥운동 발대식을 갖고 13개 시도별 치유 세미나 및 연합부흥성회에 시동을 걸었다.

두 교단이 풀어가야 할 과제 또한 큰 차이가 없다. 전반적인 교세 감소가 불러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한국교회가 부흥기를 지나며 잃었던 복음의 순수성과 영적 에너지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데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과거 분열의 아픔을 안고 오늘에 이른 두 교단이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의 회복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한 건 이런 절박한 사정이 있다.

한국 장로교의 역사는 1885년 미국 북장로회 언더우드 선교사의 선교로 1907년 평양대부흥 이후 최초의 노회인 조선예수교장로회 독노회가 창립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에 심사참배 문제로 평양신학교가 폐교되는 등 수난을 겪다가 해방 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앞에는 1959년 한국교회 가장 큰 분열 역사로 기록된 통합·합동 분열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두 교단이 오랜 분열의 상처를 연대와 협력으로 치유하기로 한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솔직히 이런 협력과 연대 분위기가 한두 번의 정례화된 연석회의로 자리매김하기엔 그동안의 교단적 괴리감이 커 보이는 게 현실적 진단이다.

교단 분열 이후 합동측은 ‘에반젤리칼’이라는 보수적 복음의 가치를, 통합측은 ‘에큐메니칼’이라는 통합적 복음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서로 경쟁하며 발전해 왔다. 이런 현실적인 장벽을 단숨에 뛰어넘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런 시각에서 이번에 두 교단이 대사회적인 인식에서부터 보폭을 맞추기로 한 건 큰 의미가 있다. 한국교회와 나라,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협력을 다지는 ‘의기투합’이기에 한국교회 전체에 미칠 선한 영향력이 기대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