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참여와 개혁은 온전한 복음의 자연스러운 결과
로잔은, ‘시대의 아픔에 성경으로 답하려 했던 치열한 고민’
자유주의도, 율법주의도 아닌 ‘통전적 복음’ 추구 해야
내년 9월에 개최되는 제4차 로잔(Lausanne)대회를 앞두고 한국 준비위원회 측에서 한국교회에 로잔대회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이를 위해 함께 기도로 동참해 주기를 호소하는 ‘평신도 지도자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18일 정동제일교회(담임 천영태 목사)에서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제4차 로잔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인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한국준비위원장인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 원로), 한국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인 최성은 목사(지구촌교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예배과 강의로 진행됐다.
‘로잔대회’는 18·19세기 부흥의 결과로 1910년 영국의 에딘버러에서 개최된 세계 복음화를 위해 모인 선교사들의 연합이 WCC로 발전하며, 이들이 점차 자유주의와 세속화, 극단적 사회참여 중심적 선교를 추구하는 흐름으로 변질된다는 문제 제기 속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복음주의’를 주창하며 스위스 로잔에서 영국 성공회 신부 존 스토트(John Stott)와 빌리 그래함(Billy Graham) 목사의 주도로 개최됐다.
최성은 목사는 '로잔 운동의 가치'에 대해 “그리스도의 복음이 희석할 수 없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희석된 운동은 교회 역사에서 사라지고 하나님은 다른 운동을 일으키신다”며 “자유주의와 인본주의를 배척하는 것 그리고, 철저히 예수 그리스도 중심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로잔”이라고 했다.
이어 “사람들은 보통 부흥에 있어서 외적으로 드러나는 성령의 역사나 외적 성장에 치중하지만, 로잔의 핵심은 ‘겸손, 정직, 단순성’ 등 내적변화”라며 “로잔대회에는 수많은 창립자가 있었지만, 이런 부분들을 볼 때, 우리는 이 운동이 성부 하나님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 개신교의 흐름’을 설명하며 “루터를 비롯한 개혁주의자들은 르네 데카르트를 비롯한 합리주의자나 계몽주의자, 그리고 이들을 핍박했던 카톨릭이나, 여러 이단들과의 논쟁에서 신학적 변호에 치중해야 했기에 '내적 성숙이나 성령의 역사'는 놓쳤던 부분이 있다”며 “또한, 이런 측면에서 유럽에 경건주의 운동들이 일어난 것이다. 조나단 에드워드 ,존 웨슬리 같은 사람들이 이들이다”라고 했다.
“로잔 잘못 가면, 하나님이 다른 운동 일으키실 것”
최성은 목사 “프랑스가 피의 혁명을 거치는 동안, 영국은 복음의 혁명을 거쳤다. 복음의 흥왕으로 영국 사회에서는 여러 사회의 악습이 철폐됐다. 교육 양성, 병원 신설, 노예제 폐지 등 ‘구한말 우리 사회를 변화시켰던 일과 정확히 동일’한 일이 일어났다. 이를 통해 영국의 윌리엄 윌버포스와 같은 자들이 일어나 ‘노예철폐’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진정한 복음은 사회 가운데 영향력을 미친다”며 “또한, 독일에서는 진첸도르프와 같은 사역자들이 주도하여 철야기도, QT운동, 공동체 운동 등을 일으켰다. 현대 목회의 여러 개념들이 그때 이미 존재했다”라고 했다.
이어 “19세기 자유주의, 사회복음, 종교 다원주의 등이 태동했으며, 이런 자유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근본주의가 태동했다. 특히 밀턴 프리드먼 같은 분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사회개혁이나 참여에 대한 알러지였다”며 “사회개혁은 복음의 당연한 결과이다. ‘근본주의’가 추구하는 복음적 가치는 너무나 중요하지만, 문제는 학교와 직장과 사회를 변화시켰던 그 능력은 교회에서 사라졌으며 모든 문화를 거부하는 반문화 운동으로 변질됐다. 근본주의는, 사실 자유주의의 영향이며 이에 대한 반작용적 성격이 강하다”라고 했다.
그는 “WCC 선교의 세속화, 선교의 토착화, 선교의 무용론까지 이들의 내용은 자유주의화, 그리고 다원주의화 되었다. 근본주의와 다원주의 사이에서 복음주의자들이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존 교회가 사회의 아픔과 복음의 본질을 지키지 못한 것, 복음이 말하고 있는 사회와 함께 아파하지 못한 것에 대해 회개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로잔의 배경”이라고 했다.
최성은 목사는 “‘빵이냐 복음이냐’라는 양자택일적 질문은 사실상 사탄이 주는 질문이다. 예수님은 빵도 주셨고 복음도 주셨다. 2가지를 다 주면 안되는가?”라며 “그러나 두 가지 중에 더 중요한 것은 당연히 복음”이라고 했다.
이어 “WCC는 다원주의적으로 변질되며 로잔은 복음 안에서 교회의 일치를 추구했다. 1970년에 존재하는 시대적 아픔에 대해 답을 했다. 내년에 열리는 로잔대회는 시대적 아픔에 답을 내야 한다. 지금 세계는 정치, 경제, 문화에서 어둠과 혼돈이 있다”고 했다.
최 목사는 “1974년 작성된 로잔선언문은 완벽하지 않다. 그런데 사실 성경 외에 그 어떤 것도 완벽하지 않다. 보수주의자들은 로잔을 급진적이라고 욕하며, 진보주의자들은 급진적이지 않다고 욕한다”며 “그러나 로잔의 입안자들은 성경으로 시대의 고통과 울음에 답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에 있어 성경에서 그 혜안을 찾으려고 애썼다”고 했다.
이어 “로잔선언문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로잔을 비판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선언문을 제대로 읽지 않기 때문이다. 읽어보면, 로잔선언문의 모든 각주는 성경에 기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나는 로잔운동이 결코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하나님이 한국에 주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만약 로잔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하나님이 또 다른 운동을 일으키실 것이다. 마치 베드로가 하지 못했던 일을 하나님이 사도 바울을 통해 일하신 것과도 같다”고 했다.
그는 “‘74 로잔언약’ 제3항은 ‘오직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구세주이다’라는 것”이라며 “로잔언약은 교회가 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포함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제도적 에큐메니즘’ 아닌, ‘복음적 에큐메니즘’, 교회 연합 필요
이재훈 목사는 “복음주의는 시대에 따라 교회의 비성경적 요소에 대항했으며, 복음을 시대적 상황과 문제에 적용할 때 형성됐다”며 “최초의 복음주의자는 바로 바울이다. 율법주의에 대항하면서 복음의 순수성을 지켰고, 다른 한편으로 음행, 분열, 우상, 노예제도 등 그 시대에 발생한 여러 문제에 복음을 적용하여 다루려고 애썼다”고 했다.
이어 “독일의 마틴 루터는 스스로 개신교를 세울 생각이 없었다. 꿈꿔온 일도 아니다. 그는 단지 면죄부와 같은 비성경적인 요소에 대항했던 것이었다. 루터는 종교개혁을 자신이 일으킨 것이 아니다. 시대가 그를 일으킨 것이다. 물론 루터는 시대적으로 복음을 그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변화시키는 일까지 하지는 못했다. 그는 카톨릭의 면죄부에 저항하느라고 바빴다. 이로 그를 비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칼뱅이 복음을 삶과 상황에 적용했다. 칼뱅의 사상은 그 당시 유럽 문화와 과학에 영향을 미쳤고, 유럽이 성장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런데 유럽의 그런 성장이 결과적으로 교회를 국교화하여 제도화되고 형식화되고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했다. 복음의 운동력은 언제나 새롭게 하고, 역동적이고, 틀을 깨고 밖을 향한다. 그런데 제도화된 교회들이 내부에 바벨탑을 쌓고, 성을 쌓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 영적인 버팀목을 세웠던 것은 네덜란드 개혁주의였다. 이들이 네덜란드의 제도권 교회에서 쫓겨나 미국에 가서 칼빈대학을 세웠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의 신학자 아브라함 카이퍼는 복음을 세상에 적용하기 위해 네덜란드의 수상이 되기도 했다. 자신의 정치적 욕심으로 한 것이 아니다. 카이퍼는 그 당시 자유주의와 세속주의, 인본주의적 혁명에 대항해 ‘반-혁명 당’을 세워 네덜란드 사회의 복음의 가치를 지키려했다”고 했다. 이 목사는 “우리는 19세기 자유주의와 이성주의적 인본주의와 20세기의 근본주의 반지성주의, 반문화주의의 극단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복음주의의 6가지 핵심’으로 ‘성경이 최고의 권위’, ‘예수 그리스도의 절대성’, ‘성령의 역사를 존중’, ‘인격적 회심의 필요성’, ‘복음전도의 우선성’, ‘기독교 공동체의 중요성’ 등을 제시하며, “로잔대회는 교회의 정치적, 제도적 에큐메니즘이 아닌 복음적 에큐메니즘을 추구한다. 우리가 복음주의의 6가지 원칙을 준수하는 한, 우리는 서로 형식과 교리를 가지고 싸우지 않는다. 이를 통해 복음주의는 ‘연합운동’을 추구하는 것이고 이것이 성경적”이라고 했다.
이재훈 목사는 “로잔대회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 시대적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2차 대전이 끝난 이후에는 전쟁으로 인해 사회가 많이 무너져 있었다. 그래서 복음주의자들이 무너진 국가와 사회의 재건에 관심이 많았다. 이들은 무너진 사회에 가서 구제부터 했다. 대표적으로 YFC 선교회이다. 유럽과 아시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많은 구제를 했다. 그 구제 위에 YFC 출신 빌리 그래함 목사가 복음전도를 시작했던 것이다. 전 후, 폭격으로 쑥대밭이 된 나라들과 사회에 구제가 선행되지 않았다면 복음이 그 백성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해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1968년 웁살라 대회에서 WCC는 ‘선교’를 ‘사회적 해방과 인간화’로 정의하여, 자유주의의 신학이 강력히 힘을 발했고, 복음주의자들은 이에 대한 위기감을 가지고 로잔대회가 출범하였다”며 “복음과 사회개혁은 분리되지 않는다. 예수님은 병자를 고쳐주셨고, 굶주린 자도 먹여 주셨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통전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그런데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한국교회가 이에 대한 이해가 많이 약하다. 교회에 와서는 경건하게 살면서 사회 문제가 등장하면 어떤 유튜브를 보는가에 따라 사람들이 휩쓸려서 서로의 견해를 가지고 교회에서 싸운다”며 “복음주의자들이 연합해서 여기에서도 공동의 대응을 해야 한다. 마치 사회문제에 대해 한국교회가 항일운동, 공산주의에 맞서 싸운 것처럼 하나 되어 올바르게 대응하고 저항해야 한다”고 했다.
진정한 부흥은, 외적 성장 아닌 내적 변화...
벌써 하나님이 우리에게 부흥 주셨어...눈 띄어야
유기성 목사는 “하나님이 부흥에 대한 나의 관점을 바꿔주셨다. 우리가 생각하는 부흥은 기사와 기적을 통해 하나님이 나타나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정한 부흥이란, 예수님이 정말 마음 속에 깊이 임재하시는 것과 우리가 그분과 삶으로 동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흥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사역해 왔지만, 은퇴하는 시점에서 무너져가는 한국교회를 위해 ,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로 기도하던 중에 하나님이 ‘이미 부흥을 우리에게 주셨다’는 마음을 주셨다. 놀라서 이를 깊이 생각해봤다. 우리나라에는 예수님을 주로 고백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주님의 은혜로만 가능한 일”이라며 “인류 역사상 지금저럼 기독교가 번성했던 적이 있는가? 우리는 엄청난 부흥의 시기에 있다. 다만 우리가 눈을 뜨지 못하고 있고 한국교회는 한국이 영적 위기라고 생각하며 좌절하기만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 안에 자유주의의 문제가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율법주의의이다. 이것도 심각하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신앙의 열심은 있다. 그런데 이것이 율법화되고 생명을 잃으며 이전처럼 교회가 세상에 줄 수 있는 영향력이 더 이상 없다”며 “결국, 로잔대회를 진행하며 한국교회가 결혼식 업체처럼 이들의 행사를 잘 치러주는 일이 되면 안된다. 로잔대회의 열매는 서울선언문으로 나오겠지만, 중요한 것은 로잔대회 이후 한국교회가 영적 상황이다”라고 했다.
이어 “하나님이 주시지 않는 부흥을 우리가 주님께 때를 써서 얻어내는 것이 아니다. 선하신 하나님이 이미 허락하신 부흥은 우리에게 와 있다. 우리의 영적인 눈을 뜨고, 이에 대해 제대로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교회가 ‘율법주의적으로 종교화’되는 것이 깨어져서, 다시 한번 나라와 민족을 살리고 전 세계 열방에 복음이 전해지는 역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