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의 시대」가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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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욱 교수(아신대 설교학)
신성욱 교수

마케팅의 구루(guru)라 칭송을 받아온 세스 고딘(Seth Godin)이 쓴 최신간 『의미의 시대』(알에이치코리아, 2023)가 출간되었다. 16년 전, 마케팅의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보랏빛 소가 온다』를 인상 깊게 읽고 자극을 받았기에 관심을 갖고 읽어보았다.

책 서두에 존 헨리(John Henry)라는 철도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바위를 폭파하기 위해 구멍을 뚫는 일을 담당했다.

심리학자 닐 밀러(Neal Miller)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증기 드릴 기업의 직원이 작업 현장에 드릴을 가지고 왔을 때, 존 헨리는 드릴을 거부했다. 그는 자기 일에 강한 자부심이 있었고,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장면을 목격하지 않으려 했다.”

헨리는 기계와의 대결에서도 승리할 정도로 대단한 기술자였다. 하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는 탈진으로 사망했다.

너무 많은 수고와 희생을 대가로 얻은 그의 승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매듭지어지고 말았다. 그것은 ‘인간의 노동은 기업가들이 개발하는 기계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새로운 기계가 개발될 때마다 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은 또 다른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통해 기계가 아직 차지하지 못한 일자리로 넘어가야 했다.

2023년 말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기계는 호텔에서 일하는 로봇, 식당에서 손님이 주문한 밥과 반찬을 정확한 위치로 배달해주는 로봇, 설교문까지 친절하게 작성해주는 ChatGPT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됐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당황할 정도로 말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바가 180도로 변해간다. 그것도 아주 갑작스럽게 말이다.

기계나 인터넷의 개발이 신속하게 이뤄지다보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이러다간 신학을 전공해서 목사 안수 받은 설교자가 직업을 잃게 되는 일까지 벌어질 끔찍한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는 신학을 전공하는 것보다는 ChatGPT를 잘 활용하는 자가 더 우수한 설교문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많다. 이런 현실을 예상하며 염려하는 이들이 왜 없겠나?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는 ‘위기’(危機)라는 한자어의 뜻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위험하고 손해(危)가 될 수도 있지만 지혜롭게 잘 다루면 새로운 기회(機)를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무리 기계나 컴퓨터가 발달한다 해도 그것들이 접근도 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 그것은 인간 외에는 어떤 것도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 영역에서 남다른 전문성과 탁월하고도 차별화 되는 수준을 갖추고 있기만 하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성’과 ‘창조성’이다. 기계나 AI는 결코 갖출 수 없고 오직 사람만이 발휘할 수가 있는 두 가지 말이다.

급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차별화 되는 설교를 하려면 우선은 기계가 따라올 수 없을뿐더러 다른 설교자들조차 범접할 수 없는 탁월한 ‘인간성’(ethos)을 지녀야 한다. 사람들은 ‘지식이나 정보’도 중요시 하지만, 무엇보다 그것들을 전해주는 이들의 ‘고결한 인품’에 더 감화를 받는다. 사람들은 ‘메시지’(Message)도 소중하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Messenger)를 더 대단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도둑이 “도둑질하지 말라!”고 말한다면 먹히겠는가? 단박에 “너나 도둑질 하지 말어!”라는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기계나 ChatGPT는 인격체가 아니다. 윤리성도 도덕성도 없다. 이단인지 정통인지도 구별하지 못한다. 인터넷상에 올려진 무수한 자료들을 종합 정리해서 순식간에 정보와 지식을 소개할 뿐이다. 탁월하고 수준 높은 정보와 지식보다는 그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모범된 인간성을 더 크게 본다.

그런 점에서 영혼 없는 기계나 AI가 완전히 사람을 대신하거나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창조성’이다. 이 ‘창조성’이란 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 인터넷 상에 올라 있는 자료나 정보들 말고, 나만이 체험하고 깨닫고 발견한 신선하고도 전혀 새로운 얘기들을 보여줘야 한다. 차별화 되는 내용이나 얘기들 말이다.

설교를 듣는 모두가 존경할 만한 인품의 소유자(인간성)가 성경 본문 속에서 다른 설교자들이 보지 못한 영양만점의 새로운 내용을 캐내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막힌 양념을 치고 요리를 해서(창조성) 먹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앞으로 ChatGPT를 유용하게 잘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것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으리만치 소중하고 차별화 된 ‘인간성’과 ‘창조성’을 백분 활용함이 우리 모든 설교자들의 지혜요 전략임을 기억하고 살면 좋겠다.

#신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