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철학회(대표 김종걸 회장)가 전주대 HK+연구단과 공동으로 최근 전북 전주시 소재 전주대학교 대학본관에서 ‘경계 밖의 인간 무리’라는 주제로 2023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됐다.
오유석 박사(공주교대)의 사회로, ‘경계 안과 밖의 디아스포라’라는 소주제로 진행된 학술대회는 △서혜정 박사(글로브언약신학교)가 ‘하나님의 경계, 인간의 경계 -경계 밖 사람들에 대한 신학적·인류학적 고찰’ △이대승 박사(전주대)가 ‘20세기 초 재중(在中) 한인 전병훈의 이상사회론’ △손영창 박사(한국기술대)가 ‘타자성과 환대의 의미’ △김기현 박사(침신대)가 ‘디아스포라, 숙명에서 사명으로’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이주와 난민, 종말론적인 소망으로 이어져
서혜정 박사는 “세계인권 선언 13조에는 모든 사람은 자국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거주할 자유를 가지며, 자국을 포함해 어떤 나를 떠나든지 자국으로 돌아올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2000년 12월 UN이 6월 20일을 난민의 날(World Refugee Day)로 정했고, 12월 18일은 ‘이주의 날(International Migrants Day)’로 정했다. 인간은 ‘이동’의 자유와 ‘이주’의 자유를 갖는다”고 했다.
서 박사는 “오늘날 대두되고 있는 난민의 문제는 사회, 정치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철학·신학적인 측면에서 고찰되어야 하는 중대사안”이라며 “이주자나 난민은 자의든 타의에 의해 자신의 생활 터전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자들이다. 소위 자신의 경계선을 떠나, 다른 경계 안으로 들어가는 자들이다. 소위, 장기이든 단기이든 어딘가에 ‘정착하기 위해 경계 밖으로 떠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어 “창조주의 입장에서는 경계는 없다. 모든 피조세계가 모두 그에게 속했기 때문”이라며 “그 피조세계를 인간에게 위임하시고 세상에서 생육하고 번성하고 다스리라 명령하셨다. 인간은 이동과 이주의 욕구를 통해 세계 전역에 널리 퍼져나갔다”고 했다.
또한 “인간은 끊임없이 경계의 지계석을 넘고 국경을 넘는다. 생존을 위한 난민의 이동이든,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이주이든 인간은 경계 안 혹은 경계 밖에서 타자를 만난다. 새로운 인종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한다”며 “결국 이러한 움직임과 사건들은 타자가 동일한 나의 모습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며, 거대한 인류공동체임을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서혜정 박사는 “인간은 ‘정착하기 위해 떠난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이주민의 이동이든, 생존을 위한 난민의 이동이든, 모두가 ‘정착’을 원하는 본능이 있다”며 “그러나 인류의 이러한 정착을 위한 이동과 이주는 근본적인 본향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만족을 누리며, 안식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주와 난민은 종말론적인 소망으로 이어진다. 궁극적인 피난처, 궁극적인 양식, 궁극적인 행복은 저 세상에서 얻게 될 것”이라며 “사도 바울이 말대로 그리스도인은 하늘의 시민권자라면, 사람은 누구나 잠시 이 세상의 땅을 지나가는 나그네, 게르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늘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재중(在中) 한인 전병훈의 이상사회론이 지닌 의의
이어 두 번째로 발제한 이대승 박사는 “전병훈은 구한 말에서 일제강점기 기간 조선과 중국 북경에서 활동한 인물”이라며 “그는 1913년 북경으로 이주하여 ‘정신철학사’를 건립해 운영하면서 중국 북양 정부 및 고국의 인사들과 교유했다. 그리고 1920년에 동서고금의 사유를 융합하여 「정신철학통편(精神哲學通編)」을 편찬했다”고 했다.
이어 “전병훈은 「정신철학통편」, 「정치철학」편에서 동서의 정치철학을 논하면서 세계가 장차 통일되어 영구평화를 이루는 이상사회가 도래할 것임을 확신하며, 「예운」의 대동론과 칸트의 영구평화론에 바탕하여 도래할 이상사회에 쓰일 헌법으로서 ‘세계공화정부헌법’을 제시한다”며 “그의 이상사회론은 동서고금의 정치철학 요소를 조제한 것으로 중국 근대 이상사회론과 일정한 차이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병훈은 국가와 민족의 경계, 인종과 문화권의 경계를 넘어 세계인이 함께 하는 공존과 평화, 대동의 미래 세계를 상상하며, 동서양과 만나고 동서양의 학술과 조우하면서 새로운 문명의 문법을 설계했다”며 “또한 ‘조선과 중화’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동서고금의 사유를 ‘조제(調劑)’하여 ‘경계 너머’의 사유를 기획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중요한 철학적 의의를 지닌다”고 했다.
◇ 디아스포라적 신자와 교회, 숙명이지만 동시에 사명
마지막으로 발제한 김기현 박사는 “‘이방 땅에서 야웨의 노래를 부르는 법’이 예레미야가 바벨론 포로들에게 보낸 편지(렘 29장)라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이 편지가 이후의 유배민들과 디아스포라의 삶과 신앙을 규정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 “이 노래와 편지가 함축하는 것은 탈 국가, 탈 성전, 탈 계시적 상황에서도 성도와 신도의 공동체로 존재하는 법을 알려준다”고 했다.
김 박사는 “우리의 남은 과제는 첫째, 예레미야의 전환으로 구약 성경을 읽어내는 작업이며, 둘째는 더 나아가 신약의 예수와 바울, 공동 서신도 동일한 방식으로 읽는 것”이라며 “그리고 1세기와 16세기의 기독교회와 한국교회를 읽는 작업”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바벨론 포로기로 진입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그것을 우리의 불순종에 대한 야웨의 심판이지만, 동시에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임을 이해해야 한다”며 “디아스포라적 신자와 교회가 숙명이지만 동시에 사명임을 재확인하게 된다”고 했다.
한편, 앞서 김명희 박사(전주대)의 사회를 시작으로, ‘벌거벗은 인간 군상’이라는 소주제로 발제가 진행됐다. △이경배 박사(전주대)가 ‘무리를 선택한 사람들-시민, 인민 그리고 무리’ △조영호 박사(안양대)가 ‘실존적 망명으로서의 난민 경험-영적, 정치적 대응으로서의 환대’ △김동희 박사(전주대)가 ‘무리, 다른 질서의 담지자-아감벤의 호모 사케르, 라캉의 여성, 율곡의 유민’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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