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재정 사용, 공공성 높이고 본래 사명 위해 사용돼야

교육·학술·종교
사회부 = 오상아 기자
'헌금(獻金)'의 옛 이름 '연보(捐補)'였던 이유 되새겨야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교회 등 종교단체에 대한 외부 회계 감사 의무화에주장에 대두되고 있다.

한국교회 실정에 맞는 회계 기준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회재정 투명성 제고위원회는 4일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와 재정 투명성'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여론을 수렴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교회예산과 교회의 사명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교)는 "교회가 성역이라는 이유로 중요한 결정을 소수가 은밀하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회 재정의 투명한 운영과 재정 사용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를 위해 "도덕 공동체인 교회의 재정은 토론과 의사 결정에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교수는 "한국교회에서는 본래 목적과 사명을 위해서보다는 조직 자체의 유지를 위해 재정을 사용하는 '목적 전치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헌금을 용어 대신 예전에는 자기의 재물을 덜어 남을 도와준다는 의미인 '연보(捐補)'라는 말이 주로 사용되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교회의 외적 양적 성장에 많은 재정이 집행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교수)는 돈(재정)의 인문학이라는 주제 발언에서 "투명한 재정을 위해선 견제 시스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교회가 초월적 세계를 지향하지만 사람들의 모임이어서 운영에서도 인간세계의 문제를 그대로 지닐 수밖에 없다"며 "상호 견제 시스템은 불신이 아니라 신뢰와 신앙을 도모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돈 문제는 성적 문란이나 폭력 문제보다 비도덕성을 체감하기 쉽지 않다. 독버섯처럼 자라서 손을 쓸 수 없을 때에 가서야 큰 분규로 이어진다"며 "거룩함과 엄숙주의로 가리려 할수록 위선 속의 부패는 더욱 커진다"고 진단했다.

한편 NCCK는 이번 공청회의 의견을 수렴해서 (사)한국회계기준원이 마련 할 예정인 비영리조직회계기준을 기초로 한국교회 실정에 맡는 회계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최근 조세당국이 부가 세입 확대를 위해 마련하고 있는 지하경제양성화 방안으로 종교 복지단체 등 비영리 기관에 대한 외부 회계 감사 의무화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한 회계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위한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함께 선교 등 특수 목적을 위해 재정이 사용되는 한국교회 현실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교계의 여론이 높은 상태다.

#NCCK #교회회계기준 #교회재정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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