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 묘지’로 변한 가자지구, 그 참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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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의 승리를 다짐하며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25일 대국민 연설에서 “나의 역할은 모든 이스라엘 국민과 국가를 압도적인 승리로 이끄는 것”이라며 “이제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함께 뭉쳐 전진하고 승리를 달성할 때”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 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나선지 3주 만이다. 그동안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사회 여론은 중동전의 확전이 가져올 세계 안보 불안을 우려한 조속한 휴전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를 거부하고 지상군 투입을 개시한 이상 전쟁의 조기 종식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스라엘이 유엔 등의 바람과 상반된 선택을 한 건 이번 전쟁의 명분을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한 종교적 성취에 뒀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우리는 (이스라엘의) 존속을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하마스에 대해 압도적인 승리로 이끌어 이사야의 예언을 실현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쟁에 임하는 이스라엘의 각오는 사뭇 비장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성경 이사야 60장 18절을 인용해 “우리는 이사야의 예언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여러분의 국경에는 더 이상 도둑이 없을 것이며, 여러분의 성벽은 영광이 될 것이다. 우리는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구약성경 이사야서에 있는 이 구절은 “다시는 강포한 일이 네 땅에 들리지 않을 것이요 황폐와 파멸이 네 국경 안에 다시 없을 것이며 네가 네 성벽을 구원이라 네 성문을 찬송이라 부를 것이라”이다.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의 의미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하마스 무장세력이 시작한 전쟁을 단지 국지적 충돌이 아닌 ‘제2의 독립전쟁’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끝장을 보겠다는 거다. 이 전쟁을 1단계 공습, 2단계 지상전 개시와 하마스 퇴치, 3단계 새 정권 수립으로 진행시키겠다는 건 이 전쟁이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말해준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은 하마스의 정부 조직과 군사력을 무력화시키는 데 1차 목표가 있다. 그래야 200여 명의 인질을 무사히 구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이스라엘군의 대대적인 하마스 소탕작전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희생될까 하는 점이다.

하마스 무장세력의 만행은 가자지구 국경지대 정착촌을 기습 공격해 1,200명이 넘는 민간인을 살해하고 200명이 넘는 민간인을 인질로 납치할 때 이미 시작됐다. 그런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에 맞서 끝까지 저항하는 과정에서 인질을 무참히 살해할 위험성도 있다.

이 같은 우려가 그대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유월절 음악 축제에 갔다가 하마스에 납치된 23세의 독일계 이스라엘 여성 샤니 룩이 끔찍하게 참수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 헤르초그 대통령은 “우리는 그녀의 두개골을 발견했다. 이는 잔인하고 학대를 일삼는 그 짐승 같은 인간들이 이스라엘인들을 공격하고, 고문하고, 살해하면서 참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노했다.

하마스가 축제장에 난입해 어린 여성 등 민간인을 인질로 납치한 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협상카드로 쓰려는 계획된 범죄다. 하마스는 과거에도 이스라엘과 인질 교환을 통해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이런 노림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번만큼은 하마스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결의에 차있다. 이번에도 하마스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더 많은 테러와 인질 납치행위를 반복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하마스가 점령한 일부 군 초소를 탈환하고 다수의 인질을 구출하고 하마스 최고 지도자를 생포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도됐다. 그 과정에서 납치됐던 이스라엘 여군 한 명을 극적으로 구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최종 목표가 하마스의 완전 박멸에 있고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이 전쟁이 쉬 끝날 것 같진 않다. 네타냐후 총리도 “길고 힘든 전쟁이 될 것”을 이미 예고했다. 결국 이 전쟁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게 될 지가 관건이다.

이 전쟁의 전체 사망자는 이미 1만 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사망자 대부분이 어린이를 포함해 여성 등 약한 민간인들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 대변인 제임스 엘더는 “지금까지 3천450명 이상의 어린이가 사망한 것으로 보도됐고 이 수치는 매일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가자지구가 수천 명 ‘아이들의 묘지’가 됐다”고 개탄했다. 그는 또 가자지구 보건기관들의 통계를 인용해 940명의 아이들이 실종 상태라고 전했다. 실종 어린이들은 폭격으로 붕괴한 건물 잔해 속에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의 참혹성은 보호받아야 할 어리고 약한 사람의 생명을 마구 짓밟는 이런 야만성에 있다.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며 민간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쏟아지는 포탄과 총알이 민간인과 어린아이라고 피해가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무고한 생명을 무차별적으로 앗아가는 잔혹 범죄인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벌어졌다면 하루라도 빨리 끝나는 게 최선이다. 그래야 무고한 희생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