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예배하는 인간 형성을 위한 기독교교육의 방향성 모색(3)

오피니언·칼럼
기고
오경환 박사(총신대 기독교교육)
오경환 박사(총신대 기독교교육)

4. 인공지능(A.I.) 시대의 기독교교육

파커 팔머(Parker J. Pamer)는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삶으로 진리를 따라가야 한다”고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에서 말한다. 교육은 단순히 정보와 신념 교리와 명제적 진술을 이해하는 것 이상을 넘어서서 진리에 근거한 행함이자 실천이다.

선교적 증인이자 하나님 나라의 순례자로서 교회 공동체는 세상에 하나님 나라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대안적 인간 공동체를 몸소 구현함을 통해 장차 임할 하나님 나라를 세상가운데 보여주도록 부름 받았다. 예수 그리스도 역시 예배를 통해 한 인격을 전인격적으로 빚으시며 단순히 제자도가 앎과 믿음의 문제가 아닌 열망과 갈망 욕망의 문제라는 것을 가르치시며 제자들을 형성했다.

안타까운 것은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메가처치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중심의 신앙 형성 및 기독교교육과 양육 프로그램이 많은 지역교회의 정체성과 모델로 자리 잡았고 이는 한국교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문제는 소위 백화점 방식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교회가 성도들의 입맛에 맞게 제각기 내놓은 상황에서, 개개인의 성도가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 자신의 신앙적 성장과 변화가 저절로 이뤄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신형섭 역시 프로그램 중심의 목회 속에서 종종 예배마저도 다양하게 제공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취급되거나 목회 프로그램을 위한 어떤 것으로 축소, 생략, 혹은 이용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예전적 인간을 형성함에 있어 예배가 도구화되거나 혹은 개인의 욕망을 비전으로 포장하여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온 것 역시 사실이다. 소비주의적 복음, 열광주의와 승리주의적 도취, 번영 복음, 수요자 중심의 마케팅 복음에 근거한 예배는 외피를 한 꺼풀 벗기면 성경의 구속사가 중심으로 성령이 충만한 예배가 아니라 세속 예전에 불과할 뿐이다.

주류 문화와 시대정신으로 인해 개인주의적 영성과 이원화된 삶을 정당화하고 세속적 욕망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로 경건이 사용되어 신앙적 정당성을 부여해온 지난 역사를 뒤로하고 이제 예배를 그리스도인의 삶이 형성되는 중요한 장으로 깨달아야 한다. 한국교회에서 작동하는 주요 내러티브적 요소를 살펴보면 창조, 구속, 타락, 심판, 회개, 순종, 비움과 같은 하나님 나라의 구속역사보다는 상대적으로 성공서사 중심의 요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신앙 자체가 현세주의적 욕망의 충족을 위한 하부구조로 변질된 것이다. 한국교회가 예배의 과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속적인 이유는 예배 자체의 구성요소와 내용, 예배에 내재한 의례와 의식들, 교육적-형성적 힘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예배 자체가 하나님 나라 이야기의 재현 가운데 상영되고 하나님과 인간의 만남 속에서 성령의 역동적이고 초월적인 일하심을 경험한다면 신자의 습관과 실천은 점진적으로 그리스도를 닮아가고 이는 곧 그 주변의 주류 문화와 시대정신을 변화시켜 새롭게 형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안덕원은 세상의 주류 문화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더 넓고 깊은 사유와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세상으로 파송 받는 능력을 배양하는 시간과 장소가 바로 예배라고 설명한다. 윌리암 윌리엄(William h. Willimon)은 예배는 대안적 사회를 세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개혁주의 신학자 존 윗트볼리(John D. Witvliet)는 예배가 그리스도인의 개념, 가치관, 감정, 관계 등 삶의 모든 영역에 대한 이해와 행위를 형성시킨다고 주장한다. 던 바 역시 “교회의 예배가 신실하면, 하나님의 진리는 예배하는 자들을 양육하고 그들의 삶을 변화” 시키며 결국에는 이들을 둘러싼 “주위의 세속적 문화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예배를 통한 주변 문화의 가치에 저항하고 대항하는 대안적 새로운 변혁적 문화의 형성은 다시금 다음 세대를 새롭게 할 자양분을 공급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예배하는 인간 형성을 위한 기독교교육의 방향성을 위의 내용을 종합 및 적용하여 세 가지 정도로 모색해 보려고 한다. 첫째, 예전적 인간론에 근거한 예배가 교육적 형성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해하여 각 연령별 신체-심리 발달 수준에 적합한 예배 모범을 개발해야 한다.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전기, 성인중기, 성인후기로 나눠지는 생애주기와 발달단계에 따른 예배 양식과 모범이 필요하며, 각 발달단계의 신앙적 발달단계와 특징을 파악하여 이에 적합한 예배의 지향성, 정체성, 방향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많은 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신앙 공동체의 가치와 문화, 전통의 전수를 위한 간세대적-전세대적 예배 통합 모델 역시 하나의 모델로 기능할 수 있다. 다만, 전세대적 예배 모델에서 주의할 점은 모든 세대가 가진 각기 독특한 생애 주기와 발달의 단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여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예배 모범과 양식이 필요하다. 한국 내 교회와 한국 사회의 연령별 발달단계에 상황화된 예전적 인간을 형성할 수 있는 지침과 규범, 실제적이고 실천적인 모델은 신학자뿐 아니라 예배학자, 기독교 교육학자, 기독교 심리발달 및 기독교 상담학자 등을 포함하는 간학제적 연구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둘째, 하나님 나라의 좋은 삶에 대한 전망과 비전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예배가 보다 형성적이기 위해서는 교육의 통일성 있고 종합적인 목표, 텔로스를 제시해야 하는데 문제는 한국 교회의 텔로스가 매우 천편일률적이라는데 있다. 예배를 통한 거룩한 상상력을 제시함으로 세상 가운데 대안적, 대항적 공동체적 사회로 존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세상과 동화된 방식으로 개인의 신앙이 사사화되어 공적 신앙의 역할과 모델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여전히 영지주의적, 이원론적, 열광주의적 승리주의에 도취되거나 혹은 크리스텐덤적 세계의 향수 때문에 신자들에게 실제 삶에서의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고 욕망하며 소망하고 갈망하는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학적 측면에서 예배가 형성적이고 교육은 실제 행동하게 하는 어떤 것이라고 말할 때, 과연 예배를 통한 교육이 자본주의와 개인주의, 정체성의 혼란을 극단적으로 겪고 있는 황폐화된 세계에서 새로운 대안적 가치를 전달해 주며 상상력 있는 대항적 형성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해 봐야 한다. 그러므로 기독교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사는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숙고하고 토론하며 성경 이야기 속에서, 지난 역사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독교적 텔로스가 진행되어 왔는지를 성찰함으로 오늘날 시대의 정황 속에서 기독교적 텔로스를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학적 측면에서 예배는 미학적, 정서적으로 오감을 활용하고 동원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야 한다. 인간의 지향성과 마음은 선인지적이며 다양한 많은 실천과 의례에 의해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교육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지성과 이성, 영성과 감성, 정서와 마음은 모두 다 종합적으로 개발되어야 하며 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교회의 예배는 지나치게 메시지 중심적으로 인간의 다양한 오감을 활용하여 상상력을 자극하고 지각을 일깨우기에는 지나치게 지성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지성적 측면이 아니라 때로는 반지성적 측면으로 감정의 고조, 정서에 대한 지나친 집중, 수요자 중심의 마케팅화된 예배 모범과 형식 역시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다. 예배의 이야기는 하나님 나라의 구속 이야기인 메타내러티브로 일관성 있고 통일성 있는 방식으로 재현되어 신자의 마음과 욕망, 상상과 갈망에 체현되어야 하고 이것이 삶 가운데 실천적인 방식으로 발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지성과 정서를 함께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예배의 모델과 형식이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미학적, 정서적, 오감적으로 예배를 공동체적으로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예배의 모델과 양식에 대한 고민이 진지하게 필요한 때이다.

5. 나가는 말

인공지능 시대에서 기술의 결합으로 인한 욕망의 지향성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기 속에서 교회 공동체는 분명한 기독교교육의 방향을 제시함으로 한 인간을 형성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예배의 도구화, 신앙의 도구화, 세속주의적 변질, 성장 이데올로기에 갇힌 교회, 목회자와 신학자의 세속적 욕망, 세상을 욕망하는 경건한 신자의 모습은 오늘날 교회의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좋은 생각을 하는 나쁜 사람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신조와 신념, 교리들에 대한 단순한 이해가 열매 맺는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것 또한 아니다. 한국교회 기독교교육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영적 갱신과 부흥은 단순히 숫자로 환원되거나, 물질로 환원되거나, 혹은 크리스텐덤적 방식의 자기 증명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본래 하나님의 창조의 뜻대로 타락한 인간이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 성령의 인도하심과 조명을 통해 새로운 창조물로 회복된 하나님의 형상이 될 때, 하나님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텔로스를 삶 가운데 구체적으로 실천할 때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영적 갱신과 부흥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기초적인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예전적 인간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참된 것을 바라고 참된 것을 소망하고 갈망하며 다가올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대항적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실천과 의례로 가득한 충만한 예배가 다시금 회복되길 소망하며 논고를 마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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