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들의 회개기도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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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목사(한국교회연합 바른신앙수호위원장, 예장 합동총신 증경총회장) ©합동총신

조금은 예의를 갖추느라 이제야 이 글을 쓴다. 먼저, 평생을 목회 사역에 헌신하신 원로목사님들께 이 지면을 빌려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한국의 모든 원로목사님들께.

‘대한민국기독교원로의회’가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를 ‘2023 회개기도 주간’으로 선포하고, 기자 회견을 한 바 있다. 그 자리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원로목사님들 여럿이 참석하였다. 마치 6세기의 서방신학자 그레고리 대제가 선포한 ‘칠종죄七宗罪’처럼, 일곱 가지의 회개 죄목을 열거하였다. 개인의 죄, 가정의 죄, 학교와 직장의 죄, 교회의 죄, 사회의 죄, 국가의 죄, 세계와 북한의 죄 등이다. 이 죄들을 한 주간에 한 가지씩 전국 교회가 회개하자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교계(교회, 교단, 연합기관 등)의 반응은 참으로 무심하다.

회개란 언제나 선한 것이고, 그리스도인이라면 평생 동안 해야 할 의무 사항인바, 새삼스럽게 강조하거나 나열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이스라엘 백성이 사무엘 선지자의 인솔 아래 미스바에 함께 모여 금식하면서 죄를 회개하던 그 때와는 시대도 다르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기독교원로의회’란 단체의 이름이 참으로 생소하다. 무릇 ‘의회’란 국회나 지방의회에 붙이는 용어가 아닌가. 그런데 이 용어를 원로목사들의 단체 이름에 왜 붙이는가? 대한민국에는 원로목사가 참으로 많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러하다. 하지만 ‘대한민국기독교원로의회’는 원로목사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기구가 아니다. 한국교회가 그런 조직기구를 바라지도, 요청한 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유명 원로목사들이 모여 ‘의회’란 이름을 붙여 행위하는 것은 참으로 부적절하다.

또 하나, 회개기도 촉구의 시의성時宜性이다. 왜 하필이면 지금인가? 그리고 일곱 가지의 내용은 참으로 원론적인 것으로, 마음에 와 닿는 구체적인 회개 내용이 결여되어 있지 않은가? 참으로 원로목회자들이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교회를 향하여 회개를 촉구하고 부르짖으려면 진작 했어야 마땅하다. 광우병 괴담 선동의 광기가 나라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을 때, 세월호의 참담한 사고를 희생양으로 삼아 어둠의 촛불을 들고 탄핵 정국을 도모할 때, 국민의 소망을 외면한 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적폐청산의 완장을 차고 깃발을 높이 들 때, 대통령이 ‘삶은 소대가리’ 소리를 들을 때, 국빈에게 혼밥과 수행원 폭행의 치욕을 안길 때, 평화와 ‘9.19 군사합의’란 이름으로 적에게 우리의 안방까지 내어줄 때, 코로나 팬데믹과 방역으로 인하여 무고한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을 때, 그리고 성경이 공용물품 취급을 받을 때, 교회가 기십 명의 예배 인원을 놓고 당국과 협상을 벌일 때, 위기감을 느낀 무명의 목사들이 교회를 지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광화문에 모여들 때, 그때 고매하신 원로목사님들께서 앞장서서 회개를 선포하고 촉구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왜 이 시대에 전쟁과 기근(자연재해)과 온역(코로나)이 횡횡하는지를 선지자적 통찰로 성경에 입각하여 백성에게 알리고 회개를 촉구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또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다수가 아니라 소수라고 하는데, 이 땅에 수많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있는데, 국회의원의 절반 정도가 교회에 적을 두었다고 하는데, 각 정당의 중요 당직자들이 장로요 집사라고 하는데, 이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는커녕 세상 사람들과 구별됨이 없이 똑같이 행위하는 것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한 교회와 목사들, 선배 목사님들의 책임이 아닌가? 교회가 성도들을 말씀으로 똑바로 잘 가르쳤다면 지금의 이 혼탁한 정국은 생성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신학교는 교회성장학을 가르치고, 목사들은 목회성공 신화에 사로잡히고, 젖과 꿀만 먹고 자란 교인들은 말씀대로 행하면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지 않은가? 그러므로 원로목사들이 이 시대를 위해 선지자의 정신으로 회개기도를 촉구한다면, 먼저 그런 것들부터 회개해야 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쌓여온 지금, 사회는 극도의 증오가 팽배하고, 죄와 불의를 인식하지 못하며, 사랑하기는커녕 용납할 줄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를 만든 중심에 권력을 지향하는 지도자들과 그 추종자들이 있다.

“다윗의 자손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마 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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