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10월 31일 열리는 핼러윈(Halloween)이 우리나라 청년과 어린이 층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핼러윈은 가톨릭에서 천국에 있는 모든 성인을 기리는 축일인 '모든 성인 대축일(Sollemnitas Omnium Sanctorum)' 또는 '만성절(萬聖節)'을 11월 1일로 하는 것에서 유래하여, 그 전날인 10월 마지막 밤을 귀신이나 주술 등의 신비주의와 연관시킨 것이 기원이다.
현대에 와서는 종교적인 성격보다는 상업적이고 신문화적인 기념일의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는 이태원 참사로 불리는 큰 비극도 있었다. 이로 인해 한국 교계는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한목자교회(담임 김다위 목사)의 어린이국은 최근 이런 흐름 속에서 ‘가을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이 페스티벌은 핼러윈에 대한 대안문화를 넘어 기독교 문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 ‘어린이 금요성령집회(이하 어금성)를 열고 있는 어린이국은 10월의 마지막 주 금요성령집회를 ‘가을 페스티벌’로 진행하며, 성경인물 등을 비롯한 분장 행사와 선물교환, 어린이 성경 굿즈 제공 등을 비롯한 문화행사와 예배를 함께 진행했다. 이를 기획하고 진행한 선한목자교회 어린이국 담당 신나단 목사를 최근 선한목자교회 비전센터에서 만났다. 아래는 신 목사와의 일문일답.
Q. 가을페스티벌 어떻게 진행하시게 됐나?
A. 핼러윈이 급속도로 우리 나라로 들어오고 있다. 한 잡화점만 가봐도 한쪽에 핼러윈 상품이 자리잡고 있다. 기업들이 상업적 측면에서 어린들을 공략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것 같다. 몇 해 전부터 핼러윈에 대한 고민은 가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작년 10월부터 어금성을 1달에 한 번씩 개최하고 있다. 집회에서는 오직 찬양, 말씀, 기도에만 집중한다. 2시간 가량 진행되는 긴 시간이라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이 그 시간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일반적인 통념에 비해 아이들은 그 시간 기도와 찬양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 가을 페스티벌은 이 어금성의 1주년을 기념하는 측면도 있고 핼러윈에 대한 고민도 있어서 함께 이 일을 진행하게 됐다. 나는 이 집회 가운데 아이들이 예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어린이들에게 진짜 좋은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면 아이들이 다른 것, 세상 것에 한눈을 팔지 않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핼러윈은 그 분장과 분위기가 화려하고 재미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모르고 따라간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대안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나님 안에서의 좋은 경험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다가 이 핼러윈에 대한 대안적 모임의 이름을 고민하면서 미국에서는 이런 축제를 ‘홀리 윈’(Holy Win)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이름이 교회 안의 학생들로 하여금 자꾸 핼러윈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았고, 이런 흐름을 단순히 따라가는 아류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가을 페스티벌’로 명명하게 됐다.
나는 대안문화에 대한 관심은 있어 왔다. 교회가 문화를 주도했었을 때가 있다. 그 향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가 문화에 대한 대안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지금도 가능하게 하실 수 있는 하나님을 제한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역자들과 함께 토의하며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내가 문화 전문가는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신앙보다 문화가 아이들의 삶에 더 밀접하다는 느낌을 든다. 문화를 포기하면 많은 것을 사역에서 접을 수밖에 없다. 문화에 눈을 감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아이들이 교회에 오는 것 자체가 아들에게는 문화일 수 있다. 우리는 올해 처음으로 본관 앞 주차장에 놀이기구를 설치해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일도 했었다. 나는 아이들이 세상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찬양을 부르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고, 이것이 또한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도 가르쳐 주고 싶다.
Q. 가을 페스티벌의 구체적인 내용?
A. 나는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라는 단어도 잘 안쓰려고 한다. 그 어감이 주는 느낌이 그냥 편하지가 않다. 그래서 ‘분장 장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행사가 가을 페스티벌의 중심 행사이다. 분장의 장르별로 자신의 분장을 서로 소개하며 나누는 일을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성경인물은 성경인물끼리, 동물은 동물끼리, 상황에 따라 그룹을 정해서 아이들이 자신의 분장을 모임에서 소개하고 대화하며 노는 시간이다.
선물교환 행사는 아이들이 3000원 이하의 선물을 각각 준비해서 이것을 서로 나누는 행사다. 아이들이 행사에 참여하며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평소에 아이들이 선물을 받으며 설레는 모습을 보고 기획하게 됐다.
또한, 아이들에게 나눠줄 한정판 굿즈를 준비했다. 신명기 8장에 가나안 땅에서 허락되는 7가지 열매가 있다. 그 중, 한 가지인 석류를 주제로 했다. 익어가는 열매라는 의미를 부여해 아이들에게 나누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키링과 카드를 모으고 있다. 생각보다 이것이 아이들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문화에서 착안하게 됐다.
예배 때는 구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려고 한다. 세상에는 펼쳐진 문화들이 있다. 그리스도인은 그것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구별된 거룩한 삶을 사는 정체성을 회복하고, 그 안에서 기쁨과 희락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질 것이다.
Q. 이런 문화행사를 하는데, 무엇이 중요한가?
A. 아이들에게 이 행사가 기쁨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수가 모여도 즐거워야 한다. 예를 들어 노아의 방주를 생각해 보면, '나는 노아, 쟤는 오리, 다른 애들은 돼지' 이런 역할을 맡게 되는데 이런 것만 해도 재미있다. 온 몸을 다 분장할 수도 있지만, 꼭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면, 내 아들은 다윗 역할을 할 것인데, 물맷돌과 주머니 하나씩만 착용해도 된다. 부담스럽게 엄청난 준비보다 가벼운 시도로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선물도 가볍게 생각하면 된다. 나도 라면 5개를 샀다. 대단하지 않아도, 인원이 많지 않아도, 좋다. 아니면 작은 교회들이 연합적으로 준비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지역교회에서 이런 연합이 있고 행사가 있다면 지역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불어, 이런 문화적 요소들을 통해 행사를 전도의 장으로 마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다음세대들이 활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다면 교회 전체적으로 활력을 줄 수도 있다. 중·장년층이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장년세대의 기도가 일어나고, 힘을 내는 이런 선순환하는 힘을 주는 측면도 있다.
Q. 앞으로 문화사역에 대한 비전이 있나?
A. 가을 페스티벌 같은 분장행사 후 거리행진도 하고 외부에 나가서 도전도 주고 싶다. 우리 교회만의 문화만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문학의 밤’이라고 하면 교회 문화 안의 대명사처럼 됐다. 나의 작은 소망은 이것이 새로운 문화로 안착되기를 원한다. 성탄절 새벽송 같은 것들이 사라졌다. 우리가 갈급한 아이들에게 이런 것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어금성을 1년간 진행하며, 어린이 뮤지컬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두 차례 가졌다. 그날은 찬양하고 뮤지컬 팀을 초청해 뮤지컬만 관람한다. 뮤지컬로서의 설득력이 굉장하다. 문화의 힘이다.
Q. 코로나 시기는 지났지만 그 여파는 아직 남은 듯 보인다. 어떤 조언을 주고 싶나?
A. 다음세대 사역에 있어서 ‘안 된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것은 실제적으로 중요한 말이다. 다음세대 사역이 코로나 이후로 어려워진 것은 분명히 맞다. 그런데 되게끔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회가 어린이들에게 A부터 Z까지 다해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할 수 있게끔 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든 누구든 하나님을 갈망하는 마음이 있는 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단순히 먹을 것을 주거나 아이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을 넘어서 하나님을 갈망하는 영혼에게 줄 수 있는 복음의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이 무엇이든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나는 많이 경험했다.
코로나 이후로 이 ‘안 된다’라는 ‘패배의식’이 짙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내가 ‘큰 교회에 있기에 그렇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얼마나 복음으로 말씀으로 준비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Q. 한국교회의 어린이 사역의 문제점이 혹시 있다면?
A. 사실 내가 이런 것을 얘기할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굳이 얘기해야 한다면, ‘어린이들은 무엇이든 다 해줘야 한다’는 것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생들도 ‘떠 먹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이 있다.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룻기를 보면 룻이 ‘어머니의 하나님’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어머니의 하나님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입으로 ‘나의 하나님’을 고백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Q. 특별히 집중하는 사역이 있나?
A. 나는 예배와 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첫 번째는 하나님과 인격적인 교제를 하며 인격적인 관계를 맻게 하는 것과 말씀과 복음의 진리를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이 뜨겁게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 보통 어른들의 통념과 다르게 아이들도 이것이 가능하다. 이것이 모든 것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예전이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세례와 성찬을 인정해 오고 있다. 나는 이것도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주시는 주님의 은혜가 크게 있다. 나는 1년에 4번 정도 어린이 성찬을 따로 한다. 겨울 수련회, 여름 수련회, 사순절, 10월 성찬주일에 한다.
Q. ‘어린이들의 성찬식’, 조금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A. 교단마다 어린이 성찬을 허용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도 알고 있다. 지금 감리교에서는 세례받은 자들에게 성찬을 허용하는 것이 교리와장정에 나와 있다. 보통은 세례를 받아야 성찬에 참여할 수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일반적인 어린이보다 유아 세례를 받은 비율이 높다. 그래서 성찬에 접근하는 부분이 쉬웠다.
그런데 나는 성찬이 '예수님을 기억하고 기념하라는 뜻으로 우리에게 허락해 주셨다는 것'이 나의 신앙적 고백이다. 나는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신 이 일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주지 않은 것은 참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목사의 자세이다. 목회자가 온전한 자세를 갖고 이를 집례한다면 아이들은 경건히 집중해서 참여한다. 나는 아이들이 성찬식에 참여하면서 “예수님이 나와 내안에 계시다”는 고백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수 없이 봤다.
성찬식에 대해 카톨릭은 ‘화체설’(성찬식의 떡이 곧 예수님의 몸이라는 주장)을 주장하지만, 감리교는 성령의 임재와 성화에 이르는 은혜의 수단으로 받아들이며, 죄의 고백과 신앙이 분명한 자에게 준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 진행한다. 감리교는 영적임재설, 성찬 중에 성령께서 임재하셔서 우리가 떡과 포도주를 먹을 때 성령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런 신학적 배경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성찬식도 하나의 ‘거룩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이 빵과 포도주를 먹으면서 나를 기념하라고 했던 것은 사실 ‘매일 먹는 식사를 통해서 예수님을 경험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생각한다. 즉 ‘잊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은 강한 복음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것을 보시고 노하셔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나님 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이다’”(막10:14, 새번역). 그러니 어린이들을 주님의 식탁으로 나아오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