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혼보호법(DOMA) '위헌 판결' 이후 '한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의 결합'이란 전통적 결혼의 정의를 지지해 온 미국 보수교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판결 직후 패밀리리서치카운슬(FRC), 자유수호연합(ADF) 등 전통적 결혼 수호에 앞장서 온 미 보수교계 단체들의 반대 성명이 잇달았다. 가톨릭 교계를 포함해, 남침례교(SBC), 하나님의성회(AG) 등 미국 내 대표적 보수교단들의 지도자들도 판결에 대한 유감을 즉각 표명했다.
그러나 이미 한 차례 지나간 주(州) 수준에서의 동성결혼 합법화 바람에 이어진 연방대법원 판결은 동성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속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라는 데 미 보수교계는 동감을 표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향후 대처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견해를 함께 하고 있다.
미 보수교계의 앞으로의 움직임에 이목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허핑턴포스트는 그 전망을 크게 네 가지로 분석한 기사를 최근 내놓았다.
◆ 종교자유 문제 우선적 대처…전통적 결혼의 모범 제시 위한 운동도 뒤따를 듯
먼저는 연방대법원 판결로 인해 비롯될 종교자유 문제에 대해 가장 우선적으로 대처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 보수교계는 판결 이전에도 오바마 정부 아래서 추진된 '오바마 케어'를 비롯 낙태와 피임에 대한 연방기금 지원 등의 정책들에 종교자유를 이유로 반대해 왔다.
동성결혼의 연방법상 허용도 이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종교적 이유로 낙태에 반대하지만 자신이 내는 세금이 낙태 지원에 쓰인다면 종교자유를 침해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동성결혼에 반대하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지 않는 언행을 했다고 해서 법적인 제재를 받게 된다면 이 또한 종교자유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미 보수교계는 주장한다.
미 가톨릭 교계는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에 앞서 "국가 정책으로 인해 교회가 우리의 가르침과 신앙 양심을 거스르는 법을 따라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종교자유 침해"라고 밝힌 바 있다.
또다른 전망은 교회가 전통적 결혼의 모범을 제시함으로써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를 성경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혼, 불륜, 동거, 혼외 임신 등 보수교인에게도 팽배한 문제들을 먼저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로 된다고 기사는 지적했다.
SBC 윤리와종교위원장인 러셀 무어 박사는 "이 판결은 교회 내부의 결혼 문화를 먼저 회개하고 하나님의 은혜로 이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판결 번복' 위한 적극적 움직임도 예상…결혼 수호 위한 노력도 지속될 것
다음으로는 이번 판결을 번복하기 위한 미 보수교계의 법적인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낙태 금지를 위헌으로 규정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이 있은 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를 무효화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듯이 이번 판결 역시 동성결혼에 대한 싸움의 끝이 아닌 시작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끝으로는 이번 판결에 영향 받기보다는 현재까지 이끌어 온 전통적 결혼 수호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 역시 미 보수교계의 선택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기사는 내다봤다.
CatholicVote.org의 브라이언 버치는 "이번 판결이 비록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이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동성결혼 지지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결혼을 수호하기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여전히 분명하며 우리의 주와, 의회, 그리고 미국민들 사이에서 이 판결에 대한 응답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동성결혼을 금지하기 위한 새로운 헌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등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일어날 수도 있으며, 실제로 결혼을위한전국연합(National Organization for Marriage)과 가톨릭연맹(Catholic League) 등의 단체들이 벌써부터 이같은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