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감리교신학대학교와 각당복지재단이 함께하는 죽음학 세미나가 지난 10일 감리교신학대학교 웨슬리채플에서 ‘생명존중과 웰다잉’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먼저, ‘상시적 재난으로서의 자살과 교회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목회사회학, 라이프호프 대표)는 “2022년 한 해 동안 자살로 인해 죽은 사람의 숫자는 1만 2906명이다. 놀랄만한 숫자이지만 이것이 전년도에 비해서 446명이 줄어든 숫자”라며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2011년 1만 3905명의 사망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매년 자살 사망자는 1만 3천 여 명을 헤아렸다”고 했다.
이어 “이미 많이 알려져 있듯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가운데 1위이다. 그것도 2003년 이후 중간에 한 번 새롭게 OECD에 가입한 리투아니아에 밀려서 2위를 한 적이 있을 뿐 지속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이제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그냥 대한민국에는 자살이 많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원래’ 자살은 많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높은 자살률은 특별한 일이다. 자살은 당연한 사망원인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죽음이다. 병이나 사고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 그렇게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는 일은 아니”라며 “이래서 자살은 국가적 ‘재난’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인재에 속하는 재난”이라고 했다.
또한 “자살은 충분히 사회적 노력에 의해서 막을 수 있는 죽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일에 매년 실패하고 있고, 매년 1만 3천 명 가량이 이로 인해 죽고 있다”며 “그래서 이는 ‘상시적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시적 재난 가운데 산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 주소”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 자살이 많은 이유는 가치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죽음의 가치관이 있다”며 “인생의 어려움을 만나고, 실패를 경험하게 되면 곧바로 죽음을 생각한다. 이러한 가치관이 이루는 것이 바로 문화이다. 즉 한국에서 자살이 많은 이유는 죽음의 문화가 이 땅을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단선적 사고를 하고 있다. 돈이 있어야 가정도 있고, 직장도 의미가 있다”며 “이런 단선적 사고를 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이 하나의 목표, 내지는 이 하나의 목적이 무너지면 삶의 의미를 잃는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죽음을 생각한다. 이러한 가치관, 사고의 구조가 이루는 이 대한민국 죽음의 문화가 한국인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죽음의 문화가 아니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돈이 아니어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그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 살아야 할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음을 알려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 교회가 할 일이 있다”고 했다.
조성돈 교수는 “생명의 근원을 알고 있고, 생명의 의미를 알고 있는 교회가 생명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교회에서부터 시작되는 생명문화가 차고 넘쳐서 이 땅을 가득 채워야 한다. 그러면 이 땅에서 일어난 생명문화가 한국사회의 죽음의 문화를 갈아엎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때 이 땅의 자살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래서 후에 교회 덕에 대한민국에 자살이 없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두 번째로 ‘신앙인의 생명 이해와 죽음공포 관리’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기철 교수(감신대 목회상담학)는 “신앙인은 생명을 소명과 분리해 이해할 수 없다. 생명의 목적이 하나님이 주신 소명에서 나오고, 소명을 이루어 갈 때 생명이 가치를 지니게 되고 생명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삶의 목적과 의미 추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끊임없이 방해받고, 이로인해 소명의식이 약해진 채 허무함과 우울함 속에 살아갈 수 있다”며 “하지만, 엄습하는 죽음공포는 자신의 본질적인 자아정체성을 추구할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죽음공포에 어떻게 맞서고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배울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생명(生命)은 ‘하나님의 명(命)을 받고 태어나 그 명을 이루어가는 삶(生)’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뿌리 삼아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기대를 지향하는 삶이다. 우리는 자신이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음을 인식하고 하나님이 자신을 불러서 맡기신 일을 이루어가며 살아갈 때, 비로소 삶의 의미와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깃들어 있는 하나님 형상이 역동적일 때 온전한 생명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며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는 하나님 형상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하나님 형상을 제대로 보고 깨달을 때, 우리는 생명을 온전히 이해하고 온전히 살아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철 교수는 “죽음공포는 신앙인의 생명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죽음공포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죽음공포 관리에 대한 제안을 하면 먼저, 어빈 얄롬의 죽음공포 관리 제안은 죽음공포에 질려서 죽음공포를 회피하며 휘둘리기보다는 죽음공포를 직면하고 죽음공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소외불안을 다루어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둘째로 리챠드 존슨의 제안은 소명에 기초한 사랑을 확장함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축소되게 하자는 것”이라며 “어두움(두려움)을 저주하기보다는 빛(사랑)을 환히 밝혀 어두움이 존재감을 잃게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제안들을 신앙적인 시각에서 적용해볼 수 있다. 하나는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여 죽음이 영원한 삶으로 이어지는 통로임을 인식하며 의지적으로 죽음공포를 이겨내자는 입장”이라며 “다른 하나는 미래에 있을 죽음 자체에 과도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묵상하기보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현재에 집중하며 사랑으로 현재를 살아내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죽음공포를 이겨내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신앙인은 ‘사망아 너의 이기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전 15:55)라고 쏘아붙이며 죽음공포에 휘둘리지 않고자 노력한다”며 “소명의식으로 죽음공포를 관리하는 신앙인은 사멸이 아니라 사명에 이끌려 살아간다. 즉, ‘죽음공포 유발요인’을 ‘소명의식 유발 요인’으로 경험한다”고 했다.
아울러 “죽음에서 나오는 두려움을 저주하기보다는 소명에서 나오는 사랑으로 두려움을 이겨낸다”며 “그럴 때, ‘두려움이라는 수축에너지’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확장에너지’를 뿜어내며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세미나는 안해용 박사(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사무총장)와 이은재 교수(감신대 교회사)의 논찬과 질의응답 순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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