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정보도 얻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또 삶의 지혜도 배운다. 소위 말해서 input이라고 붙여보자.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으로는 지식도 채워지고, 또 어디 가서 “나도 이만큼 알고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어떻게 보면 보이지 않는 외향은 넓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반면에 책을 쓰면서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맛보는 것 같다. 읽으면서는 지식 축적이지만 쓰면서는 깊이를 느끼는 것 같다. 칼럼을 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인 것 같다. 읽은 것들이 재해석되면서 글이 쓰이는 것 같다.
대개 사람들은 책을 쓰는데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또 걱정을 하기도 한다. 책은 어떻게 출판할 것인가, 비용은 얼마나 들 것인가 등등이다. 사실 출판하여 시중에 내는 것은 불편한 측면도 있다. 꼭 시중에서 판매하려면 출판사를 만들어 ISBN 번호를 받아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그런 과정을 거쳐 시중에 몇 권이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케냐에서는 책을 몇 권은 쓰되 시중에 판매목적으로 출판은 하지 않는다. 사실 출판사에 두 권을 맡겼는데 두 권 다 시중에 나가지를 못했다. 첫 번째 책은 지난 20여년 간의 사역 내용을 정리했는데, 나이로비의 출판 과정에서 페이지를 잘못 매겨서 천 권을 그냥 버리게 되었다. 돈도 두세 번 들였는데 그렇게 되니 좀 섭섭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PDF 북으로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또 몇 권은 프린트하여 도서관에 비치되어 학생들이 보기도 하니 감사하다. 두 번째 책은 멜빈 목사님의 자료를 365개로 나누어 하루에 한 개씩 읽도록 365 Reading을 만들었는데 이 책도 돈만 몇 번 들어가서 출판은 했는데, 몇 권만 학교에 들어오고 나머지는 중간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아프리카는 아직도 이런 상황이다.
어쨌든 이런 상황이니 이제는 ISBN이 필요없이 PDF 북으로 만들어 학교홈피에 올려 학생들이 자유로이 다운로드 받아서 핸드폰에서 자유로이 읽어 보도록 하고 있다. 그 이유들 중에 하나는 영어책이 너무 비싸서 학생들이 사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기독교서점도 우리 학교가 있는 오유기스나 키시에도 없다. 공항이 있는 키수무는 두세 시간을 가야 하는데, 지난 번에 책을 사러 갔는데 비싼 것은 한권에 70~80불까지 가기에 결국 몇 권만 사가지고 돌아왔다. 그러니 학생들이 개인용으로 책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심지어는 성경 자체가 없는 학생들도 많다.
책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어쨌든 독자들에게 책 쓰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시중에 내어 판매할 목적이 아니라 자기개발에 필요하며 가볍게 제본하여 가족이나 친척, 또 이웃에 주어도 좋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 얻는 것이 있지만, 쓰게 되면 더 풍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서병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