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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아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에요. 사랑은 상대방이 원하는 걸 주는 거에요(<땅끝의 아이들> 132쪽)”라고 말한다.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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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지성’ 이어령 박사를 영성의 세계로 인도한 이는 잘 알려져 있듯 맏딸 이민아 씨다. 그녀는 최근 <땅끝의 아이들(열림원)>이라는 ‘이민아 간증집’을 펴냈는데, 현재 서점에서 책을 구하기가 힘들 만큼 반응이 뜨겁다. 변호사에서 이제는 목사가 된 그녀에게는 암 투병과 실명 위기, 맏아들의 죽음 등 수많은 고통들이 그저 ‘상처’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으로 남은 듯했다.
어떤 질문에도 그녀는 ‘사랑’과 ‘복음’, ‘말씀’으로 화답했다. 슬픈 얘기를 할 때조차 어두움은 찰나의 순간에조차 보이지 않았고,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다시 태어난 기쁨’으로만 가득해 보였다. 언뜻 <지선아 사랑해>의 이지선 씨가 오버랩되기도 했다. 지난 주말 굴곡 많았던 인생이 인터뷰를 통해 재조명되면서 포털사이트 검색어에까지 올랐던 그녀가 못다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간증집을 내셨는데요.
“저도 힘들었을 때 이런 종류의 책들을 구해서 많이 읽었어요. 물론 용기를 준 간증집도 있지만, 읽으면서 오히려 부담이 오거나 ‘저 분은 저렇게 잘 되었는데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실패감 같은 게 있었어요. 그때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어요. 실패해도 된다는 말을 하려고요.
우리가 다 땅끝에 있지만, 우리 힘으로 나오기 힘들거든요. 구원이라는 건 일방적으로, 은혜로 거기서 꺼내지는 거잖아요? 여태까지 겪었던 모든 문제들에서 제 힘으로 빠져나온 게 아니었어요. 헤엄치고 발버둥치다 지쳐 까무라쳤을 때, 저를 구해 주신 그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쓰고 싶었어요.
사실 지난 3년간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제약이 많아 그러지 못했지요. 그러다 올 2월 눈 때문에 누워있을 때 아버지께서 구술 형식으로 녹음한 다음 풀어서 책을 만들자고 하셨어요. 꼭 책을 만들려고 한 건 아니고, 계속 누워있으니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막 이야기했지요(웃음). 녹음한 것을 몇달 후에 풀어서 써 주면 그걸로 다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고 바로 책이 나왔지요.
저는 완벽하게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그런 마음도 결국 나를 드러내고 싶은 것임을 깨달았어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나는 이런 사람인데’ 하는 부분들을 지난 10년간 하나님께서 계속 깨셨어요. 문장이 틀리면 틀린대로 다른 사람이 또 용기를 가질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웃음). 예전에는 뭐든 독불장군처럼 내가 해야 했지만, 요새 배우는 건 삶도 신앙생활도 예수님을 따라가는 길이에요. 낮아지고 남들과 같이 융화되는 삶 말이에요.”
책에서 이민아는 ‘수다를 떨듯’ 편안하게 자신의 간증들을 풀어놓았다. 그래서인지 보통 간증집에서 느껴지는 ‘범접하지 못할 초인적인 포스’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가 책에서 반복하는 단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이다. 마치 세상 모든 문제의 배후에는 ‘잘못된 사랑, 사랑의 결핍’이 있고, 이를 진정으로 채울 수 있는 길은 ‘예수님의 사랑’ 뿐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책에서 “아버지가 제가 공부를 못한다든지 나쁜 짓 하는 것을 알게 되면 사랑 안 해주신다는 거짓말을 믿었어요” 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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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하고 있는 이민아 씨의 모습. 그녀는 “아버지 닮았다는 얘기 들으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이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 게 소원입니다”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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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그 거짓말 위에 세웠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 혼자 지쳐버렸어요. 제게는 좋은 일이었지요. 실패 속에 약해졌을 때, 처음으로 아버지가 정말 저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버지가 제게 상처를 줬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녀보면, 태어나면서부터 예민한 아이들이 있어요. 굴절된 렌즈를 끼고 서로를 보고 있었음을 요새 깨닫습니다. 제가, 동생이, 그리고 막내동생이 기억하는 아버지가 다 틀려요.
제가 유난히 예민했어요. 이제야 미스터리가 풀린 게 그런 아이들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다양하게 만드셨지만, 사회가 획일화되면서 그 유형이 아니면 소외되고 말지요. 저처럼 예민한 사람들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대로 맞추다 보면 부모님들의 요구에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나를 미워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이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필요한 것인데도 말이에요.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아버지와의 오해가 풀렸어요. 먼저 아버지 세대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다들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세요. ‘아이가 잘못 되면 제가 죽습니다’ 하는데, 감옥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사랑받은 기억이 없다’고 하는 것이지요. 사랑이라는 게, 해 주면 받는 게 아니라 코드가 맞아야 하는구나 하고요. 많은 상처들이 씻겨졌어요. 그런 상처가 있는 이들에게 공감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어요. 저는 분명히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게 아니랍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지요(웃음).
-아버지와의 지금 현재 관계는 어떠합니까.
“사랑은 계속 만들어 가는 집과 같아요. 기초가 완전히 망가지면 지을 수가 없는데, 그 기초가 바로 사랑에 대한 신뢰입니다.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신다는 기초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집을 지어도 조금 올라가다 쓰러지는데, 그러한 인간관계를 많이 보았어요. 실패해도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시는 아버지의 사랑을 처음 깨닫고, 기초가 회복되니 갑자기 완벽해진 건 아니지만 조금씩 집이 지어져가기 시작했지요.
(치유를 받기도 했지만) 관계의 회복이 가장 큰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절망의 가장 끝까지 갔던 사람이에요. 사람이 소망이 끊어지면 다음에는 정말 내 힘으로는 한 발짝도 갈 수 없는 곳에 우리가 있을 수 있어요. 그것이 장애나 성격적 문제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떠한 상황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아버지와 자녀 사이에 대화가 안 되기 시작하면 그것만큼 괴로운 게 없어요. 제가 거기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지금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게 일어난 일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고 하는 그것이 제게는 전도이고 좋은 소식입니다.
나쁜 소식에서 더 이상 인간의 힘으로 바뀌어지지 않을 때, 암 말기보다 나쁠 순 없잖아요? 그 소식을 세상에서는 좋은 소식으로 바꿀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예수님 안에서 찾았어요. 어떤 문제든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곳에 봉착했을 때, 어떻게 보면 가장 나쁜 소식이지만 거기서만 만날 수 있는 좋은 소식이 있어요. 복음이지요. 그 문제를 해결해 주시려 하나님이 친히 이 땅에 내려오셨다는 것, 그것이 제가 만난 예수님의 이야기입니다.”
-인터뷰에서 (아들의 죽음 이후) 장례식에서 더 이상 울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인터뷰를 하면, 똑같이 전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웃음). 아들이 죽고 2년간 매일 울었어요. 그런데 천국과 영생에 대한 계시적인 깨달음을 주시더라고요. ‘재 대신 화관을’ 주시는, (다니엘의 세 친구처럼) 불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예수님이 계세요.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퍼서 매일 울었는데, 하나님께서 그 슬픔 속에 찾아오셔서 주신 말씀이 있어요.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 11:25-26)’.
저도 영생의 비밀을 모르고 믿는 마르다처럼, 기독교인들처럼 ‘마지막 날 부활 때에는 다시 살아날 줄을 내가 아나이다(요 11:24)’고 대답했어요. 그때까지 못 기다리겠다는 소리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거듭남의 비밀을 말씀하셨어요. 믿는 순간 예수님의 생명이 들어와 그 생명은 영원토록 죽지 않는다는 것, 몸만 벗을 뿐이지 그에게 천국이 임한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성경에 나와도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적인 크리스천이었어요. 천국이 실제로 느껴지지 않으니 장례식에서 하는 소리라 생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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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여러 차례 체험한 그녀는 말한다. “기적은 우리가 그 기적을 추구하는 목적이 아니라, 그냥 시작이에요. 기적을 체험했을 때, 하나님과의 관계가 시작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없이도 얼마든지 하나님 사랑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는 그렇게 대단한 드라마가 없어도 되니까, 저는 없다고 생각해요. … 저에게 그런 기적을 행해주셨기 때문에 저의 견고한 짐들, 제가 예수님 대적해서 높아졌던 모든 높은 것들,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저의 이성들이 깨어지는 데 저에게는 그런 기적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기적이 하나님을 바라는 사랑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땅끝의 아이들> 284-285쪽)”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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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애가 죽고 크리스마스까지 3개월은 24시간 동안 침대에서 나오지도 않고 계속 울었어요. 그때 진짜 하나님을 만났던 것 같아요. 하나님이 저를 만나 주시기 시작하셨어요. 제가 그 불 속에서 예수님을 봤어요. 다니엘에서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가 불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예수님을 본 적이 없었지만, 불 속에서 예수님이 들어오시지 않으면 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하나님이 오셔서 천국이 어떤 곳인지, 영생이 얼마나 실제적인 것인지…. 우리 아들은 사실 16살 때, 육신의 유진이는 구원받는 순간 그때 이미 죽었어요. 제가 세례받을 때도, 유진이가 세례받을 때도 의미를 몰랐는데 우리 아들이 가고 그 불 속에서 만나 주시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을 때, 그 땅끝에서 소리를 질렀을 때 말이에요. ‘우리 아들은 죽은 게 아니구나. 우리 아들 안에 있는 예수님의 생명이 육신을 벗고 아버지 집으로 갔구나’ 하고 계시적으로 깨달은 건 아이가 죽은지 1년 후, 사역을 하면서부터에요.
하나님 나라가 내 안에 있다고 하셨는데,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순간 천국 시민이 된다고 하셨는데, 유진이가 천국 시민이 됐다면 내 안에 그 아이가 있는 것이잖아요? 그때부터 슬픔이 없어졌어요. 그 이후엔 예수님을 영접하고 천국엘 갔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장례식에 가서는 울지 않았다는 뜻입니다(웃음).”
-요즘 건강은 좀 어떠십니까.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요. 사람들이 계속 싸웁니다. ‘질병은 하나님이 주시는가, 마귀가 주는가’ 하고요. 하나님께서 나쁜 일 주실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하나님께서 질병을 통해, 우리에게 질병이 없을 때는 깨달을 수 없는 은혜를 주신다는 말도 맞습니다. 극단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에요.
하나님께서 왜 자녀에게 저주를 주시겠습니까. 하지만 죄와 저주에 묶인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기까지는 벗어날 수 없는 것이지요. ‘불 속을 지나가지 않는다, 물 속을 지나갈 때 다 꺼내주겠다’고 약속하시지 않았어요. ‘너도 불 속을 지나간다. 그렇지만 너는 혼자 불 속을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과 틀리다’는 거에요. 하나님 없이 고난 당한 사람들은 원망과 슬픔, 분노 속에서 불에 타 버립니다. 하지만 다니엘의 세 친구는 예수님이 함께하셨기 때문에 타지 않았지요.
하나님을 믿는 비밀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해요. 불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기만 하면 불 속에 들어가기 전보다 아름답고 정금처럼 되고 더 자유로와지고 좋아지는 것, 그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는 로마서 8장 28절의 비밀이에요. 이사야 43장에는 ‘불 속을 지나갈 때 두려워하지 마라’고도 하셨지요.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은 영생과 함께갈 수 없는 썩어질 내 육신과 자존심, 집착… 이런 것들만 타서 버려졌어요. 하나님과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비밀을 알고 나면 ‘감사합니다’ 하는 찬양이 나옵니다.”
-아이가 자폐에서 완전히 나았다고 들었습니다.
“진짜 자기가 누구인지 알면 아이 앞에서도 무릎 꿇고 빌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금방 회복이 일어나요. 아내가 바뀌면 남편이 따라 바뀌는데 10년 걸리지만, 남편이 바뀌면 아내가 바뀌는 데는 1년도 걸리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가장 먼저 주시고자 했던 것은 정체성이었어요. ‘넌 나의 딸이야. 그 자신감은 어딜 가도 없어질 이유가 없어’ 하고요. 자신감이 없어서 보호하려 붙여놓은 지위와 모든 허식을 다 내려놨을 때, 그때서야 ‘나는 하나님이 필요한 사람이구나. 내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내 아이를 내 힘으로 고칠 수 없구나’ 하는 진정한 겸손이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일방적으로 야단만 쳤어요. 사랑하지만 바꿔보려, 고쳐보려 했어요. 안 되는 걸 하라고 하니 엄마가 무서웠겠지요. 아이와의 단절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나오는 말은 ‘너, 또 숙제 안 했지?’ 였습니다. 학교 가서 야단 맞는 게 싫어서 그랬지만, 그런 벽을 뛰어넘을 힘은 없었어요. 하나님께서 저를 완전히 부서뜨리면서 빈 그릇이 됐을 때 하나님 사랑으로 부어주기 시작하셨어요. 이 사랑은, 저쪽에서 사랑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받아들이느냐 안 받아들이느냐에요. 하나님 안 믿는 사람이 하나님 없다고 하지만, 없는 게 아니잖아요?
그 사랑을 내가 받으면 생명이기 때문에 들어오면서 눈이 뜨여요. 귀가 열려서 들려요.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졌던 마음이 열리면서 사랑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해요. 사랑받은 사람만이 진정 남을 사랑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내가사랑받는 존재이구나 하고 그렇게 행복해지기 시작했을 때, 아이들이 저만 보면 도망을 갔어요. 도망가면 부끄러우니 또 야단치고…, 지금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러던 어느 날 팔을 벌리고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제가 치유되면서 남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하니까 우리 아들이 변하더라고요. 제가 우리 아버지를 진짜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니까 아버지도 변하시더라고요. 6개월이 지나니 자폐가 다 없어졌습니다. 여호와를 경외하고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그 분의 생명의 빛이 들어오면서 치유가 시작됐어요.”
-부모의 역할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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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인 그녀는 “상대방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것, 싫어도 해 드리는 것, 조금 기다려주는 것, 내가 봤을 때 교회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욕을 하고 싶은데 이 교회는 이래서 안 되는 게 나는 다 보이지만 잠깐 눈을 감고 안 보고 덮어주면서 그 사람들 위해서 중보하는 것, 상대방을 나보다 다 낫게 높여주는 것, 그것이 사랑이자 공동체”라고 하신 하나님 말씀을 신뢰한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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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어느 날 아침부터 하루종일 아이만 보고 있었는데, 또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를 바라보지 않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기뻐하는 삶이 됐어요. 자폐라고 하지만, 인간관계와 사회성이 전혀 없는 것이지요.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 인간관계를 기대하지 말라고 했을 때는 죽으라는 소리보다 더했어요. 암처럼 불치병이라고도 하더군요.
하지만 하나님의 자녀로 그 아이를 우대해줬을 때 저도 알지 못했던, 누구에게도 없던 장점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 인생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더라고요. 부모가 할 수 있는 특권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절대 부정적인 말 하지 말고, 계속 칭찬해 주라고 하셨어요. 자폐아들 어머니를 많이 상담하는데, 다른 분들이 함부로 이야기하면 큰일나지만 저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거짓말로라도 칭찬하니까 아이가 실제로 칭찬할 만한 행동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못 하던 행동을 해냈고, 19세인 지금은 운전도 할 줄 압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사역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눈이 보이지 않다가 7개월만에 기적적으로 망막이 붙었을 때 교회에서 간증을 했어요. 그 무렵 아버지도 세례를 받으셨지요. 간증을 하니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진짜 기적이 필요하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안 보이는 사람에게는 보이는 것만이 관심사이고, 복음이에요. 사람들에게서 그 ‘배고픔’을 느꼈습니다. 간증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예수님이 얼마나 필요하신가, 예수님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깨달았습니다.
병이 낫지 않고 기도가 이뤄지지 않아서 절망과 분노에 찬 모습이 제 모습이었거든요. 정말 예수님이 변화산에서 내려오셔야 해결되는 문제, 그 소망을 담는 그릇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예수님을 모시고 가는 곳마다 성경에 나오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나았으니 기쁜 것이잖아요? 물론 치유가 다는 아니에요. 목적지로 데려가는 표지판일 뿐이죠. 그래도 저는 기적이 그 사랑을 계시적으로 완전히 깨닫게 하는 첫번째 중요한 ‘게시판’이라 생각해요.
지난 2009년부터 2년간은 거의 풀타임으로 사역했습니다. 20-30명이 모여 집에서 가정예배를 드리고, 불러 주시면 어디든 가서 집회를 하는데 많은 은혜가 있었어요. 갈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중국과 아프리카, 이스라엘과 일본, 호주와 푸에르토리코 등을 다녀왔습니다. 케냐에 가서는 하나님이 왜 우리에게 땅끝으로 가라고 하셨는지 느꼈습니다. 하나님이 필요하신 곳에서는 더 많이 나타나시더라고요.
최근 부산에서 집회할 때는 해외 집회 후 페이스북으로 연결된 이들이 중보기도 네트워크를 만들어 모두 부산을 위해 기도해 줬습니다. 이게 사랑이 아닐까요? 사랑으로 모든 캠퍼스와 도시들이 점령됐으면 좋겠습니다. 종교가 아니라, 이 도시가 기독교화 되느냐 그런 아젠다가 아니라, 사랑으로 도시들이, 캠퍼스가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지요. 제가 책을 많이 읽었지만 종교나 정치, 인간의 지식 등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었는데, 사랑으로는 되더라고요. 산을 부수는 게 아니라, 녹이더라고요. 내 종교로 들어오라는 게 아니라, 제가 지금 너무 좋기 때문에, 제가 먹고 마시고 만진 복음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전해야겠다는 마음 뿐이에요.
저는 교회들마다 굉장한 배고픔, 갈급함들이 일어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 상황이 안 좋지 않냐고 묻지만, 저는 그 안 좋은 상황이 참 좋습니다. 부흥이 일어나기 일보 직전이라는 소리거든요. 스스로 겸비하여 자기를 낮추고, ‘내 힘으론 안 됩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필요합니다’ 하고 부르짖으면 땅을 고치겠다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부흥이 일어나지 않고는 안 되겠다는 교회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제 우리가 하던 걸로는 이 세대를 변화시킬 수 없으니, 뭔가 다른 것이 일어나야 한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가장 기다리시는 순간이에요.
제 인생에 부흥이 일어난 것도, 제 힘과 교만으로 하다 하다 안 돼서 ‘하나님이 고쳐주시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고 두손 들고 항복하면서 문을 열고 나왔을 때였어요. 기막힌 부흥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탕자의 비유처럼 ‘아들 노릇 하겠습니다. 아버지로 인정하고 공경하겠습니다’ 하면 더러운 수치들을 가릴 옷을 입히시고, 권세 있는 반지를 끼우시고, 복음 전하라는 신발을 신기시고 잔치를 열어 주시는데, 내가 왜 고아처럼 여태 고생을 했을까 하는… 이런 이야기 하면 그만하라고 해도 끝낼 수가 없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