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신정(神政)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란 정권이 인공지능(AI) 성직자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이란에서 벌어진 히잡 착용 반대 시위가 낳은 사회 개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를 강화하려는 행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의 종교 지도자들이 이슬람 경전을 해석하고 율법의 칙령인 '파트와'(fatwa)를 공포하는 데 인공지능을 사용하려 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 6월 "이란이 AI 분야에서 적어도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야 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AI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란 정부는 2020년부터 이슬람 교리 연구와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AI를 활용할 방법을 모색해 왔다. 이에 이슬람 성지순례의 중심 도시인 쿰에 AI 연구 센터를 조성했다. 이 연구 센터는 시아파 신학교의 부속기관이다.
AI 연구자인 모하메드 고트비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성직자 AI 개발은 초기 단계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기존에 50일이 걸리던 '파트와' 공포를 AI로 5시간 만에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 정부가 AI 성직자 개발에 착수한 계기는 지난해 이란 전역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이란에 살고 있던 한 20대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금된 뒤 사흘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이란 전역에서 당국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이란 지도부가 AI 성직자로 대중의 사회 변화 요구를 수용하고 종교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완화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FT는 "이란 지도부는 이슬람 사회의 엄격한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대부분의 성직자는 여전히 보수적이지만, 젊은 세대는 AI 사용에 훨씬 개방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AI 성직자 개발은 자국민을 더 강력하게 탄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 20일 이란 의회는 히잡 의무 착용 규정을 위반한 여성에게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는 이동식 카메라를 이용한 AI 단속 시스템으로 히잡 미착용자를 적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CNN은 "이란 정권이 히잡 착용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을 것이란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트비는 "급속한 기술 발전 이후 많은 이란 여성이 히잡 착용을 거부했다. 이것은 이슬람 교리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AI 성직자를 개발한다고 해서 서구 사회의 세속적인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이란의 문화에 맞게 기술을 현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