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선교는 의료를 통한 섬김과 의료를 통한 복음 전도이다. 병든 자, 특히 가난하고 병든 자를 치료하는 것이 의료선교의 하나의 큰 목적이며 병든 자들을 그리스도의 사랑과 진실함으로 섬기는 일이다. 이재혁 선교사(한국누가회)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2010년부터 파송되어 지금까지 현지에서 외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본 도서는 예고 없이 터지는 이슬람의 테러와 종교 갈등으로 숱한 생명이 한순간에 스러지는 곳에서 부르심을 따라간 저자가 상처 입은 사람들을 섬기며 모든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한 의료 선교사의 삶과 하나님의 은혜의 발자취를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서늘한 새벽 공기에 몸을 떨며 예배당 맨 뒷자리에 앉아 그저 하나님을 불렀다. 아프지 않았으면 드릴 수 없는 기도였다. 병을 고쳐주신다는, 살려주신다는 응답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기도할수록 뚜렷해지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렸을까 하는 원망은 아니었다. 병든 나에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 즉 그분의 목적은 무엇일까였다”고 했다.
이어 “소중한 자녀가 학교에 가다가 총에 맞아 죽고, 부모가 예배를 드리다가 폭탄 테러로 죽고, 친구가 길을 가다가 맞아 죽었는데도, 예수님은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다. 치안을 책임지는 군인과 경찰이 오히려 나쁜 짓을 하는데도 주님은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다. 참 어려운 일이다.이슬람과 기독교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고난과 고통에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다. 이슬람은 성전(聖戰)을 주장하며 폭력과 테러를 부추기는 논리를 내세우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이해할 수 없는 박해와 고통을 당할 때, ‘더 큰 사랑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기독교의 진정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조스의 많은 크리스천들은 전쟁터 같은 일상 가운데서도 인내하며 핍박을 감당하고 있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평강으로 마음과 생각을 지켜주시길 기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을 살렸다는 나의 자존심은 한 시간 만에 곤두박질쳤다. 죄책감이 밀려왔다. ‘더 빨리 치료했더라면…… 수술을 더 깔끔하게 했더라면…… 심폐소생술을 더 했더라면…….’ 닥터 갈라디마의 마지막 호흡이 떠나는 순간, 몇 년 전에 남편을 잃고 딸마저 보내는 어머니의 애끓는 기도가 들려왔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과 논쟁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했고 하나님은 당신의 일을 하십니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짐을 믿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드려야 할 기도였다. 침울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오늘 밤 자고 내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다시 병원에 가서 일할 용기가 생기길 기도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직원들 가운데 아팠던 사람들이 꽤 있었다. 코로나인지 말라리아인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사망이나 심각한 경우가 없었다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국경이 폐쇄된 3월, SIM은 고위험군과 고령자는 본국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렸다. 그런데 가장 위험한 심장 기저질환자인 두 선교사가 끝까지 남아 본부 사역을 지켰다. 공항이 열린 11월,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온 대표 부부 선교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뛰고 있었다. 이런 헌신이 SIM 나이지리아 120년의 사역을 이어간다. 대표의 아내인 하이디가 이렇게 말했다. ‘다 철수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은 코로나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치명적이지 않다는 걸 알고,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알아서 다행입니다. 보이는 한 걸음만큼 걸어갔는데 앞에 계신 주님이 뒤돌아보며 미소 지어주시는 것 같아 위로가 됩니다.’”고 했다.
한편 이재혁 선교사는 1999년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의료원 전문의 수료 후 안양 샘병원 외과과장으로 재직했다. SIM과 한국누가회 파송 선교사로 2010년부터 나이지리아 조스에 거주 중이다. 빙햄의과대학병원에서 교육, 치료, 경영에 참여하며 현지인들의 핵심 신앙 공동체를 통한 지속가능한 선교병원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