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키워드는 '북러 밀착 경고'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기여·책임'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 78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해 일반토의에서 18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유엔총회 기조연설이다.
이번 연설에서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진 부분은 북한과 관련한 메시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안보정세를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는 출범 1년차로 북한에 '담대한 구상'을 제시한 상황으로,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는 차원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올해에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다 최근 북-러 간 무기 거래 등 군사협력 강화가 본격화하면서 북한의 안보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유엔 무대에서 북한과 러시아에 강력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평화에 직접적이고도 실존적인 위협일 뿐 아니라, 인태지역과 전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러-북 군사적 거래는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를 겨냥해선 "세계 평화의 최종적 수호자여야 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 국가를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와 군수품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정권으로부터 지원 받는 현실은 자기모순적"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연대와 원칙에 입각한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외교 기조에도 변화를 줬다. 지난해에는 윤 대통령의 정치·집권 철학이자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인 '자유'와 '연대'였다면, 2년 차인 이번 연설에서는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여에 방점이 찍혔다.
지난해에는 자유를 억압하는 요소(힘에의한 현상변경, 핵무기, 인권 유린, 코로나 팬데믹)들을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헤 유엔 체제 하에서의 연대를 강조했다면, 올해 유엔총회에서는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부각했다. 연설문에 쓰인 단어만 해도 15분 분량에서 '대한민국'이 19번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다. 또 '격차(13번)' '책임(5번)' '기여(3번)' 등의 단어 중심으로 연설문이 쓰여졌다.
우선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도전 과제를 '글로벌 격차 해소'로 꼽았다. 윤 대통령이 우려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간의 격차는 개발, 기후, 디지털 세 가지다.
올해 기조연설문은 '더 많은 자유 속에서 사회적 진보와 생활 수준의 향상을 촉진한다'는 유엔헌장 전문에 맞춰 작성됐다.
전 세계가 고르게 진보하고 세계 시민의 생활 수준이 향상 되려면 개발·기후·디지털 격차를 없애야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역량을 갖춘 대한민국이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천명이다.
개발 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우리의 ODA(공적개발원조)를 확대를, 기후 격차 해소 해법으로는 그린ODA와 녹색기후기금(GCF) 공여 확대 및 무탄소에너지(CFE) 확산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디지털격차는 디지털 규범 제정과 AI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해소하겠다고 선언했다. 국제사회와 연대하되 모두 대한민국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경제력, 기술력, 경험 면에 있어 이제 우리나라가 적극 지원하고 연대를 이끌어낼 여건과 자격이 충분하다는 윤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됐다.
지난해 기조연설이 자유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큰 틀의 선언적 연설이었다면, 올해는 글로벌 의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며 구체적 방향성 제시에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부산엑스포 유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 환기에도 공을 들였다. 2030 국제박람회 개최지 결정이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막판 스퍼트를 내야한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은 "부산 세계박람회는 세계시민이 위기를 함께 극복하며 자유를 확장해 나가는 연대의 플랫폼이자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축제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에 2년 연속 참석해 우리 외교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 기반을 강화하고, 우리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적극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