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김철관·인기협)가 21~22일 경기도 양평 대명리조트에서 '인터넷언론의 편파성 극복과 신뢰제고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 인터넷 신문 종사자 및 관계자 등 다양한 패널들의 입을 통해 인터넷언론의 정파성과 정체성, 그리고 신뢰성 제고와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창은 <대자보> 편집국장의 사회로 21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세미나는 '편파성 극복'과 '실뢰성 회복'의 두가지 주제로 각각 세션을 진행하고 종합토론으로 이어졌다.
첫 세션에서 '인터넷언론의 정파성'에 대해 발제를 한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한국의 인터넷언론과 쇼설미디어의 정파성은 다층적인 공론장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인터넷언론의 정파성은 다층적 성격으로 대안적 공론장의 측면에서나 다원주의적 시각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피력했다.
송 교수는 "인터넷언론은 이미 정파성적인 공간이며, 이런 현상은 중요한 정치, 사회적인 격변기에 잘 드러난다"면서 "하지만 인터넷언론이 과도한 정파성으로 인한 사실을 왜곡했을 때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언론의 경우 많은 시민들이 정피성을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가져야할 핵심적인 원칙을 지키지 못한다면, 자칫 심각한 신뢰의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성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특히 "진실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때 정파성의 함정에 빠져있는 한국 인터넷언론이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진정한 다층적이고 대안적인 공론장으로 꽃피울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시민과 네티즌들의 감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 교수의 발제에 이어 시민단체를 대표해 토론에 나선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인터넷언론은 미디어 생태계의 자양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인터넷 언론사의 사익추구와 이데올로기로 무장된 언론의 정파성을 다양성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추 사무총장은 "종편과 보수언론의 상호보완성으로 인한 보수논객의 종편 출현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면서 "포털에 집중된 온라인 광고 환경도 인터넷언론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 인터넷언론을 대표해 나온 김승근 <뉴스파인더> 편집장은 "인터넷언론의 지향점이 각각 다른데, 정파성을 문제 삼은 것은 더욱 문제"라면서 "일관된 정파성을 정체성으로 보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편집장은 "팩트의 시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도 기사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최종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진보 인터넷언론을 대표해 나온 이준희 <대자보> 기획위원은 "지난 2000년 초반 진보성향의 인터넷언론이 우의를 점했다"며 "2004년 노무현 참여정부 이후 인터넷공간에 보수언론이 서서히 등장해 현재는 보수 인터넷매체가 많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인터넷 매체가 기사를 생산해도 포털에 종속돼 소비의 통로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인터넷언론의 생존방향에 대해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 '인터넷신문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한 소고'를 발제한 한찬희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사회에서 언론의 정파성이 문제가 된 것은 오래전부터"이라면서 "언론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원구원은 "오랜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로 성장한 언론은 정파성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이를 저널리즘 위기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고 피력했다.
한 연구원은 "정파성 문제와 마찬가지로 신뢰도 문제도 한국 언론계에 있어 오래된 문제였다"고 진단하고 "정파적 보도로 인해 독자들이 언론의 신뢰도를 낮게 평가하기도 하는 경향을 보면 이 둘은 상호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파성에 대해서도 보수와 진보의 당위성이 각각 다르다"면서 "정파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보와 보수가 상호 토론을 해 이론 정립을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진보측 토론자인 도형래 <미디어스> 정책팀장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서도 매체의 일반적 정파성을 가지고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문제를 삼지 않는다"며 "사실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 아니라 후보자를 두고 상습적 허언증, 정신병 수준, 정신과 치료 받아야 등의 표현을 썼을 때 과도한 정파성으로 판단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측 토론자인 전경웅 <뉴데일리> 차장은 "취재는 너무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반면, 남의 기사를 그대로 베껴(이른 바 우라까이) 포털 검색어로 팔아 먹는 일이 인터넷언론에서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울트라 갑인 포털과 통신사, 검색어 팔아 먹는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 차장은 "이 때문에 인기협 소속 매체나 우리(뉴데일리) 매체같이 정상적으로 해보려고 하는 인터넷매체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기 매체의 특성상 정파성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정파성이 없어야한다고 강요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유연한 정파성을 가지고 서로 비난을 하고 얼굴 붉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국 <미디어펜> 편집국장은 "인터넷신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광고 파이는 한정돼 있기에, 현재 광고주에 대한 예속이 심화되고, 이로 인한 인터넷언론의 신뢰성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40여 명의 인터넷 기자 및 언론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세미나에서 김철관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명박 정부 5년동안 우리사회의 언론자유와 미디어의 공공성은 크게 후퇴했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지만 언론의 자유와 공공성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인터넷언론의 편파성 현황을 점검하고, 인터넷신문의 정론직필의 가치 회복과 독자들의 신뢰를 제고하는 뜻 깊은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피력했다.
인기협은 22일 세미나 이후 경기도 양평 소나기 마을 '황순원 문학관'을 방문해 고(故) 황순원 자가의 삶과 문학을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