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팬데믹 시대 어둠 밝힌 성경, 바로 읽고 가르치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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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경제를 비롯해 모든 분야가 휘청이는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고 신장을 계속한 분야가 있다. 바로 전 세계에 보급된 성경이다.

성경은 지난해 전 세계에 1억6980만 부가 보급됐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도 50만 부가 반포됐다. 이는 대한성서공회가 최근 세계성서공회연합회의 ‘2022년 세계 성서 반포 현황 보고서’를 인용해 발표한 데 따른 것으로 신구약 성경전서 3260만 부 이상을 비롯해 단편 성서와 인터넷 다운로드까지 포함한 수치다.

2022년 2월 전쟁이 발발한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에 흩어진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성경 지원으로 성경 반포가 이뤄졌다. 특히 전 세계에 반포된 신약성서가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고 하니 고난과 역경이 거듭될수록 성경을 읽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지표가 아닐 수 없다.

기독교를 배척하는 위험 국가 중에서도 성서 반포가 늘어난 곳이 있다. 기독교인이 인구가 1% 미만인 이라크의 경우 팬데믹 기간 동안 성경 반포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에는 지난해 10만부가 넘는 성서 품목들이 반포됐는데, 이는 2020년에 보급된 것보다 8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과거에 성경은 히브리어 헬라어에 능통한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중세 로마 교황은 교회만이 성서를 해석한다는 논리로 성경을 사유화했다. 이런 기존 질서를 거부한 사람이 존 위클리프다. 그는 교회는 모든 택함 받은 사람들이 구성된 그리스도의 몸이며 성서는 그들의 손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성경을 자국어로 번역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오늘 전 세계에 파송된 선교사들의 손에는 예외없이 하나님의 말씀이 성경이 들려 있다. 이는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하기에 온전케 하려 함이니라”(딤후 3:16~17)고 하신 말씀에 집약돼 있다.

미전도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 말로 된 성경이 필수적이다. 130여 년 전 우리나라에 복음이 들어와 급속도로 전파된 것도 오랜 기간 성경을 우리말로 번역한 이들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 말 성경은 1882년 존 로스가 중국에서 번역해 발간한 ‘예수성교 누가복음 전서’가 최초다. 뒤이어 ‘예수성교 요한복음 전서’가 발간됐다. 1885년엔 이수정이 일본에서 ‘신약마가젼복음셔언해’를 발간했는데 놀라운 것은 이 성경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가지고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성경 66권 전체가 한글로 번역돼 출판된 건 1911년 ‘셩경젼셔’가 최초다. 이 성경은 1938년과 1961년, 1998년 등 모두 세 차례 개정된 ‘개역성경(개정판)’으로 오늘 우리가 보는 바로 그 성경이다.

그런데 대한성서공회는 최근 오는 2035년까지 ‘개역개정에 대한 개정판’을 내겠다고 발표했다. 개역 개정판에 이어 개정판 개정이 진행되는 첫 번째 사유는 번역상의 오류에 따른 끊임없는 문제 제기 때문이다. 최초의 한글 성경 번역이 영어 성경인 ‘킹제임스’ 성경을 기초로 하다보니 영어를 한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원전과는 다른 뜻으로 해석되는 문제가 종종 지적됐다.

이런 문제는 설교자가 강단에서 설교하거나 성경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커다란 문제점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하나님께서 인간을 ‘흙’이 아닌 ‘티끌’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목회자가 있는데 이는 성경 해석을 영어 본문에 의존한 데서 오는 오류다. 설교자가 히브리어 원문에 충실하지 않으면 그 뜻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기에 더욱 조심하고 세심히 살필 일이다.

최근엔 목회자들이 지나치게 구약 위주의 설교를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설교에 있어, 구속사적 관점은 구약을 장차 오실 그리스도를 예표한 것으로, 신약은 이미 오신 그리스도에 관해 서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구약 중심으로 설교하면 신구약 성경을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인간 구원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과 완전히 동떨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얼마 전 도올 김용옥이 ‘구약 폐기론’를 주장해 교계에 논란이 거셌다. 그의 주장은 신구약을 예언과 성취의 구도로 읽는 기존 시각과 복음과 믿음을 율법적으로 해석해 온 목회적 현실과분명한 괴리가 있다. 그러나 구약 이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복음의 세계가 열렸고, 지금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성령의 시대라는 점에서 구약을 그리스도 복음 사역의 연결이 아닌 따로 떼어 해석하거나 가르치는 것 또한 극히 삼가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