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임석순 목사, 이하 한복협)가 8일 오전 서울 강동구 소재 은혜광성교회(담임 박재신 목사)에서 ‘엔데믹 시대, 한국교회의 총회들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9월 월례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회에선 △박재신 목사(한복협 사회위원장, 은혜광성교회 담임)가 ‘엔데믹 시대, 한국교회의 총회들에 바란다’ △신평식 목사(한국교회총연합 사무총장)가 ‘교단의 설립 목적에 집중하라 - 섬김 리더십의 관점에서’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목회사회학연구소장)가 ‘새로운 세계로 간다’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한국교회 총회, 다시금 프로테스탄트 신앙 회복해야”
먼저 발제한 박재신 목사는 “엔데믹 시대, 한국교회 총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며 “첫째로 한국교회 믿음의 선진들의 헌신을 기억하여 신앙의 선배님들의 수고에 지금의 우리가 무상승차하고 있음을 절실히 깨닫고 감사하며 겸손하게 교회를 섬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총회는 각 노회의 대표로 뽑힌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이 총회다. 총회는 겸손하게 하나님의 뜻을 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며 “이때 총회는 더욱더 낮아져야 한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리더가 되었음을 명심하고 더욱 더 낮은 자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목사는 “둘째로 총회는 오직 복음을 증거하는 자들이 모인 곳임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예수님의 명령을 수행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님을 믿게 한 것이기에 높임을 받으시는 분은 주인 되신 예수님이신 것이다. 이런 동역자 의식을 가지고 사역을 하게 된다면 한국 교회의 총회는 서로를 인정하며, 오직 복음 증거에만 매진하므로 사탄의 세력을 멸하는 능력의 총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셋째로 한국교회의 총회는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설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총회는 누리기보다는 섬기는 총회, 높임받기 보다는 내려놓은 총회가 되어야 한다. 지금도 믿음으로 신앙을 지키는 연약한 교회와 성도를 섬겨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다음 세대가 다시금 교회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희망을 주는 총회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마지막 넷째로 한국교회의 총회들은 다시금 프로테스탄트의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며 “핍박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세상을 향해 아닌 것은 아니라 하고 옳은 것은 옳다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기득권을 누리기보다 주님을 위해 포기할 때 진정으로 한국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축복의 교단들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하나님만이 우리의 미래를 아신다. 따라서 우리들은 아무리 힘이 들어도 코로나19 팬데믹 시대가 우리들을 단련시키는 부분임을 알고 묵묵히 연단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교회들의 지금까지의 부정한 부분, 순결하지 못한 부분들이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제거된다면, 엔데믹 시대에는 오직 주님만이 통치하시는 순결한 한국교회의 총회들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총회 위해 노회와 교회 존재하는 것 아냐”
이어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신평식 목사는 “한국교회 교단은 선교초기인 1900년대에 들어서 조직되었다”며 “장로교회가 1912년, 감리교회가 1930년, 성결교회가 1933년, 침례교회가 1906년 대한기독교회를 조직하였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가 1953년 설립되었다”고 했다.
신 목사는 “각각의 교단은 그 헌법이나 장정, 규칙에서 기술하는 목적에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종합해보면 먼저, 치리의 최고기관으로서 교회의 거룩성을 지키는 것이 제1 목적으로 한다. 한 마디로 교리를 지키는 것”이라며 “둘째로 교단의 교리에 맞는 목회자를 배출하는 것이며 셋째로 전도·선교·교육·구제와 같은 사역 성격의 일들을 한다”고 했다.
이어 “교단은 모두 최소의 치리 단위인 교회에서 시작되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총회가 노회와 교회의 상회이기는 하지만 총회를 위해 노회와 교회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총회와 노회가 하는 모든 치리와 그 사역이 교회와 교인들에게 향하며, 교회의 예배와 복음 전도를 통한 생명 사역에 집중되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모범대로 한 생명의 구원과 자유를 위한 섬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단 운영에 있어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먼저, 교단장의 권한과 지위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총회장이나 총회의 조직이 권력화 되면서 지역교회 많은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총회 정치에 매몰되어 그곳에서 시간을 다 빼앗기는 구조가 되었다. 목사와 장로가 세상 정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은 이러한 폐해를 극복하고 겸손과 섬김이 주는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둘째로 권한의 분산과 정당한 권한 행사가 필요하다”며 “교단은 ‘총회’와 ‘노회’(지방회) 그리고 ‘당회’라는 삼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것은 교회와 개인의 자유를 기반으로 처리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교단마다 총회에 집중되는 권한과 직무를 분산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것은 대회제 실시를 위한 연구이고, 노회로의 권한 이양 같은 것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심각한 부분은 재판국과 감사부의 운영”이라며 “재판국과 감사부는 그 직무상 전문성과 합법성, 정당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되어야 하지만 총회 특성상 총회 대의원만으로 구성된 재판부와 감사부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해결을 위해 제한적으로 교수, 변호사, 회계사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신평식 목사는 “마지막 셋째로 총회의 모든 제도와 행정과 사역은 교회와 목회를 살리는데 집중되어야 한다”며 “교단의 모든 정책과 행정과 사업이 목회와 교회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프로그램되어야 하며, 목회자를 대상으로 하는 많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교회와 목회에 생명력을 공급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총회는 총회의 본연의 직무를 다해야 한다”며 “교회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권한의 행사와 섬김의 리더십으로 사랑과 감동을 주는 현장이 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총회는 노회와 지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감하게 이양하며, 또한 모든 사역이 교회와 목회를 위하도록 재편되어야 한다”며 “총회 소속 모든 목회자가 목회에만 전념하며, 모든 교회가 죄인의 변화를 이루는 새 생명 탄생의 현장이 되게 해야 한다”고 했다.
◇ “복음이 주는 자유 가운데 창조해 나가는 교회와 신앙 필요”
다음 마지막 세 번째 발제를 맡은 조성돈 교수는 “온라인은 처음에 우리에게 도구로 다가왔다. 모일 수 없으니 중계를 통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이자 통로였다”며 “그런데 이제 콘텐츠가 쌓이고, 기술도 늘어나고, 우리의 경험치도 올라가면서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또 다른 세계’”라고 했다.
조 교수는 “휴대폰 하나로 몇 시간이고 누릴 수 있는 세계가 있는데, 이를 우리가 부정할 수 없다”며 “이 속에서는 이 세계에 맞는 세계관과 윤리, 그리고 삶의 태도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속에서 통용되는 문법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를 통해 우리는 아주 넓은 세계를 마주한다”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 세계관과 윤리, 삶의 태도, 그리고 문법과는 다른,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세계”라고 덧붙였다.
그는 “복음은 이제 새로운 세계에 맞는 형태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초대교회 당시 예루살렘을 넘어서 서구로 나아간 바울의 교회와 같이, 오늘 우리의 교회도 틀을 깨고 새로운 세계에 맞는 교회론을 갖추어야 한다. 율법이 규정하는 교회와 신앙이 아니라 복음이 주는 자유 가운데 창조해 나가는 교회와 신앙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엔데믹 리스크’는 이제 현실이다. 코로나로 인한 ‘비상상황’이 지나가면서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우리의 현실로 맞을 것인지, 빨리 이 상황을 마쳐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모든 교회가 이렇게 옮겨갈 수는 없다. 다양성 속에서 우리 교회가, 그리고 바로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를 내내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발표회에 앞서 기도회에서 ‘한국 기독교회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어떻게 대처해야 했을까?’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한 원성웅 목사(한복협 중앙위원, 옥토교회 담임, 전 기감 서울연회 감독)는 “정교분리의 원칙은 정치가 교회의 아래 있지 않고, 교회도 정치의 하수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영역 분리이고 상호 존중의 원칙”이라며 “우리나라는 국교는 없지만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나라이다. 종교의 자유의 본체인 예배의 자유는 전쟁이든 전염병이든 어떤 상황 하에서라도 국가와 정부가 제제할 수 없다”고 했다.
원 목사는 “한국교회는 자신의 위상과 존재의 자리를 지켜감으로 불안하게 흔들리고 요동하는 이 나라의 정치를 바로 잡아주고, 국민들의 정서를 안정시켜 나가야 한다”며 “구약 시대의 예언자들처럼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모든 지혜와 지식의 근본’임을 항시 일깨워주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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