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에서 문화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 생활 양식”이다 그리고 이런 양식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성된 물질적 혹은 정신적 산물 즉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등을 모두 포함한다. 문화(culture)라는 영어 단어는 라틴어의 식물을 땅에 심고 기르는 경작함(colrere), 어디에 거주함(colonus), 경의를 표하고 예배함(cultus)이라는 세 가지 근원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문화라는 단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위의 다양한 어원을 많은 학문영역에서 나름대로 재해석하여 사용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은 자연이나 인공 속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숙련된 솜씨로 표현하여 보여주는 것으로 문화의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 측면에서 예술은 진선미 중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과 가장 관계가 깊다. 성경이 말하는 아름다움은 하나님의 존재와 손길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속에는 필연적으로 진리와 선함을 동시에 포함하게 마련이다.
예술에서 말하는 문화: 세련된 취미나 교양과 관련이 있다. 음악, 미술, 시와 같이 어떤 인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보고, 듣고, 즐기고, 생각하고, 서로 권하고, 토론하고, 심지어 경배하는 행위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을 통해 하나님께 경배할 수 있다. 세속의 예술 역시 작가의 갈고닦은 솜씨로 감탄을 자아낼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 진리와 선함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아름다움을 경배하는 것은 결국 우상숭배가 되기 쉽다.
사회과학에서 말하는 문화: 예술에서 말하는 문화보다 더 광범위하다. 인류가 개인적 혹은 사회적으로 만들어 낸 모든 유무형의 산물을 가리킨다. 의식주, 관혼상제를 포함한 인생의 모든 것이 포함된다. 요즘의 사회과학에서는 모든 문화를 판단하지 않고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려 한다. 그러나 상류문화와 대중문화, 선진문화와 원시문화, 교회문화와 세속문화 같은 분류를 통해서 우리에게는 어떤 문화에 대한 우열, 선악, 호불호의 가치판단이 생기게 마련이다.
문화연구에서 말하는 문화: 문화연구는 새로운 학문 분야로 등장했다. 이는 권력이나 정치가 인종, 계급, 나이, 성, 직업등 사회의 많은 분류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연구한다. 이 분야가 복잡한 이유는 다양한 분야 사이의 관계가 동적으로 발전하며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의 문화연구자들은 글로컬한(glocal) 세상 즉, 글로벌한 영향과 로컬의 영향을 함께 분석한다. 문화의 혼합을 말하는 잡종성(hybridity),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경계선(liminality)에 있는 문화의 개념 등 현대 문화는 극도로 복잡하며 혼란함을 보여 준다.
이처럼 문화에 대한 정의도 학문 분야마다 다르고, 우리는 모든 것이 뒤섞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문화와 세계관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이다. 주변의 문화에 영향을 받아 세계관이 형성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재생산한다. 오늘날 세속의 문화가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며 그로 인해 세속화의 경향이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세속문화의 폭풍은 인터넷과 SNS라는 전염력이 강한 매체를 통해 빠르고 강력하게 확산되고 있는데, 특히 성-결혼-가정-생명을 해체하는 성 혁명 이념 전파의 측면에서 교회를 강타하고 있다. 오늘날 MZ 세대는 웰빙(well-being)을 가족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여 결혼을 늦게 하든지 아예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결혼 전에 평균 5~6년을 이성과 사귄다. 결혼을 미루는 것이 성관계를 미루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 통계에 의하면 기독교인들도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 우리의 고민이다. 이런 유례없고 강력한 세상 문화의 도전에 직면하면, 믿음이 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세속문화의 강력한 폭풍 앞에 두려움으로 무력해질 수 있다.
이런 폭풍에 맞서기 위해 앨버트 몰러는 그리스도인 부모에게 다음 세 가지 방식으로 복음의 능력을 적용하라고 추천한다. 첫째, 교회 생활을 그 가정의 일주일 일정 중 가장 우선에 배정한다. 예배만 드리고 바로 귀가하여 다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예배와 함께 교회의 안전한 연장자들의 보호 아래 또래 친구들과 깊은 우정의 관계를 격려해야 한다. 세속의 문화로부터 자녀들을 불러내어 복음 가득한 공동체 문화 속에 자녀가 오래 머물게 해야 한다. 둘째, 자녀들의 스마트폰, SNS 접근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세속 문화가 자녀들에게 밀려 들어오는 통로를 관리해야 한다. 셋째, 그리스도인 부모들은 복음의 향기로 집안을 가득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정예배, 경건의 시간, 성경 암송, 가족들이 사랑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 자녀들에게 신앙과 성경적 세계관을 심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네 보물이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마 6:21)”라는 말씀처럼 우리의 시간과 마음을 쏟아부어 찾는 보물이 세속의 문화가 아니라 복음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류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