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 교수(부산장신대 조직신학)가 최근 유튜브 채널 ‘온신학TV’에서 ‘무신론의 유형과 신학의 응답’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박 교수는 “무신론은 글자 그대로 하나님이 없다고 믿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왜 사람들은 무신론을 주장하며,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무신론을 주장하는 이유는 먼저, 신이라고 하는 것은 없는데, 인간의 결핍 혹은 욕망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한다”며 “우리 인간의 삶은 모호하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삶에는 결핍과 아픔과 고통과 눈물이 있다. 그러다보니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또 싫은 것을 해야 되는 이 고통스런 현실에서 나를 돌봐주고, 지켜주고, 힘을 주고, 사랑해주고, 인도해주고, 마침내 내세에서 영원한 행복을 약속해 줄 하나님의 존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로 인간 욕망의 투사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며, 그러한 하나님은 없다는 것”이라며 “흔히 이것을 투사이론(Projection theory)이라고 한다. 포이에르 바하(udwig Andreas von Feuerbach, 1804~1872 독일 철학자이자 인류학자)라는 인물이 투사이론에 대해 말했다. 실제로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의 바람을 투사한 것이 분명히 많이 있다. 때로 우리 부모님에 대한 경험이 하나님과 연결되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신은 인간 욕망의 투사라고 하는 부분이 일정 부분 맞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투사가 있다고 모든 것이 허상이고 만들어낸 것인가”라며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두 연인이 서로 좋아해서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데이트를 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워 오늘 만났던 사람을 상상하며, 여러 가지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오늘 만났던 사람이 그런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투사는 일어나지만 그렇다고 남자·여자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즉, 투사가 있다고 해서 그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박만 교수는 “실체가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투사도 일어나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투사가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포이에르 바하는 하나님은 전지전능, 영원무궁, 편제의 사랑 등 인간이 필요로 하고 없는 것을 신은 가지고 있다며 신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며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을 다른 어디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에서 특별히 십자가의 죽음에서 찾는다. 십자가상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은, 사랑 때문에 낮아져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신을 사람들에게 나눠 준, 연약하고 약한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사야 53장에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을 예견했는데, 포이에르 바하의 이론은 최소한 예수의 십자가에서 하나님을 발견하는 기독교 신앙과는 맞지 않다”며 “무신론을 만든 이론인 ‘신은 인간 욕망이 만들어낸 허구’라는 말은 기독교 신앙에는 적절한 비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두 번째로 과학기술 시대에는 더 이상 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무신론은 자연 현상들이 과학으로 설명이 되고, 하나님 없이도 세상이 설명이 되니 하나님이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즉, 신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시대이기에 신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과학은 기본적으로 이 세계의 내적 질서와 원리와 법칙을 인간의 인식능력을 가지고 포착해 보려고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틀리면 수정하는 등 실험과 관찰을 통해 끊임없이 올바른 지식을 축적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17~19세기 유럽에서 과학이 발달한 이면에는 기독교 신앙이 있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 또한 크리스천이었다”며 “기독교 신앙은 과학을 존중하며, 오히려 기독교 신앙의 토대 위에서 과학이 발전했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은 세계 내에 가장 깊이 계시며, 세계를 초월하신 분”이라며 “과학으로는 하나님이 있고 없고를 말할 수 없다. 과학은 세계 내적인 법칙을 발견하는 것에는 유용하지만, 세계를 무한히 초월해 계시는 하나님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이것은 애초에 범주 오류”라고 했다.
또한 “과학은 인생의 의미, 가치, 목적, 무엇이 선하고 아름다운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못한다. 즉, 의미론·목적론·가치론적 질문에 대해선 답을 못 준다”며 “그것은 결국 신학을 비롯한 종교나 인문학이 답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아울러 “종교 그리고 과학은 같은 길을 갈 수 있고 가야 한다”며 “과학은 ‘어떻게’를 묻고 ‘사실’을 질문한다면, 종교는 그 ‘의미와 가치와 목적’을 묻는다. 그래서 성숙한 과학은 종교를 인정하며 성숙한 종교는 과학을 인정한다. 기독교 신앙은 종교적 질문과 과학적 질문을 품고 같은 길을 가는 길동무로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