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슈얼리티란 용어는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용어다. 이후 그 용례가 확장되어 성적 욕망 혹은 심리상태, 성 이념, 성과 관련된 제도나 관습에 의해 규정되는 사회적 요소들까지 ‘성에 관한 모든 것’을 포함하는 단어가 되었다. 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성행위 그 자체 등도 포함하는 아주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용어로 우리말로 번역에 어려움이 있어서 그냥 ‘섹슈얼리티’라고 부른다. 이 성 혁명적 용어가 10여 년 이상 우리 아이들의 교과서 속에 그 다양한 용례 그대로의 행위를 장려하면서 버젓이 올라가 있었다.
성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섹슈얼리티를 자기 정체성의 중심적 측면으로 본다. 그들은 몸이 우리가 가진 전부이며 성적 충동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가장 강력하고 진실한 생화학 반응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성적 욕망의 표현은 진정성의 열쇠이다.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프로이트(Sigmund Freud)를 이런 관점의 근원으로 생각한다. 그는 ‘섹슈얼리티 이론에 관한 세 가지 에세이(three essays on the theory of sexuality)’라는 책을 통해 인간의 성장단계를 성적 표현방식으로 구분했다. 또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성욕에 대한 억압이 모든 신경증(노이로제)과 변태적 성행동의 원인이라 설명했다. 프로이트 자신은 성에 대해 대단히 보수적이었으나, 그의 학술적 주장은 성 담론을 터부시하던 때에 매우 자극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산아제한의 어머니"이자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의 초대 회장인 마가렛 생어(Margaret Sanger)는 성욕이 가장 원천적인 인간의 욕구라는 프로이트의 입장을 공유했다. 생어는 성과 출산의 관계를 하나님이 창조 사역을 계속하기 위한 설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시기에 성관계할 수 있는 자유에 장애를 유발하는 진화적 결함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여성의 생식권 옹호, 즉 피임 및 임신중절의 합법화를 촉구하면서 자유로운 섹슈얼리티를 주장했다.
프로이트와 생어의 가르침에 따라 성욕을 억제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해롭다는 인식이 오늘날 널리 퍼져 있다. 이런 인식은 성과 결혼에 대한 전통적 견해에 도전하여 “남성의 성적행동(1948)”과 “여성의 성적행동(1953)”이라는 두 권의 책을 쓴 알프레드 킨지(Alfred Kinsey)에 의해 가장 악명 높게 나타났다. 과학으로 포장된 킨지의 보고서는, 자기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정된 집단을 대상으로 한 사기성 연구임이 드러났지만, 40여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프로이트, 생어, 킨지의 주장을 확신하는 사람들에게, 성적표현의 제약이란 사람들을 건강하지 못하고 불행하고 비참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이런 반성경적인 성 혁명의 여파는 참혹했다. 성 혁명의 열매로 수많은 섹슈얼리티 관련 산업이 번성하게 되었다. 성적인 내용을 가진 영상, 사진, 글, 그림 등이 인터넷과 출판물로 흘러넘치면서 사람들을 끌어들여 자극하고 돈을 벌어들이고 그 영향력을 확산하고 있다. 섹스산업에 사람들이 많은 돈을 소비하는 동안, 또 다른 사람들, 특히 일부 여성과 어린아이들이 섹스산업으로부터 전례 없는 수준의 학대와 착취를 당하고 있다. 그 결과 가정이 무너지고, 아이들은 거리로 내몰리게 되고, 그들이 또 다른 희생자가 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그러나 이런 성 혁명 이념을 따라 말초적인 성적 욕구를 더 즉각적으로 해소하려 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외롭고, 더 불행하며, 성적으로 더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영혼이 배제된 육체만의 성관계나 외설물을 접하는 것은 남녀 관계를 부자연스럽게 성적대상화함으로써 영혼육의 전인적 결합을 통해 지속적인 신뢰의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방해한다.
기독교 세계관은 성경으로부터 진리를 찾아내고, 성경의 기준을 성경의 방법에 따라 추구하는 것이다. 성경 메시지의 핵심은 우리 인간이 육체와 영혼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우리의 몸과 영혼이 미묘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성경은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남자와 여자로 만들어졌음을 말한다. 이런 하나님의 설계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섹슈얼리티는 우리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파괴하고, 개인의 육체와 영혼의 관계를 파괴하고, 영혼이 배제된 육체적인 관계를 통해 이웃과의 관계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성경의 기준을 벗어난 섹슈얼리티는 AIDS를 포함하는 매독, 임질 등 성매개질환의 감염 위험성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된 축복인 자녀의 잉태도 재앙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명확한 경계를 정해주시고 그것을 넘어가지 말 것을 명령하신다. 그 울타리는 우리를 보호하고 안전과 평안을 위해 정해주신 것이다. 섹슈얼리티의 경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때로 알게 모르게 경계선 주변을 넘나드는 줄타기를 한다. 그 빈도가 잦아지면 경계선을 조금씩 옮겨보다가 결국에는 경계선을 지워버리거나 선악의 기준을 뒤집어 버리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죄를 범하기 쉬운 연약한 존재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키기 힘들다고 그 기준을 없애거나 뒤집으려 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은 한 번도 그 기준을 바꾸신 적이 없다.
#류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