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국내 개봉한 영화 <문라이트>는 미국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흑인 어린아이가 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사랑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다. 2017년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불우한 가정 환경과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주인공이 동성 친구에게 의지하면서 동성애자가 되는 것을 영화는 암시한다. 동성애는 사회문화적 환경과 관련이 많은 걸까?
영국 통계에서 동성애자는 젊을수록 증가
2019년에 사이언스지에서 ‘동성애 유전자(소위 게이 유전자)가 없다는’ 취지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논문 저자인 가나(Ganna) 박사는 유전 점수로는 개인의 동성애 여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40대에서 70대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동성애를 동성 성관계 경험 여부로 정의했다.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41만 명의 영국인 중, 동성애자는 3.4%였다(양성애자를 제외한 순수 동성애자는 0.6%). 특히 남성 대상자의 출생 연도별 동성애 분포를 조사했는데, 1940년대생의 동성 성관계 경험은 2%, 1950년대생 4%, 1960년대생 6%, 1970년대생은 8%로 점차 증가했다. 이것은 유전학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동성애는 사회문화적 영향이 크다는 것을 시사
유전학에서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은 일반적으로 세대가 지나도 유전자형의 빈도는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대상자의 나이가 젊을수록 동성애 경험이 2%에서 8%까지 증가한 것은 유전적 원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논문 저자들도 이러한 통계 결과가 “동성애는 사회문화적 영향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1970년대생들에게 있어서 동성애 증가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2006년 영국에서 평등법이 통과되었다. 2006년에 1970년대생은 20대에서 30대의 청년이었다. 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동성 성관계 경험이 8%까지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 20·30대에서 에이즈 일으키는 HIV 감염 증가
최근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은 「2022년 HIV/AIDS 신고 현황 연보」를 통해 HIV 감염인 발생현황을 발표하였다. 2022년도에 새롭게 신고된 HIV 감염인은 1,066명으로 내국인 825명(77.4%), 외국인 241명(22.6%)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984명으로 92.3%를 차지했고 여성은 82명(7.7%)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34.9%(372명)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31.5%(336명), 40대가 16.4%(175명) 순이었다. 20·30대 감염이 전체의 66.4%에 달했다.
또한, 질병관리청은 동성 간 성접촉을 통한 국내 HIV 감염자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즉, 신규 내국인 HIV 감염인(825명) 중에서 역학조사에 응답한 사람(582명)을 기준으로 감염경로를 조사한 결과, 577명(99.1%)이 성접촉으로 감염됐다고 했으며 이 중에서 동성 간 성접촉이 348명(60.3%)으로 이성간 성접촉 229명(39.7%)보다 많았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사회문화적 환경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과학적 사실에 기초하여 ‘어린 자녀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가?’를 판단 기준으로 공중보건학 정책 결정을 하여야 하겠다.
#설재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