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이야기들은 거의 대부분 내가 목회를 하면서 쓴 쉽고도 짦은 사연들입니다. 교인들 곁에 바짝 붙어 앉아서 서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하고, 함께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목사임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언제나 거룩하고,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는 목사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보여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옆에서 속삭이고, 따스한 마음으로 어깨를 두드리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오랜 친구 같은 목사이고 싶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후유증으로 왠지 마음이 허전하고 혼자라는 씁쓸한 기분이 일상이 되고 있는 이 때에, 이 작은 글들이 가능하면 여러 사람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읽혀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위로와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하면 참 좋겠습니다.
정창균 – 이슬방울 하나
우리가 이것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에서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이 매 순간 우리를 재창조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어제 우리가 존재했다고 자동으로 오늘도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무에서 우리를 이끌어주셨던 전능하신 하나님의 손길이 우리를 다시 무로 돌아가지 않도록 붙잡아주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무의 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 스스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오직 하나님이 존재하도록 하셨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동안만 존재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붙잡은 손을 놓기만 하시면, 마치 공중에서 떨어뜨린 돌이 자신의 무게로 인해 곧바로 하강하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무게로 인해 무(無)의 심연의 상태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가진 생명과 존재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리스도인의 완전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엄격하고 지루하며 우리를 속박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하나님의 소유가 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소유가 될 때 그분을 위해 모든 것을 기쁘게 할 수 있다. 하나님의 소유가 된 사람은 항상 기쁘다. 그 마음은 갈등하지 않는다. 그의 바람은 오직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드 페늘롱 – 그리스도인의 완전
한국 교회는 오래전에 쇠퇴해 간 유럽 교회의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교회는 위기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가는데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교회는 건재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 교회가 이런 위기에 직면하게 한 것, 그것은 전적으로 제 자신을 포함한 이 땅 목사들의 책임입니다. 그렇다고 이 위기에서 교인들은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런 것도 아닙니다. 목사들이 이 위기의 공범이라면 교인들은 동조자 내지 방관자였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이렇게 쇠퇴하게 만든 이 잘못을 어떻게 회개할 것인가는 말로는 안 됩니다.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교회를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내 자식이 자기만의 영혼을 갖는 영적 자립인이 되지 못해서 일평생 어떤 목사, 어떤 장로, 어떤 권사, 어떤 선교회 리더에게 종속되어 사사건건 그 사람한테 전화하고 의논해서 하라는 대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보다 비극이 어디에 있습니까. 식탁에서 이야기 나누면서 내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영적 자립인이 되게 해줘야 합니다.
이재철 – 말씀, 그리고 사색과 결단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