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통일학회(회장 최현범 박사)가 21일 오전 산정현교회(담임 김관선 목사)에서 ‘제1회 목회자를 위한 통일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술대회는 김주한 목사(총신대 교수, 기독교통일학회 총무)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안인섭 교수(총신대 신대원, 기독교통일학회 명예회장)가 ‘우리가 지향하는 성경적 통일’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안 교수는 “통일에 대한 기독교인의 관점은 성경의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든 기독교인에게 해당된다. 기독교적 통일은 성경의 절대적 가치 아래에서 개인의 경험이나 명예욕, 그리고 교단이나 집단의 이기주의나 경쟁주의를 모두 상대화시키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남북관계는 극도로 경색되어 있다. 남한 내부에서도 정당 지지의 이해관계로 국론은 양분화 되어 있고 이에 따라 교회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특정 정당을 베타적으로 지지하거나 배척함으로 한국 사회 전체에서 존경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 사회 안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시각은 냉소적이며 적대적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 기독교적으로 통일의 길을 찾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으며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가? 이 질문은 보다 전문적인 고도의 역사적이고 사회-경제적 연구를 통해 답을 찾을 수 있지만, 우리는 확고하게 하나님께서 종말론적인 성취의 때까지 하나님 나라를 진행해 나가실 것이라는 믿음을 고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성경을 보면 성경의 메시지가 민족 통일에 대해 어느 정도로 강력한지 놀랄 정도다. 모세는 백성들이 금송아지 우상을 섬가는 죄를 범했을 때 모세 자신의 이름을 생명책에서 지워도 좋으니 이 백성의 죄를 사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 결과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다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으셨다. 이방인인 사도 바울도 자신이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지는 저주를 받을지라도 민족의 구원을 간절히 간구했다. 이처럼 성경은 매우 강한 언어로 민족의 구원에 대한 가치를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는 1945년 해방을 맞이했지만 2023년 현재 78년째 분단이 계속되고 있다. 이것을 기독교적으로 생각해보면 긴 세월 동안 북한은 완전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서 배제된 곳이라는 사실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민족 구원과 민족 복음화에 대한 준엄한 성경의 메시지를 경청해야 할 줄로 생각한다”며 “이와 관계해서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대학생선교회(C.C.C)의 김준곤 목사의 민족 구원과 남북통일을 향한 신학이다. 김 목사의 민족 복음화 비전은 남북의 분단이라는 장벽에 부딪히면서 통일의 비전으로 한층 승화되었다”고 했다.
안 교수는 “성경적 복음은 어느 특정 이데올로기로 환원될 수 없다. 성경의 정신은 어떤 형태이든지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절대화하는 우상숭배를 경계한다. 같은 맥락에서 교회는 공적으로 어느 특정한 정부나 정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우상숭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교회는 국가의 정치를 신성화하지 않고 오히려 성경의 정신에 근거해서 때로는 협력하거나 혹은 구역의 선지자처럼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성경적 통일관은 하나님 나라의 시각으로 통일을 바라보는 것이다. 예수님의 첫 번째 메시지는 ‘하나님 나라’이며 마지막 메시지도 ‘하나님 나라’였다. 하나님 나라는 인간 사회의 유대인, 헬라인, 남자, 여자, 종, 자유인 등의 구별없이 그리스도가 전부이고 또 그리스도가 모든 사람 위에 다스리는 나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나라의 현재성은 그 나라의 종말성과 연결되며 종말론적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우리가 하나님의 의에 순종하게 될 것이고 하나님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하나님 나라는 현세적 통치와 우주적 주권의 특징을 보여준다. 하나님은 창조 세계를 그저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다스리고 통치하고 보호하시며 보존하신다. 하나님은 세상의 사건들을 계획하에서 조정하시며 따라서 우연히 발생된 사건은 없다”며 “통일을 기독교적으로 조망할 때 제기될 수 있는 질문은 ‘통일 자체가 구원의 목적인가?’라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죄와 사망의 법에서 구원을 받았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보내진 것은 우리가 하나님 아버지와 화해하며 우리를 하나님의 형상대로 회복시키기 위함”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그리스도에 의해서 하나님과 화해된 우리는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위해서 유념해야 할 것은 남과 북 모두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신뢰와 평화로운 대화와 교통 속에서 통일의 과정이 진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교회는 그리스도가 하셨듯이 평화의 사절이 되어야 한다”며 “기독교인들은 자신의 이기적인 삶만을 추구하지 말고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위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따라서 교회는 북한을 향한 디아코니아(섬김)의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교회는 창조의 중심인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증진을 위한 매개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크리스천이 북한의 형제자매들을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은 그들 안에 존재하는 하나님의 형상 때문이다. 우리는 ‘전심’으로 북한의 동족들, 그리고 이미 남한에 있는 3만여 명의 탈북민들에게 선한 양심으로 베풀어야 한다”며 “기독교인은 청지기 정신으로 통일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사도 바울은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으며 하나님은 여러 지체가 서로 같이 돌보게 하셨다고 말하고 있다.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는 것이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은사는 이웃의 이익을 위해서 나누어 주라고 하나님께서 위탁하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이웃을 도울 수 있도록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을 관리하는 청지의 역할을 주셨다”고 했다.
끝으로 안 교수는 “통일을 위한 절대적인 가치는 성경에서 나온다. 성경적 통일관이란 첫째, 선지자적인 통일관이다. 이는 통일에 대해 어느 정부나 어떤 정치권의 주장을 절대화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그리스도의 왕적 통치의 통일관이다. 통일 이전과 통일의 과정에서 남한과 북한의 모든 영역에 그리스도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 고백하는 왕적 통치의 신앙을 가지고 구체적인 통일의 방안을 논의하고 찾아가야 한다“며 ”셋째, 성경적 통일관은 제사장적 통일관이다. 통일 이전과 통일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박해받는 자들, 가난한 자들, 사회적 약자들을 제사장적 마음을 품고 그들에게 하나님의 위로를 전해 줄 수 있는 정책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넷째, 성경적인 통일관은 한반도 역사의 현장과 매개하는 것이다. 성경적인 통일의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한반도가 분단된 과정과 현재 한반도의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역사 인식이 전제된다. 한국교회가 통일의 방향을 바로 잡기 위해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장동민 박사(백석대)가 ‘북한 교회 재건을 꿈꾸다’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장 박사는 “중국, 일본, 한국에 복음이 전파된 19세기는 서구 제국이 식민지를 확장하던 시기였다. 제국주의적 침략과 복음 전파가 동시에 이뤄졌다. 선교사들은 제국주의 침략과 치외법권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비교적 수월하게 정착했지만, 기독교 복음이 제국주의 확장과 무관하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짐을 지고 있었다”며 “조선에 파송된 선교사들은 복음을 전하면서 동시에 미국 국무부의 방해 없이 민족의식을 고취할 수 있었다. 여러 사간을 통해 선교사의 진심과 헌신을 목격한 한국 민중은 기독교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서는 기독교는 박해를 받았으며 제국주의 앞잡이, 미신의 일종으로 가르치고 기독교 믿는 게 발각되면 교화소로 가게 되었다. 세대가 지나면서 북한 주민들의 기독교에 대한 인식은 더욱 악화되었다”고 했다.
그는 “통일 후 북한교회가 재건되고 북한 주민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오명을 벗어야 한다. 저는 저항적 민주주의와 반 기독교 정서가 결합한 중국 민중에게 복음을 전해 왔던 중국 기독교의 역사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북한교회 재건을 위해서 기독교와 제국주의의 관한 나쁜 기억을 공유하는 중국교회의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본다. 우선적으로 기독교가 제국주의와 함께 침략자의 선봉에 섰던 서구의 종교가 아니고 북힌 인민의 종교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장 박사는 “남한 기독교가 북한교회 재건에 어떤 방식으로든지 개입하게 된다면 기독교와 이념의 관계 문제가 반드시 대두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통일이 어떻게 이뤄질지 가늠할 수 없고, 혹은 제한적인 개방정책으로 북한선교가 가능하게 될지도 불투명하다. 어떤 환경이 되더라도 북한선교가 재개될 때 북한선교단체가 반공을 내세운다면 이는 복음 전도에 큰 방해가 될 것”이라며 “기독교는 정치이념, 반공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 따라서 북한선교를 생각하는 사람은 좌, 우로 치우치지 말고 이념으로부터 초월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기독교 신앙과 이념의 결합은 교회와 사회 모두에게 크나큰 악영향을 미친다. 재건될 북한교회가 이념을 멀리한다고 해서 모든 정치적 이념에 무관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기 위해 필연적인 이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교회는 이념과 거리를 두면서도 이념을 정립하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교회를 이끌고 갈 신학은 북한 상황에 적합한 단순한 복음주의이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북한 성도들이 가진 단순한 복음 신앙이야말로 박해를 견디게 하는 신학이어야 한다. 그리고 북한교회 상황에 맞는 신학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복음이 중요하지만 이 말이 신학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다. 북한에 필요한 신학은 기초적으로 서구의 신학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북한교회 신학이 다뤄야 할 주제 가운데 하나는 기독교와 공산주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기독교가 서구 제국주의 이념을 정당화하는 종교가 아님을 밝히고, 성경적 교회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으 담당해야 하는지를 정립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장 박사는 “한국교회는 교파교회를 북한에 심을 것이 아니라 단일한 교회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선교의 문이 열리면 장로교와 감리교를 비롯한 교단들이 저마다 역사를 선점하기 위해 다툴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교회의 혼란성이 북한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 통일운동의 목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에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는 일이다. 북한선교를 위해 단일한 조직을 세워야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북한선교위원회와 같은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북한교회 자립을 위한 방안, 기독교 신앙과 공산주의의 관계, 관제교회와 가정교회의 갈등, 북한교회를 위한 신학 등을 논의하고 통일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미래를 바라보며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그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과거를 돌아볼 뿐 미래를 여는 것은 오로지 하나님만이 하시는 일이다. 그루터기와 같이 조금 남아있는 북한의 성도들을 통하여 다시 하나님의 역사가 번성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한국교회의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한편, 이 밖에 학술대회에선 이수봉 박사(하나와여럿통일연구소)가 ‘복음통일이란 무엇인가?’, 정진호 박사(포항공대)가 ‘통일복음으로 복음통일을 이루자’, 김은득 박사(서울기독교세계관 연구원)가 ‘세속(화) 시대의 한국교회를 위한 공공신학’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