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경신학회(회장 현창학 박사)가 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소재 신반포중앙교회(담임 김지훈 목사)에서 ‘에스더서 주해와 설교’라는 주제로 제51차 정기논문 발표회를 개최했다.
◇ 하나님 나라 완성될 때까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가?
이날 먼저, 영상을 통해 ‘에스더서의 흐름과 메시지’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성진 교수(고려신학대학원 구약학)는 “에스더서는 바벨론 포로기(주전 605~540년) 이후 페르시아 치하의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페르시아 아하수에로 왕(주전 486~465년) 재임 시절 중 주전 483~473년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이 시기는 페르시아 고레스 왕(주전 539~530년)의 칙령으로 유대인들의 1차본국 귀환이 이뤄지고(주전 538년) 예루살렘 성전이 재건된 후(주전 516년), 에스라 때의 2차 유대인 귀환(주전 458년)이 있기 전의 시점”이라며 “이처럼 포로지에 남아있던 디아스포라 유대인을 배경으로 하는 에스더서는 성경 신학적 관점에서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김 교수는 “에스더서는 주일학교 설교 본문으로 애용될 만큼 본문이 평이해 보이지만, 구체적 해석에 들어가면 논란이 많은 책 중 하나”라며 “특히 ▲구약 책들 가운데 유일하게 ‘하나님’ 또는 ‘야웨’ 신명이 사용되지 않고, ▲언약, 토라(율법), 예루살렘, 성전, 선지자, 제사 등에 관한 언급도 없으며 ▲에스더와 모르드개, 유대인들이 ‘금식’했다는 표현은 있지만(4:3, 16; 9:31) ‘기도’했다는 말이 부재한 점 등이 있다”고 했다.
또한 “이와 맞물려 ▲에스더와 모르드개가 보이는 일련의 행동들(예, 8~9장에서 유대인의 대적을 진멸함)을 긍정적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세속적’이거나 ‘비신앙적’으로 봐야 할지를 놓고 학자들 간에 견해가 양분된다”며 “이외에도 에스더서의 기록 목적, 구조, 장르 등에 있어서도 학자들 사이에 다양한 견해가 표출된다”고 덧붙였다.
김성진 교수는 “에스더서의 구조와 흐름 및 신학적 메시지를 고찰한 결과, 먼저는 책의 구조적 흐름에 있어서 에스더서는 독특한 문학 장치, 즉 쌍과 중복, 역전의 패턴, 아이러니 등의 기법을 사용한다”며 “특히 이와 관련하여 토마시노가 최근 제안한 5장 1~8절을 중심으로 하는 교차대구법적 구조가 있다”고 했다.
이어 “둘째로 ‘신학적 메시지’에 관해서는 에스더서가 ▲페르시아 제국의 통치 아래 있는 자신의 언약 백성을 신실하게 지키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보여주며, ▲이 가운데 성도들이 ‘믿음으로 반응’할 것과, ▲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대적하는 세상 나라는 몰락하고 하나님 나라와 그의 백성이 승리한다는 ‘종말론적 소망’을 제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에스더서의 말씀은 신약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며 “에스더서가 세상나라를 상징하는 페르시아 제국의 통치 아래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 백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듯이, 신약 역시 우리가 이 땅의 ‘거류민과 나그네’(foreigners and exiles)(벧전 2:11)로서 세상 나라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자들로 묘사한다”고 했다.
또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은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출범을 의미하지만, 성도는 ‘이미, 그러나 아직 아닌’(alread, but not yet)의 상황에 놓여 있기에, 때로는 세상 나라와 악인들에 의한 환난과 역경을 경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에스더서는 하나님 나라가 완성될 때까지 성도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살아가야 할지를 가르쳐 준다”며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 해도, 하나님의 섭리와 보호하심을 신뢰하며 끝까지 ‘믿음’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반전’의 역사는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도 계속 이어지며, 하나님은 지금도 성도의 위기를 잔치로 바꾸신다”고 했다.
아울러 “이 세상 나라와 권력자들은 결코 성도의 운명을 결정하지 못하며 교회와 성도들을 공격하는 사탄의 세력들과 세상 나라들은 결국 몰락하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의 시선을 오직 세상의 참 왕이시요, 주권자이신 하나님께만 고정해야 한다. 마지막 날 성도에게 임할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잔치를 고대하며 우리는 변함없이 믿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 모르드개, 유다인의 구원자이자 리더
이어 두 번째로 ‘모르드개와 그의 의미’라는 주제로 발제한 강규성 교수(한국성서대학교 구약학)는 “에스더서는 모르드개를 어떻게 묘사하는가”라며 “먼저, 에스더서는 모르드개를 유다인의 구원자로 묘사한다”고 했다.
이어 “에스더 2:5~7에서 저자는 모르드개를 베냐민 지파 기스의 아들 사울에 대비하며 아말렉 족속에 대한 그의 역할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저자는 ‘포로’라는 어휘를 통해 한계를 드러내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드러낸다”며 “우리는 그 누군가가 에스더 혹은 아하수에르로 인식할 수 있지만 저자는 그 이상의 힘을 암시한다. 모르드개는 아하수에르를 모반에서 구하고 유다인을 멸절에서 구하는 자”라고 했다.
강 교수는 “둘째로 모르드개는 유다인의 통치자 혹은 리더로서 모습”이라며 “에스더는 왕후이지만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유다인들도 그에 따라 행동한다. 맨 마지막의 언급 모르드개가 ‘아하수에르 다음’이라는 표현은 그가 페르시아의 리더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이런 모르드개의 모습에서 몇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며 “하나는 일관되고 강직한 그의 태도이다. 아하수에르와 하만은 항상 자기주도적이지 않고 주변인들의 말에 따라 움직인다. 또한 그들의 정서는 기쁨과 분노가 교차한다. 그러나 모르드개는 여인들의 집, 왕의 문에서 그의 태도와 정서는 늘 일관된다. 그는 충성스러운 사람이고 권력에 물든 자에게 굴하지 않는 강직한 사람”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하나는 그는 리더이지만 때로는 조력자로서 충실한 역할을 한다. 그는 에스더의 명령을 따라 유다인들을 금식의 자리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며 “또 다른 하나는 그는 역사의식이 분명한 자이다. 그는 에스더가 왕후의 자리가 유다인의 구원을 위해, 또한 자신의 현재가 유다인의 구원을 위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행동하는 자”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에스더서에 하나님이란 단어도 기도라는 단어도 없다. 그러나 페르시아에 포로인 유다인의 멸절위기에서 구원을 이끌어 낸 것은 모르드개와 에스더에게만 초점이 맞추어 질 수 없다”며 “그 역사의 흐름의 변화에 하나님이 계셨다. 에스더서는 강력한 하나님의 부재와 강력한 하나님의 임재가 드러나는 역설적인 책”이라고 했다.
◇ 에스더서와 부림절, ‘메시아가 이 세상의 올 것을 준비하는 일의 하나’
마지막 세 번째로 ‘부림절의 계시사적 의미’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는 “에스더서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하만이 유대인들을 다 전멸시키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결국 유대인들은 살아남고 하만은 자신이 마련한 모르드개 처형 방식대로 처형되었다는 것이 아주 드라마틱하게 제시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유대인들에게는 자신들이 ‘전멸의 위협으로부터 생존으로’의 변화를 경험한 것인데, 그것이 이 책에서 한 번도 그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여호와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유대인들이 매년 기념하게 된 부림절의 의미를 성경신학적으로 특히 그 신약적 의미를 생각해 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하만이 유대인들을 멸절시키기 위해 날과 달에 대하여 첫 달, 곧 니산월(오늘날의 3/4월)에 푸르, 즉 제비를 뽑아 얻은 날이 12째 달인 (오늘날의 역법으로는 2~3월에 해당하는) 아달월이었다”며 “그러나 그 달 정해진 날인 13일에 유대인들은 (하만이 관여한 첫째 조서에 의해) 정해진 멸절을 면하고, 오히려 그들을 공격하는 유대인들의 적들이 75,000명이나 죽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유다인들이 즐기고 기뻐하여 잔치를 베풀고 그 날을 명절로 삼았다. 특히 모르드개는 규례를 세워 해마다 아달월 14일과 15일을 지키게 했다”며 “그러니 매년 2~3월에 해당하는 아달월 14일과 15일에 지키는 절기가 ‘부림절’이다. 유대인들은 오늘날도 부림절을 지키고 있다. ‘진멸의 날’이 ‘축제와 기쁨의 날’로 변한 것이며, 그것은 일단 유대인들의 민족사적인 의미를 지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의 계시가 그 최종적 계시를 이미 다 드러낸 계시사에서의 후대(後代)라는 유리한 고지(高地)에서 에스더서를 읽으면서, 유대인들의 이 보존에 대해서 생각할 때 우리는 부림절을 그저 이스라엘 민족의 보존이라는 민족사적인 의미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며 “이것을 그저 ‘그들의 상황 가운데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대한 증거’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승구 교수는 “에스더서와 부림절은 메시아가 이 세상의 올 것을 준비하는 일의 하나라고 보아야 한다”며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은 성경으로서의 에스더서의 의미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계시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에스더서가 말하는 사건으로 말미암아 결국 메시아(그리스도)이신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실 수 있도록 유대인들이 보존되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우리가 구원함을 받아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여기에 부림절을 생각하는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과 비연속성이 있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는 것이 연속성의 중요한 요인”이라며 “그런데 (구약의) 유대인들은 (부림절을 지키면서) 하나님이 그들을 죽음과 멸망에서 구하신 일을 기억해 왔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기념해야 할 다른 절기가 있다. 우리는 하나님이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으로 자신의 백성을 위해 이루신 더 큰 구원을 경축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부림절의 신약적 의미’”라고 했다.
아울러 “십자가에서 구약의 모든 것을 다 완성하신 것을 믿는 우리는 아직 이 완성케 하는 제사가 이루어지기 전인 구약 시대의 절기들 중 하나인 부림절을 지키지 않는다”며 “그러나 부림절의 의미는 오늘 우리에게도 살아 있어서 ‘우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한다.’(빌 1:6) 우리 하나님은 에스더 시대에도 그리하셨던 것과 같이, 약속하신 것을 반드시 이루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발표회 이후에는 제9차 정기총회가 진행되었다. 이날 총회는 현창학 목사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이승구 교수가 한국성경신학회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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