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가 대답하여 이르되 내가 예수도 알고 바울도 알거니와 너희는 누구냐 하며”(사도행전 19:15)
성경 지식에는 능하나 십자가의 도에 대해선 모자라는 아볼로를 통해 요한의 세례와 성령의 세례의 차이가 드러났다. 율법을 잘 지키는 도덕적 의인으로 머물게 하느냐 그 영혼을 완전 거듭나게 해서 예수를 구주로 영접케 하느냐의 차이였다. 이제 성령의 세례를 받은 사람에게서 그 권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주는 일들이 이어진다. 저자인 누가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인지라 저작 순서에도 주목해야 한다. 실은 누가도 사건발생 순서대로 기록했으니 성령의 역사에 단계별로 고유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성령은 사도들로 회당에서 날마다 말씀을 강론하게 하고 또 그 말씀을 유대인이나 헬라인이 귀담아 듣도록 이끌었다. 또 바울의 손으로 놀라운 능력을 행하게 했다. 혈루병을 앓던 여인이 주님의 옷깃만 만지고 나았듯이 바울의 소지품을 만지기만 해도 병과 악귀가 떠나갔다. 이처럼 예수 십자가 복음의 진리를 알게 해주고 그 진리 됨을 실제로 체험케 해주는 것이 성령의 권능이다.
그러자 마술하는 유대인들도 예수와 바울의 이름을 함께 불러 귀신들린 자에게 명하는 일이 벌어졌고 급기야 유대 제사장의 아들들도 그렇게 행했다. 그런데 악귀가 예수와 바울은 알지만 너희는 대체 누구냐며 오히려 힘으로 그들을 제압해 옷을 벗겨서 쫓아버렸다. 제사장 아들이 부른 예수님의 이름은 전혀 권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마술사들이 멀쩡했다고 해서 제사장들보다 영적으로 우월했다는 뜻은 아니다. 성경에 마술사가 치료했다는 언급이 없으므로 단지 악귀가 그들에게 덤벼들지 않았던 것뿐이다. 예수님의 축사 사역을 보고 바리새인들이 귀신의 왕 바알세불의 힘을 빌렸다고 비난하자 주님은 분쟁하는 나라마다 망한다고 깨우쳐주었다. 귀신이 귀신을 쫓아낼 수는 없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눈속임만 해온 마술사들도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사하는 형식만 따랐으니 악귀가 쫓겨나갔을 리는 없다. 마술사란 직업에 머물러 있는 한 하나님의 종이 결코 될 수 없고 악귀의 동역자로 계속 남아있을 뿐이다.
유대 제사장의 아들들이면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자들인데도 악귀에게 철저히 패배했다. 하나님이 당신의 이름에 먹칠 당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본 것인가? 아니다. 그들은 예수의 이름의 권능을 진심으로 믿은 것이 아니라 축사를 마치 마술사들의 주문처럼 행했던 것이다. 그저 예수님의 이름만 부르면 신적 능력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으로 착각했다. 말하자면 그들도 아직 성령의 세례를 받지 못하고 율법의 제사절차에만 능통한 종교인들이었을 뿐이다. 그들 안에 성령이 없으니 성령의 권능이 나타날 리 없다. 귀신은 영적 존재인지라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제일 먼저 알아봤다. 그런 귀신들이 유대제사장들이 가짜인 줄 금방 알아채고는 너무나 쉽게 제압해버렸다. 마귀가 그렇게 이스라엘의 종교지도자들을 맘대로 갖고 놀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 그들에게 온전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나님이 손을 놓고 가만히 계셨던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었는가? 악귀의 말을 뒤집으면 예수를 진심으로 믿고 바울처럼 성령으로 거듭나서 주님을 온전히 따르는 사도에겐 자기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고 실토한 셈이다. 예수의 이름의 의미와 그 권능에 온전히 의탁하는 참 신자가 아니라면 즉, 성령의 권능이 따르지 않으면 어떤 인간도 악귀들을 패배시킬 능력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이 주 예수의 이름을 높이게 되었다. 마술사들마저 눈속임의 비책을 기록한 책과 도구들 전부 불에 태웠는데 그 금액이 엄청났다. 악령은 끝까지 예수를 대적하겠지만 인간 마술사는 진정으로 회개하면 구원해주신다. 이처럼 예수님의 이름 앞에 감히 맞설 존재는 단 하나도 없음을 온 천하에 드러내면서 예수의 이름을 흥왕케 하는 것만이 성령의 권능이다. 간혹 신령한 은사들을 실현해도 십자가 복음이 증거되지 않으면 성령의 권능이 아니라는 뜻도 된다.
2021/10/25
* 이 글은 미국 남침례교단 소속 박진호 목사(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 담임)가 그의 웹페이지(www.whyjesusonly.com)에 올린 것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맨 아래 숫자는 글이 박 목사의 웹페이지에 공개된 날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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