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남녀 차이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작가이자 상담가인 John Gray가 1992년도에 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같은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과연 남녀의 행동과 사고방식과 서로 다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성은 성격이 부드럽고 보다 복잡하며, 더 유해하고 더 충동적이고, 아기양육에 더 세심하다. 사실은, 남자의 본성이 가장 원숙하고 완벽하다”‘라고 말함으로 남성우월주의를 내비쳤다. 그러나 현대의 작가 Gray는, 남녀 각각의 장단점을 부각시켰는바, 남자는 문제에 대해 해결을 제시하려 애쓰는 것에 비해, 여자는 문제에 대해 대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젠더이데올로기는 남녀 차이를 부인하려 한다)
과연 남녀는 다른가? 사람의 행동방식은 일차적으로 뇌에 달렸다. (따라서 뇌연구는 흥미롭기 짝이 없다) 현재까지 뇌 전체와 모든 뇌구조들에 대해 크기,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성, 기능, 생화학 등에서의 남녀 차이가 무수히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뇌는 워낙 대단히 복잡한 구조이기 때문에 연구결과들이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
우선 전체적으로 남자의 뇌가 여자에 비해 약 10% 크고 무겁다, 그 차이는 몸의 크기에 대비해 보면 별로 크지 않지만, 몸 크기를 통제해도 남자가 대뇌가 더 크다.
그럼 대뇌 구조들에서는 차이가 어떠할까? 회백질(grey mater)은 신경세포(뉴런)가 모여 있는 구조이다. 성인의 경우 뇌의 가장 겉부분인 신피질(neocortex)의 뉴런 수는 남자에서는 230억개, 여자에서는 190억개로서, 16% 차이가 있다. 한편 백질(white mater)은 회백질 구조들 간에 신경신호를 전달하는 수초화된 축삭돌기(myelinated axon)라는 신경섬유들의 다발이다. 20세 성인의 경우 축삭돌기의 총길이는 남자 176,000km, 여자 149,000km라 한다. 남자는 백질에 비해 회백질의 비율이 크고, 여자는 그 반대이다. 이런 소견이 의미하는 바는, 남자의 뇌는 보다 많은 수의 뉴런을 사용하는 “생각”에 우세하고, 여자 뇌는 큰 뉴런간의 연결성 때문에 사고가 보다 복잡하지만 빠르게 진행됨으로 “소통”에 우세하다는 것이다.
뇌총량에 대비해도 대뇌 피질에서 남녀간 용량 차이가 있다. 남자에서는 공간을 지각하는 측두엽이 크고, 여자에서는 문제해결과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전두엽 부분이 더 크다.
전체 지능검사에서 전체 평균 점수는 남녀간 차이가 없다. 단 남자들은 최고점과 최저점을 받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하위 분야에서는 차이가 있는데, 특히 남자에서는 공간지능이 우수하고 여자에서 언어지능이 우수하다. 이는 여자에서, 말하기 언어중추인 브로카영역이 23% 크고, 언어 해석을 담당하는 베르니케영역이 13% 더 크다는 사실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피험자들의 경제사회적 배경을 통제하면 (교육수준이 높으면) 남녀간 차이는 사소해진다.
감정의 중추인 변연계가 전반적으로 여자에서 깊고 커서, 감정표현에 보다 자유롭고 타인과 감정적 관계를 잘 맺는다고 본다. 구조별로는 남자에서 전내측피질(frontomedial cortex), 편도 및 시상하부, 해마 등이 크다. 여자에서는 전전두엽, 안와전두엽, 내측 변연계주변 피질들, 우측 반구와 우측 섬엽피질 등이 크다. (모두 다 설명할 수는 없고, 중요한 부분만 설명한다)
시상하부는 생명의 기본기능을 담당하는데, 뇌하수체를 통해 고환과 난소를 자극하여 성 호르몬을 분비케 함으로 남녀 차이를 만들어 낸다. 시상하부의 INAH-3은 남자에서 여자보다 크다. 시각교차전핵(preoptic area)은 짝짓기와 관련되는데, 남자에서 2.2배 크다.
편도는 남자에서 여자보다 10% 정도 크다. 남자에서는 우측 편도가 활발하고, 위협(지배, 폭력, 공격성)에 강하게 반응한다. 여자에서는 좌측 편도가 활발하고, 감정을 잘 인지하고 쉽게 표현하는데 관련된다. 편도의 감정반응은 전두엽에서 통제하는바, 편도에 대한 안와전두엽의 비율(Orbitofrontal to Amygdala Ratio. OAR)은 여자에서 크다. 즉 여자는 감정반응이 활발하면서도 보다 잘 통제된다.
이상 시상하부와 편도 등 변연계의 특성들은 남자의 성적 행동 특성을 반영하는 것 같다.
남녀 차이에 관련하여 대뇌비대칭성 연구가 가장 흥미를 끌어왔다. 대뇌비대칭성이란 좌뇌와 우뇌가 기능이 다르다는 것인데. 좌뇌는 시간적 과정, 언어기술 등에 우세하고, 우뇌는 전체적 과정, 시공간 및 음악적 능력, 감정처리과정 등에 우세하다. 남자는 좌측 반구가 크고 여자는 우측 반구가 크다. 즉 남자는 시공간능력이 우수하고, (가만있는 또는 움직이는 표적을 잘 맞추거나 인터셉트를 잘한다), 양적 문제해결, 지적 회전(mental rotation-이차원적 및 삼차원적 대상의 정신적 표상을 회전하는 능력), 수학능력, 작곡 그리고 작업기억에서 시각적 이미지를 유지하고 조절하는 인지기능 등에서 우수하다. 한편 여자는 언어, 섬세한 운동 기술, 감정이해 및 표현 등에 우수하다.
남자에서 비대칭성이 크다. 예를 들면 남자는 감정은 우측 반구를 통해, 언어는 좌측 반구를 통해 분리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감정표현이 어렵다. 그러나 여자에서는 양측 모두를 감정표현에 사용하기 때문에 보다 잘 처리한다. (여자에서 좌우 반구를 연결하는 뇌량(corpus callosum)이 남자보다 더 크다)
남녀간에 뇌관련 신경학적 및 정신과적 질병의 빈도와 증상 내용이 다르다. 이 차이는 뇌 구조별 기능의 차이나 대뇌비대칭성의 차이 때문으로 설명된다. 여자에서는 우울증과 불안장애, 식사장애, 자가면역장애(다발성경화증, 전신성홍반성난창 류마치스관절염), 알츠하이머병 등이 많다. 반면 남자에서는 자폐증, ADHD, 조현병 등 신경발달 장애가 많다. 그것은 남자에서 사춘기 때 시냅스의 과잉제거 때문에 조기에 신경발달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본다.
이러한 남녀간 차이의 원인은 ① 고환이나 난소에서 나오는 남성호르몬 또는 여성 호르몬이 태아의 뇌 발달에 다르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② 성호르몬 이전에 X. Y 성염색체 내의 몇몇 유전자가 직접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최근 남녀간에 근본적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남녀간 차이를 부각하는 것은 신경학적 성차별(neurosexism)의 표현이며, 방법론상의 잘못, 출판에서의 경향성, 등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neurosexism은 정치와 과학을 뒤섞는 것이라고 비판받는다. 이는 과학연구도 현대사회의 이데올로기의 간섭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진화론자들은 먼 과거 남자에게는 사냥과 길찾기 기술이 중요했고, 여자는 주변에서 식물을 수집하고 아이를 케어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뇌도 그렇게 진화하였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러나 한 인간의 태아 발달이 그러하듯, (인간은 태아 때 모습 그대로 성장한다. 예를 들면 성장하면서 남자 성기가 여자 성기로 바뀌는 법이 없다) 남녀의 기능과 역할이 애초부터 달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것이 하나님의 창조섭리인 것이다. 즉 현재의 모습이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애초 남자의 뇌가 사냥과 길찾기 기술을 가지게 했고, 여자의 뇌가 식물 수집과 자녀의 케어에 적절하였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태초에 하나님께서 창조하셨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대로이다. 그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던 것이다. 이 자연을 인간이 마음대로 바꾸거나 변형시키려고 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이는 자연을 변형시키면 기후변화의 재앙을 초래하는 것과 비슷하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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