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올해 펴낸 방위백서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이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억지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최근 한일관계 개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올해로 19년째다. 지난달 28일 발간한 올해 방위백서에서 “일본의 고유 영토인 독도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한다”라며 지난해와 똑같은 표현을 썼다. 지도 곳곳에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고 표기한 것도 이전 그대로다.
외교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정무공사를 불러 항의하고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국방부도 주한 일본 방위주재관을 불러 독도 영유권 주장을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 정부가 일본에 항의하는 방식 또한 19년째 똑같은 패턴이다.
일본 정부가 독도를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는 건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 이치에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이다. 그런데도 앵무새처럼 매년 똑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민간단체도 아닌 일본 정부가 공식 문서에 이런 부당한 주장을 계속 담는 건 과거 한일관계가 악화 일로를 달릴 때라면 모를까 모처럼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회복하기 시작한 양국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의 주장은 1905년, 일본 제국주의 확장 정책에 기반하고 있다. 당시에 독도를 자기 영토로 강제 편입했다는 거다. 그러나 1945년 일제 패망 이후 일본이 강제 점거한 우리 영토는 모두 대한민국 소유로 복구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근저엔 일제 패망이란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심리가 숨어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과거부터 일본의 영토였다는 주장은 뒷받침할 역사적 자료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에 독도가 한국 땅이란 걸 증명하는 역사자료는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차고 넘친다.
다음으로 내세우는 게 1951년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이다. 여기에 독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건데 이 또한 이치에 맞지 않는다.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은 1951년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국이 일본과 전후처리 방안에 대해 합의하고 체결한 조약이다. 일본이 강점했던 동아시아 나라들의 경계, 즉 영토의 범위를 조약에 의해 획정했는데 조약 제2장 제2조 (a)항에 “일본은 한국의 독립을 인정하면서 제주도와 거문도, 울릉도와 같은 여러 섬을 포함하는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 권원과 청구권을 포기한다”라고 나온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바로 이 조항에서 출발한다. 조약 어디에도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규정한 내용이 없지 않냐는 거다. 이런 논리라면 일본영토라고 일일이 규정하지 않은 수천 개에 달하는 일본의 섬들은 어느 나라 소유인가.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규정하지 않아서 일본 땅이라고 한다면 일본 땅이라고 규정하지 않은 대마도는 한국 땅이 돼야 맞지 않겠는가.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이 2차대전 전후처리와 각종 분쟁 해결에 지침이 되었지만 모호하고 미비한 규정 때문에 국가 간 숱한 영토분쟁의 빌미를 제공한 사실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이 조약의 규정이 과거 일본이 강제로 침탈하고 강제로 점유한 지역의 영토를 일본이 강제 침탈 또는 점유 이전 상태로 돌리는 것에 목적이 있음이 일본이 모를 리 없다.
최근 두 나라 사이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마당에 해마다 반복되는 독도 영유권 주장은 이런 분위기를 일순간에 깰 수 있어 우려스럽다. 일본 내부에서 과거사에 대해 한국에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때에 이런 억지 주장을 19년째 반복하는 건 지지 기반인 강경 우익세력의 눈치를 보는 데다 독도 문제를 국제법상 분쟁지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 숨어있다.
독도는 국제법상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한국 영토이다. 그런 점에서 이를 부단히 흔들어 국제 분쟁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 필요는 없다. 다만 독도가 확실한 우리 땅임에도 현실적으론 정치 외교적인 민감한 사안으로 취급돼 대통령조차 가기 껄끄러운 장소가 된 건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의 여러 기관·단체가 매년 독도를 찾아 기도회 등의 행사를 하는 건 매우 바람직하다. 한국교회연합은 8월 첫날부터 4일까지 임원 등 100여 명이 참여한 독도사랑기도회를 독도·울릉도 현지에서 갖고 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도 지난 6월에 울릉도 동광교회에서 2박3일간 기도회를 가진 바 있다.
8월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그리고 특히 한국교회에 그 의미와 감회가 남다르다. 이럴 때일수록 독도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더 적극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 일본이 억지 주장을 하든 말든 의식할 필요가 없다. 독도를 멀리 떨어진 그냥 하나의 외딴섬으로 여긴다면 그건 순전히 우리 자긍심의 문제다. 대한민국 영토를 외세로부터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의지는 독도에서 출발함이 마땅하다. 그것이 일본이 가장 겁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