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기도운동이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원주 치악산 명성수양관에서 ‘복음통일 컨퍼런스’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북한 구원과 복음통일을 간절히 소원하는 마음으로 금식하며 기도에 매진했다.
제30차 북한 구원 금식성회로 마련된 이번 컨퍼런스는 북한 구원과 복음통일, 이슬람권 선교, 성결과 생명윤리의 회복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성회에서 특히 눈길을 끈 이들은 6.25 참전 UN 16개국에서 온 참가자들이다. ‘기도 용사’로 불리는 이들이 이번 금식성회에 동참했다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성회에 대해 이용희 교수는 “1953년 7월 27일 맺어진 휴전(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6.25전쟁 유엔 참전 16개국에서 각 국가를 대표하는 기도사역자들이 참석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이 북한 주민의 자유와 복음통일을 위해 금식 기도하는 건 70년 전 이들의 부모 세대가 자유를 위해 피 흘려 싸운 그 전쟁을 영적으로 이어받았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6.25 전쟁은 우리 민족이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으로 대립해 싸운 동족 간의 전쟁이지만 그 한복판에 먼 타국 땅에서 와 함께 싸워준 수많은 젊은이가 있었다. 전 세계 16개국에서 파견된 젊은 군인들은 유엔의 결의에 따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명분 하나로 남의 전쟁에 뛰어들어 피를 흘린 것이다.
처참했던 전쟁이 끝난 지 올해로 70년이 흘렀다. 당시 전쟁에 참전했던 20대 군인들은 90대에 접어들어 대부분 세상을 떠났다. 그들이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과 바꾸어가며 지키고자 했던 건 다름 아닌 자유와 평화다. 비록 70년 세월이 지나도록 한반도는 분단된 상태로 있지만, 그들이 피 흘려 싸워준 덕분에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의 기초 위에 번영된 국가로 발돋움하게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이 전쟁은 지난 70년 전 휴전협정으로 중단되었을 뿐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포성은 멈추었으나 북한의 호전적 도발이 지난 70년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게 그 증거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목표는 3대 세습 독재 체제의 영구 지속과 한반도 적화 통일에 있다. 김정일 사후 권력을 이어받은 김정은은 2012년 공식적인 권력 세습과 동시에 헌법을 개정해 핵보유국임을 명시하고 ‘핵·경제 병진 정책’을 추진했다. 북한 정권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네 차례 핵실험을 한 뒤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한은 핵 협상을 지렛대로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에 응했으나 비핵화 협상이 깨지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핵무기 완성을 내외에 과시하며 전쟁 위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구걸한 ‘평화’를 미사일과 핵무기 완성으로 응답한 게 오늘의 북한이다. 그 가운데 북한 주민은 무한 희생의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오늘날 세계질서는 1989년 12월 ‘몰타선언’으로 냉전이 공식적으로 종식된 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민주진영과 공산진영을 가로막았던 이데올로기의 장벽이 무너진 지 34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는 게 전쟁과 폭력이다. 이중 북한의 인권 탄압은 최악의 범죄다.
탈냉전 시대에 온 세계가 화해와 협력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나 북한만은 예외다. 문을 꽁꽁 걸어 잠근 채 상상할 수 없는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폭력을 언제까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나. 북한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한 범죄이자 역사에 대한 무책임이다.
인류 역사는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끊임없이 투쟁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를 되돌아볼 때 폭력은 일시적으로 이기는 듯 보였으나 끝내 승리한 건 자유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자유의 편이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반역사적이고 반민주적인 정권의 악행은 반드시 종식돼야 한다.
한국교회는 6.25 전쟁이 끝난 후 북한 주민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남북 이산가족의 애끓는 마음을 모아 남북이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날이 오기를 쉼 없이 기도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 열정이 식어가고 있다는 게 냉정한 진단이다. 여러 기도 제목 중에 하나로 남은 통일을 위해 재를 뒤집어쓰는 심정으로 금식하며 기도하는 성도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번 북한 구원 금식성회가 당장 북한에 어떤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한국교회 성도들의 가슴에서 점점 식어가는 통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리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이런 마음이 모여 끊임없이 기도하면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기적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참가자들은 마지막 날 “북한 동포들이 자유롭게 예수님을 믿을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그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시고, 그들에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우리의 기도에 귀 기울이시는 하나님이 언제 어떻게 응답하실지는 하나님의 전적인 주권에 달렸다. 그때까지 온 성도들이 북한 동포를 생각하며 일주일에 한 끼만이라도 금식하며 기도하는 운동이 다시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