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0일 통일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존재한다면서 "아직 우리 국민과 대통령께 그런 인식이 남아있다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도 안성 소재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에 내린 대대적인 쇄신 지침을 반영해 지난 일년을 자평해 달란 질문을 받고 이처럼 답했다.
권 장관은 "대통령이 지난 일년을 콕 짚어 이야기하셨다기보단 전반적인 통일부의 성과나 주안점에 대해 이야기하신 것"이라며 "우리 국민도 대북지원부, 대북유화부 이런 측면에서 통일부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일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권 장관은 "(통일부가) 지나치게 지원 중심으로 유화적으로, 굴종적으로 대화한다고 표현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런 모습은 지양돼야 북한과 대화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국민이 새로운 정부를 투표로 선택했을 땐 통일, 대북 정책 면에서도 새로운 정부에 요구하는 부분이 있다"며 "그 가치에 안 맞는 부분은 과감하게 고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서 전임 정부 입장을 뒤집고 북한인권보고서를 최초로 공개한 사실 등을 예로 들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둘러싸고 또 불거진 건강 이상설에 대해선 "아직 뭐라 이야기하기 성급하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조부 김일성 주석 사망 29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사실이 북한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참배 모습이 공개되지 않아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 장관은 "(김 위원장은) 순환기계통 가족력 문제가 있고 나이가 40대라도 140㎏ 정도 체형에 담배도 많이 피우고 술도 많이 먹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그렇게 (건강이) 좋을 거라 보진 않는다"면서도 "일을 못 할 정도의 상태에 있는 건 아니란 게 아직까지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한편 권 장관 간담회에 앞서 하나원 교육생과 내외신 기자들 간 인터뷰 자리가 보도 허용을 조건으로 마련된 데 대한 질문도 나왔다. 국가보안시설인 하나원을 기자들이 방문하는 행사는 주기적으로 있었지만 탈북민 인터뷰가 허용된 건 7년 만이다. 2016년 외신 기자들이 하나원 탈북민을 인터뷰한 게 마지막이며, 당시엔 보도를 하지 않는 '비보도' 전제였다.
이와 관련해 권 장관은 "특별한 (공개) 의도라기보단, 통일부가 탈북민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데 대해서 공개적으로 알리는 게 당연한 측면인데 그동안 그렇게 해 오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통일부는 촬영과 녹음을 하지 않는단 조건으로 하나원 시설을 기자들에게 공개하고 교육생 3명과 인터뷰를 주선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