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라는 이름으로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구조물로 여기고 약화하려는 시도가 우리나라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그 선봉에 서 있는 사람들은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이름으로 성적 행동에 무제한의 자유를 요구하고, 그 결과로 잉태된 생명에 대해서는 여성의 인권이라며 낙태의 자유를 요구한다. 이제 전통적인 성 윤리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그들을 설득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들은 이런 흐름이 UN이나 국제인권단체의 권고 및 선진국들의 선택임을 강조하며 우리도 빨리 그 방향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에 강력히 반대하는 ‘Them Before Us’라는 단체가 있다. ‘어른들의 욕구보다 아이들의 권리 먼저, Children’s rights before adult desires’를 모토로 설립되었다. 어른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할 때 말 한마디 할 기회조차 없었던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성장과정에서 느꼈던 마음의 상처를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도록 인터넷 공간을 제공한 것이 그 시작이 되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이 단체의 설립자이며 대표인 케이티 파우스트와 수석편집자인 스테이시 매닝은 <아이들은 정말 괜찮을까? 현대적 가정에서...>라는 책을 썼다. 그들은 성 개방, 이혼, 동성애 등의 이유로 전통적 가정의 약화를 우리보다 먼저 겪었던 미국의 현대적(비전통적인) 가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라는 사실과 어른들의 욕망 때문에 아이들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음을 많은 실제적 자료를 통해 주장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생명을 지킬 권리와 부모로부터 양육 받을 자연법적 권리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실정법은 이런 아이들의 권리를 어른들의 권리와 동일선상에서 지켜줄 책임이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먼저 이 책은 생물학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생물학적인 부모가 자녀들을 가장 안전하게 관심을 가지고 돌본다는 뜻이다. 오늘날 미국 가정의 1/3이 양부모와 그 자녀를 포함하는 혼합가족이다. 생물학적 부모가 아닌 성인 즉 양부모가 가정에 함께 있는 것이 아이들 안전에 큰 위협 요소임을 아이들의 이야기와 통계자료들이 보여주고 있다. 또 남자와 여자라는 생물학적 성의 구별은 분명하며, 생물학적 성의 특성은 태아의 발생 초기부터 명확히 구별된다. 반면 사회적 성별이라는 젠더는 과학적 기준이 전혀 없이 본인의 느낌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개인 정체성의 전반적인 혼란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이들은 자신의 생물학적 성에 맞춰 양육되어야 하며, 자신의 성과 반대 성 각각의 모델이 되는 남자 아빠와 여자 엄마가 필요하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둘째, 결혼의 언약으로 형성된 안정된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중요하다. 동거, 느슨한 가정, 일부다처(polygamy), 홀로 결혼(sologamy) 등 가정의 전통적 정의를 파괴하면서 얻으려는 성인들의 성적인 자유는 그 성행위의 결과로 잉태된 아이들의 생명을 뺏거나,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가정이라는 둥지를 박탈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같은 의미에서 이혼과 재혼 역시 아이들의 생존에는 위협적이며, 성장 과정에서 극복할 수 없는 심리적 상처를 남기게 된다. 이혼한 부모들 사이를 왕복하며 성장한 아이들은 비록 양쪽의 부모들과 각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정신적, 정서적, 신체적 불안을 경험한다고 주장한다.
셋째,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자기 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생물학적 부모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는 동성혼 가정의 아이들, 성전환한 부모의 아이들, 정자 난자 기증으로 출산한 아이들, 대리모에 의해 태어난 아이들은 자기 뿌리를 확인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에 이런 출생의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청춘의 많은 시간을 정체성과 뿌리 찾기에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자 기증의 경우, 한 사람의 정자로 같은 지역의 40여 명에게 시험관 아기를 수정했다는 보고도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그 기증자가 범죄자 혹은 심각한 질환 보유자인 것을 속이고 기증한 예도 있다고 한다.
넷째, 위와 같은 문제 제기에 즉시 뒤따르는 반론으로 입양도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은 그 반론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준다. 입양은 이미 모든 것을 상실한 아이들에게, 아이들의 편에서, 그들의 권리를 가장 잘 지켜줄 가정을 찾아 회복해 주는 과정이다. 반대로 어른들의 욕구가 우선인 위의 모든 행위는 아이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결손가정이 만들어지는 방향으로 모든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상반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성을 통한 생명의 탄생은 결혼이라는 제도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 마땅하다. 이것이 생명 탄생의 생물학적 원리이며, 인류가 생긴 이래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제도로서 성경이 지지하는 방식이다. “비전통적인 현대의 해체된 가정에서 아이들은 정말 괜찮을까?”라는 질문에 관해 이 책은 그것을 경험한 아이들의 이야기와 사회과학 연구의 자료들을 통해 분명하게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성혁명 이념을 지지하는 학생인권조례, 낙태 처벌법의 위헌결정,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자유를 주장하는 차별금지법, 가정의 울타리를 허물려는 건강가족기본법 등의 입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법들의 잠재적 피해자이며 가장 약자인 아이들의 소리를 반드시 들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단체는 이 아이들의 권리를 지지하는 그들의 운동에 독자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thembeforeus.com)
#류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