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최더함 박사(Th.D. 바로선개혁교회 담임목사, 개혁신학포럼 책임전문위원)의 논문 ‘구원론’을 연재합니다.
2. 무엇으로 거룩하게 구별됩니까?
그럼 오늘을 사는 우리는 무엇으로 세상의 사람들과 구별된 삶을 살 수 있습니까?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구약의 모든 율법 조항들은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고 우리도 그런 율법 조항에 얽매이지 않기에 레위기의 금지명령을 더 이상 지킬 필요는 없습니다. 예수님도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막 7:18)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고전 10:26에서 “어떤 음식이든 그 음식 자체가 부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거룩하게 되는 것은 어떤 음식을 먹고 안 먹고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나아가 어떤 행동에 따라 우리가 거룩해지고 아니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시 말해 레위기에 거론된 먹지 말아야 하는 동물 그 자체가 부정한 동물이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하셨기에 먹지 않아야 하듯이 우리가 거룩해지는 것도 오직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예수 믿는 모든 신자들이 알다시피 우리가 거룩해지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거룩해지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보혈의 은혜 외에는 우리를 거룩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땅의 그리스도인은 모두 성령의 세례를 통해 거듭나고 예수 피로 깨끗해진 새로운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노력이나 공로나 선행이나 구제와 봉사가 인정되어 거룩해진 것이 아닙니다. 사도 바울은 고전 6:11에서 우리의 깨끗함과 거룩이, 우리의 새로운 신분이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거룩하게 하셨기에 우리가 거룩하게 된 것이라는 것입니다.
“너희 중에 이와 같은 자들이 있더니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나님의 성령 안에서 씻음과 거룩함과 의롭다 하심을 받았느니라”(고전 6:11)
그런데 역사 안에서 우리의 새롭게 됨에 대해서 다른 주장을 하는 세력들이 있었습니다. 여러차례 소개했지만 거룩하게 되는 ‘성화’의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거룩하게 되었고, 또 거룩하게 되는 성황의 길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신학적으로 ‘점진적 성화’(progressive sanctfication)라 부릅니다. 이 용어는 비록 신자가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거듭난 자, 거룩한 자, 의로운 자가 되었지만 우리 안에 모든 죄가 다 사라진 것은 아니므로 평생에 걸쳐 죄와 싸워 나감을 통해 점진적으로 거룩한 자가 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이 ‘점진적 성화’의 개념에는 ‘거룩함을 위한 신자의 노력’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화를 위해 우리도 노력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입니다. 그런데 유달리 이 성화를 위해 인간의 역할과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쪽으로 성화를 이끌고 가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성화의 교리에서 인간의 역할과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결국 인간중심 성화론 혹은 공로주의 혹은 인본주의 성화론이 되고 맙니다.
하지만 성화는 인간 스스로 단독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인간 전 존재를 얽매고 있는 뿌리깊은 죄성이 인간을 성화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성화는 신적 기원과 신적 원동력으로 시작되고 진행되어야 합니다. 즉 점진적 성화도 하나님의 은혜로부터 시작하고 하나님의 은혜로 마감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은혜를 주시지 않으시면 한순간도 거룩한 자리에 설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사도 바울의 깊고도 진실한 고백을 들어봅시다.
“그러나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 15:10)
이렇게 성화 교리에서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깊이 인식하고 믿음의 중심에 확고하게 자리잡도록 해야 합니다. 다만 여기서 또 유의해야 할 것은 성화에 있어서 하나님의 주권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주권만 강조하면 인간의 역할과 책임이 사라지고 맙니다. 중요한 것은 성화 내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역할 및 책임을 균형있게 강조해야 합니다. 이 균형을 잡기 위해 우리가 개혁신학을 의지하고 연구하고 배우고 익히는 것입니다. 개혁신학이 아니고선 이 두 가지를 바르게 균형을 갖추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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