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 저지를 위한 ‘2023 통합국민대회 거룩한 방파제’가 1일 낮 서울시의회 앞에서 개최됐다. 7월 첫날이자 주말에 모인 15만여 명의 성도들은 각자가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지키는 거룩한 영적 방파제가 될 것을 다짐했다.
대회장 오정호 목사는 ‘나는 대한민국의 거룩한 방파제’(딤후 2:22)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자마다 불의에서 떠나라 했다”며 거룩한 사람, 성도다운 성도가 되어 모두가 거룩한 방파제가 되자“고 역설했다.
‘거룩한 방파제’란 동성애·젠더주의가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를 휩쓸고 우리나라에도 쓰나미처럼 몰려들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교회가 이를 막아내는 영적 도구가 되자는 굳은 결의를 표현하는 말이다. 길원평 공동준비위원장은 지난 13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통합국민대회의 목적이 “국민들에게 동성애의 실상과 폐해를 정확히 알리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가지고 있는 동성애적 법리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함”임을 설명하며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대회는 ‘차별금지법’과 동성애의 폐해를 국민에게 알리는 데 1차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간 인근인 을지로입구에서 진행된 서울 퀴어축제에 대한 대응집회 성격도 없지 않다. 이용희 준비위원장은 “통합국민대회는 그동안 동성애 범람을 막는 거룩한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 국민대회가 없었다면, 65만 명이 모이는 호주의 대표적 동성애 축제 마디그라처럼 됐을 것”이라며 퀴어축제에 반대한 대회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서울 퀴어축제는 과거엔 시민들의 거부감으로 해마다 서울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며 열렸다. 그런 성 소수자들을 서울 한복판인 서울광장으로 끌어들인 이가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다. 서울 외곽에서 산발적으로 개최되던 행사가 서울광장에 둥지를 틀면서 외형이 커지고 조직화됐을 뿐 아니라 언론 등에 주목을 받게 된 건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성소수자들이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 중심지를 벌거벗고 활보하며 음란한 축제를 즐기는 것이 못마땅하면서도 세계화의 흐름의 하나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 진보 지식인들 중에는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동성애가 보편화된 사례를 들어 우리도 문을 열 시기가 됐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성애를 마치 선진국은 이미 겪었고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선진국 ‘성장통’ 쯤으로 여기는 관점 뒤에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부대회장 송한욱 목사는 이날 대표기도에서 “성혁명이라는 거짓되고 더러운 사상으로 인해 가정이 무너지고 교회가 무너진, 우리 형제자매 서구 유럽을 바라보며 마음이 슬프고 안타깝다”며 “악하고 더러운 파도가 우리나라에도 끊임없이 밀려오고 있다. 겉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바라지만 실상은 음란과 쾌락으로 다음 세대를 미혹하는 악한 세력”이라며 퀴어 실체를 경계했다.
지난 3년여 간 서울에서 퀴어측과 반동성애 진영 간에 드러난 충돌은 없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일체의 거리행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다시 퀴어축제 측이 서울시에 광장 사용신청을 한 것이 받아들여지면서 동성애 찬반 진영 간에 대결이 다시 불붙는 양상이다.
올해는 서울시 운영위원회가 앞서 CTS 문화재단이 신청한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를 허가하면서 퀴어축제측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하지만 퀴어축제 측은 장소를 을지로입구로 옮겨 행사를 강행했다. 교계가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연건 그마나 자칫 벌어질 수 있는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동성애의 폐해를 알리기 위한 이번 대회를 퀴어축제를 의도적으로 훼방하기 위한 집회 정도로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올해 서울 퀴어축제의 서울광장 개최 불발의 책임까지 기독교계에 씌우며 사회적 약자인 성 소수자를 다수인 기독인들이 억압하고 있다는 식이다. 심지어 기독교 언론을 표방하는 이들 중에도 극우 보수 기독교세력이 성소수자를 폄하하며 퀴어를 방해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서슴없이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들의 논리는 동성애자들은 우리 사회 약자이기 때문에 보호하고 그들 권익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딱 그 지점에 머물러 있다. 정작 중요한 건 이들이 벌이는 행위가 인간의 본성을 파괴하고 가정과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있는 데도 이를 간과한다.
그런데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에 비해 소수라고 이들이 사회적 약자인가 하는 점엔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180석을 가진 거대 야당과 진보 정당 소속의 여러 의원들이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안’을 발의한 사실만 놓고 봐도 그렇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안이든 본회의 의결이 가능한 수를 가진 정당과 진영의 엄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들이 언제까지 ‘약자 코스프레’를 할지 두고 볼 일이다.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부정하는 악한 행위를 하는 이들을 긍휼히 여기고 그 행위에서 돌이키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본분이다. 죄악의 관점에서 적당히 타협할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자기들끼리 즐기는 게 뭐가 나쁘냐고 하는 이들이 있다면 건강한 가정을 파괴하고 사회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세력이 온 세상을 악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는 걸 구경만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이 폭염의 날씨에도 주말 대낮에 15만여 명의 성도들이 서울 한복판에 모인 이유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