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활동반자법’ 뒤에 숨겨진 무서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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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복음법률가회가 지난 21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동성혼 합법화 3법안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잇따라 대표 발의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생활동반자법률안)이 프랑스 민법에 도입된 ’팍스‘(PACS)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팍스’가 프랑스에서 혼인 이외의 결합제도로 인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생활동반자법률안‘이 사실상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받게 하려는 데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이 토론회에서 발제한 홍익대 법대 강봉석 교수는 “동성 간 결합을 인정하고자 도입된 ‘팍스’가 프랑스에서 혼인 이외의 결합제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 5월 31일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하고 ‘부부’ 및 ‘부모’에 동성 부부와 부모가 포함되는 민법개정안도 대표 발의한 점을 근거로 ”이 민법개정안은 ‘동성 당사자 쌍방에 의해서도 혼인이 성립한다’는 규정(안 제812조 제1항)과 혼인한 동성 당사자 쌍방이 부모와 부부에 포함되는 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이 지난 4월 26일 발의한 ‘생활동반자법안’은 국회에 입법 예고되자마자 큰 논란을 낳았다. 국회 입법 예고 사이트에 올라온 2만여 건의 의견 중 반대 의견이 80% 이상이라는 건 이 법안이 사회적 합의에 한참 못 미칠 뿐 아니라 해악 수준이란 뜻이다.

이 법안의 핵심 골자는 혼인, 혈연관계 등에 상관없이 함께 생활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공동체에게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데 있다. 생활동반자에게 동거 및 부양·협조의 의무, 친·양자 입양 및 공동입양 등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활동반자를 기존 가족 관계처럼 사회보장제도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기 위해 ‘민법’ 등 관련 법 25개를 개정토록 요구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교착상태에 있는 ‘차별금지법’ 대신에 동성혼을 사실상 허용해주기 위한 ‘위장 법안’이란 말이 나오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18·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지난 2020년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을 포함해 4건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평등법’ 등이 계류돼 있다. 그런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4건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을 발의한 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 소속 의원 대부분이 ‘생활동반자법’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실은 ‘차별금지법’이 기독교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치고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자 우회로를 택하는 방법으로 ‘생활동반자법’을 들고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다. 다만 이 법안 역시 교계가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데다 사회적으로 지지 여론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국회 법사위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며 ‘생활동반자법’이 동성혼을 인정하는 길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조 의원은 “생활동반자 관계란 대한민국 국적 또는 영주권을 가진 청년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면 할 수 있다”며 “충분히 동성혼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이 법안을 만들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장관은 “이 법을 복지차원의 접근이 아닌 당사자 사이에 권리 의무로 봐야 한다”며 결국은 “결혼을 대체하는 권리를 인정하는 셈”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사회적인 공감대가 있느냐 하는 부분이 관건”이라며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과 제도적으로 어디까지 하느냐 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법안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하며 사회적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보수 기독교계다. 이중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수기총), 서울시기독교총연합회 등 1200여개 교계·시민단체들이 ‘생활동반자법’ 국회 통과 저지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생활동반자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생활동반자법은 혼인과 가족 구성을 남녀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된다고 보는 헌법과 민법, 건강가정기본법 등에 정면 배치된다”면서 “차금법을 통과시키려는 ‘꼼수법안’인 생활동반자법을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이 생활동반자법안을 ‘꼼수 입법’이라고 규정한 데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국회입법예고 사이트에 올라온 법안만 봐도 동성애자들에게 혼인의 권리와 의무를 허용하기 위한 세밀한 조항들을 담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겉모양은 급증하는 1인 청년 가구에 대한 복지로 포장돼 있다. 그러나 속 알맹이는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간 동성애 관계도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데 있다. 즉 ‘차별금지법’을 굳이 통과시키지 않아도 동성혼을 사실상 인정하는 효과를 갖게 하자는 것이다. 국민을 속이려는 무서운 함정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