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통일포럼(상임대표 김병로 박사)이 22일 오전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마로니에홀에서 20주년 기념포럼을 ‘한국교회 통일선교 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포럼 발제에 앞서 김병로 박사가 환영사를 전했다. 김 박사는 “기독교통일포럼이 200년 기독교계의 여러 전문가들과 학자, 목회자, 활동가들이 정례적으로 통일과 선교 관련 토론모임을 갖자는데 공감하여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에서 월례 모임을 시작한 지가 벌써 20년이 되었다. 20년이 지난 오늘, 남북관계는 얼어붙었고 한국교회도 코로나를 지나면서 많이 약해졌다. 통일에 대한 열망도 많이 식었고 냉소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20년을 되돌아보면 이제 한 국면이 지나갔다는 생각이 든다”며 “흔들리던 사회주의가 다시 세력을 규합하여 미국 중심의 질서에 대항하는 신냉전의 반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신냉전 국제질서는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쳐 한국 주도의 통일구상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신냉전 국면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1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어려운 시기를 맞아 기독교통일포럼은 그동안의 경험과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이제 새로운 국면에서 통일과 북한선교를 위해 생각과 마음을 모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지난 20년 동안 통일선교를 위해 전문적으로 사역하는 단체와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교계와 학계, 시민사회(NGO)를 아울러 기독교계의 통일논의를 활성화하고 정책과 담론의 플렛폼 역할을 할 공간이 매우 필요한 시기다. 기독교통일포럼이 이러한 시대적 역할을 충실히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김병로 박사는 ‘한국교회의 통일선교 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김 박사는 “현 한반도 상황을 북한, 주변국, 국내의 세 차원에서 살펴보면, 우선 북한은 남한과 미국을 향해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적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2023년 1월 1일에 공개한 당 제8기 6차 전원회의 결과 보도문에서 북한은 격앙된 어조로 남한과 미국을 향해 ‘대적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며 “한반도 주변정세는 미중 패권 경쟁으로 동북아 신냉전이 진행 중이다. 국내적 정세는 진보-보수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한반도 정세가 이처럼 불안한 상황에서 남북 간에 이렇다할 대화채널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 적대적인 국면에 봉착되어 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이산가족교류, 남북연락사무소 등 그간 수많은 왕래와 교류가 무의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남북교류의 경험은 국민들의 기억에 남아있고 언제든지 다시 동원될 수 있는 복원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현재 남한이 안고 있는 북한문제는 북핵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핵문제는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주제이며 현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4월 워싱턴선언으로 한미확장억제협의체인 NCG를 창설하고 북한의 핵공격에 대한 대비를 하며,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 3축체제(Kill Chain, KWMD, KMPR) 구축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나, 한국교회가 직접 정책을 제시할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논의하는 내용을 파악하고 견해를 표명하는 정도로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이보다 더 큰 주제인 북한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북핵문제 자체도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주제이나 북한문제는 더더욱 해결하는데 시일이 많이 필요한 주제다. 북한문제는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북한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지칭하는 것으로 북핵문제 해결보다 더 근본적인 주제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문제를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한국교회는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며 통일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라는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주제를 다루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주의 국가의 체제전환이라는 시각에서 정치 민주화, 경제 시장화, 사회문화 개방화 등 학술적 논의에 관심을 갖고 변화를 추적하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북한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관점, 즉 북한관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한반도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하나님의 선교라는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북한교회 세우기를 선교방향으로 정할 때 북한교회에 대한 평가를 수렴해볼 필요가 있으며, 어떻게 이들을 믿음의 공동체로 세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적극적인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공산주의와 기독교의 화해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준비해야 한다. 강렬한 전쟁체험으로 북한주민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기독교에 대한 원한의 감정과 미제/선교사들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 하나의 방법으로는 경제적 궁핍으로 고통받는 북한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실천이 필요하다. 진정한 화해가 필요한 대목인데 어떻게 과거의 부정적 경험을 치유할 수 있을지, 그들의 실질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방법이 아니고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이어 “그런가 하면, 북한의 공인교회와 지하교회를 어떻게 세워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감시와 통제의 상황에서도 신앙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그루터기 신앙 가족들과 공인교회 및 지하교회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복음에 대한 직간접 접촉을 하고 있는 이 신앙인들은 북한 내에서 복음의 수용성이 가장 높은 집단이며 이런 점에서 선교적 의미도 크기 때문”이라며 “동독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북한의 공인교회와 지하교회까지도 정보당국의 관리 하에 놓여 있을 것이므로, 개방 시 북한교회 내부에서 공인교회와 지하교회 간에 정치적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두 그룹의 북한교회 구성원들을 이념이나 흑백논리로 접근하지 말고 각 그룹 안에서 신실한 성도들을 중심으로 서로 연합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연합적 리더십을 구축하면 자연스럽게 북한교회를 단일교단으로 세워나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에 단일교단이 세워질 수 있을지, 그리고 단일 교단을 세우는 것이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부분은 없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북한교회를 지도해 나갈 지도력이 필요하고 연합교회를 세운다는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는 남한 사역자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선교의 전문사역자를 세우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연합선교교육기관 설립은 필수적”이라며 “각 교단의 북한 선교 책임자들이 포럼의 형태로 기구를 결성한다거나, 교파연합의 통일선교기관을 운영하여 개방 시기를 대비한 북한선교를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 예컨대 효과적인 전도방법과 복음화 전략과 같은 내용들은 연합선교교육기관을 통해 준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정책, 북한교회에 대한 정책, 진보-보수 통합정책을 추진하는 데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단선적으로 보지 않고 입체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모든 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기독교의 가장 본질적 가치인 평화를 깊이 사유하고 평화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평화는 가장 본질적인 기독교 가치다. 하나님 나라가 평화이고 예수 그리스도가 평화다. 이 평화를 실천하고 사회와 소통하며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평화의 이론과 방법론을 좀더 천착할 필요가 있다. 평화를 종합적으로 사고해야만 기독교에서 말하는 평화가 추상적이거나 이상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 논의되는 국가와 사회의 현장에서 통용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남북한은 제재해제와 안보이슈를 연계하고 평화선언과 평화협정, 경제협력과 인도주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구상하는 복합전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들의 뛰어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지략도 필요하다. 신포경수로와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은 복합적 평화구상의 한국적 해법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며 “국내의 진보-보수 갈등을 해소하는 데도 화해는 필요하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이념 갈등은 앞에서 설명했듯이 인간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가치가 충돌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러한 가치의 충돌은 사실 공의와 사랑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를 이땅에 실현하기 위해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기독교의 신앙이자 가치이다. 남북문제만 아니라 진보-보수 갈등 이슈에 대해서도 모순된 두 가치와 입장을 융합하는 화해 영성을 실천함으로서 기독교적 가치를 확산해야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정세가 신냉전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나 한반도의 통일·대북정책 추진 환경은 매우 불리해졌다. 이러한 국제정세 속에서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향해 ‘강대강 정면승부 대적 투쟁’을 전개하겠다며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국내적으로는 대북정책과 통일문제를 두고 진보-보수간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집중해야 할 정책의 방향은 극단적으로 폐쇄된 북한을 현재보다 훨씬 개방된 형태로 바꾸기 위한 ‘북한국제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북한 내부 개혁과 경제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인적 자원 양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북한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을 목표로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어서 북한개방을 통해 선교의 공간을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 하나님 나라의 모형인 북한교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와 실천적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것이며, 국내의 진보-보수 간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하기 위한 기독교의 역할이 시급히 필요한 때다. 대북·통일정책을 둘러싼 교계 내의 진보-보수 간 차이를 어떻게 조정하며 통합해 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김 박사는 “이러한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기독교는 핵심 가치인 평화와 화해의 영성을 견지하며 한반도 문제해결에 적용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평화와 화해의 이론과 방법론을 학습하여 대북·통일정책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평화와 화해의 가치를 확산함으로써 한반도형 평화모델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 그럴 때 한반도 통일에 기여할뿐 아니라 통일 너머의 비전과 가치를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병로 박사 발제에 앞서 드려진 감사예배는 정규재 목사(강일교회 담임)의 사회로 진행됐다. 예배는 이원재 목사(남산교회 담임, 기독교통일포럼 공동대표)가 대표기도를 드렸으며 화종부 목사(남서울교회 담임)가 '이제 용서하고 더욱 사랑하라'(에베소서 4:30-5:2)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발제 이후 진행된 토론은 김종길 회장(한국교회통일선교교단협의회), 이병철 부위원장(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정형신 회장(북하기독교총연합회), 최상규 대표(CCC NK 사역부), 천욱 회장(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최현범 회장(기독교통일학회)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