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박사(백석대 석좌교수, 역사신학)가 최근 (재)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 손인웅 목사) 제60회 공개 세미나에서 ‘그리스도인과 전쟁, 그리고 평화’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이 박사는 “이 세상에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만행은 전쟁”이라며 “살인이 가장 극악한 죄라고 한다면, 수많은 사람들, 전쟁에 아무 책임이 없는 민간인들이 전쟁수행자들(군인) 보다 더 많이 죽거나 다친다는 것은 전쟁이 한 두 사람을 죽이는 살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권을 유린하고 정의를 파괴한다”고 했다.
이어 “전쟁에서 우연하게 죽었다고 해서 고의적 살인행위로 인한 죽음보다 덜 억울하거나 덜 고통스런 것은 아니”라며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힘의 정도가 과거의 어느 때보다 커졌고, 그 방법 또한 다양해진 오늘날에는 사람의 행위의 옳고 그름을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부합되고 그것이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현대의 윤리는 행위주체 중심적이 아니라 피해자 중심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전쟁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만행”이라며 “기독교인들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평화에 대한 염원에서 시작된 평화론 가운데 3가지 유형이 있다”며 “먼저, 기독교평화주의(Christian Pacifism)는 성경과 예수님께서 가르치시고 보여 주셨으며, 초기 기독교회가 따랐던 삶의 방식이기 때문에 폭력과 전쟁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독교 평화주의 입장을 취했던 대표적인 경우가 초기 기독교와 16세기 재세례파 계열의 메노나이트교회, 그리고 ‘역사적 평화교회’들이었다”고 했다.
이어 “두 번째는 정당 전쟁론(Just War)으로, 무죄한 자를 방어하고, 부당한 탈취를 회복하여 정의를 보장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전쟁이라면 전쟁은 정당성을 지니고, 이럴 경우 군 복무와 전쟁 참여는 가능하다는 주장”이라며 “본래 정당전쟁론은 정당화될 수 있는 기준을 제정함으로써 무력의 사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쟁을 허용하는 논리로 악용되거나 폭력 사용의 합리화를 추구하는 전거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 있다”고 했다.
또 “세 번째는 거룩한 전쟁론(The Crusade)으로, 중세시대 십자군 전쟁은 흔히 성전(聖戰)으로 일컬어져 왔다”며 “‘거룩한 전쟁’이란 의미의 성정은 전쟁 행위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한 이론으로서 대적과의 싸움은 신적 요구로서 신에 대한 봉사이며 종교적 특권이자 구원의 방편이 되며, 전쟁은 피하거나 거절해야 하는 행위가 아니라 종교적 목적에 의한 성스런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이 박사는 “앞서 소개한 세 가지 이론의 문제는 전쟁문제를 만족스럽게 해결해 주지 못하며, 전쟁을 억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전쟁은 너무 악하고 그 결과가 영속적인 고통이라는 점에서 그대로 둘 수도 없지만, 동시에 복잡한 이해과계와 국제질서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으로도 전쟁을 억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이다. 주어진 상황을 고려하면서 가능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가능한 정의롭게 수행되어 희생과 고통을 줄이고 전쟁이 가능한 속히 끝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리스도인들은 전쟁을 방지하고 전쟁 억지력을 행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성경에서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고 하셨고,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마 5:9)’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