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신학대학의 무려 1958년 학번의 입학 동기들이 뭉쳤다.
이제는 모두 목회자와 사모로 은퇴한 이들은 “70년대부터 시작해 아직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코리아나호텔에서 이들은 특별한 모임을 가졌다. 바로 자신들의 목회와 삶의 여정을 담은 글의 모음집 ‘58 노을빛 여정’의 출판 감사 기념예배다.
어린 시절 한국전쟁을 경험했던 세대로, 이제는 자녀들이 모두 한국교회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됐다. 그러나 80이 넘은 나이에도 중창단으로 화음을 찬송하며 하모니카로 특송을 할 정도로 정정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현대사와 그리고 현대 교회사와 함께한 이들이 목회 여정 가운데 숱한 역경과 고난을 감내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황혼을 정리하며, 후손들에게 신앙의 유산을 전하기 위해 책을 출판했다”고 밝혔다.
출판 기념 모임에서 한정석 목사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목회를 승리로 이끌어 주셔서 감사하다. 남은 여생 육신적으로 건강하고, 영적 튼튼하게 하나님 나라 갈 때까지 주님 인도해 주시고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 자녀 땅에서 번성 신앙을 계승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했다.
감신대 목회상담학 교수로 은퇴한 이기춘 목사는 요한복음 15장 5절로 ‘접붙이는 이야기’라는 주제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동기들 앞에서 ‘설교를 한다’라기 보다, 편집위원으로 일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짧게 나누겠다”며 운을 띄웠다.
이 목사는 “성경 말씀은 43%가 이야기, 33%는 시와 노래이다. 아담과 하와 선악과, 이집트의 출애굽, 다윗과 바셋바의 연정, 예수님의 성탄이야기, 사울의 다마스커스의 회심 이야기 등 모든 이야기들이 성경이라는 책을 이룬다”며 “이런 이야기는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다. 이 간단한 이야기가 우리들의 행동을 조정하고 생각을 바꾼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일제 식민지 시절, 한국전쟁을 거쳐 5.16과 4.19를 비롯해 나로호를 우주에 보낸 시기까지 살아왔다. 이런 변화 하는 세계에서 목사라는 존재로 이야기꾼으로 살아왔다. 나름대로 삶의 이야기와 생각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본 줄거리인 예수의 이야기에 붙여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목사 이야기꾼은 남의 이야기를 얘기하다 자신의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 역사의 수많은 예술과 신앙 영웅들 그리고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가 없어진다”며 “‘목사 이야기꾼’의 이야기는 예수의 이야기에 접목됐다. 우리가 예수에 매료돼 동문이 됐고, 그래서 그분의 이야기에 합류하기 위해서 모였다”고 했다.
이 목사는 “돌 올리브 나무가 참 올리브 나무에 접목되고 찔레꽃이 접목되어 장미꽃이 되듯이, 구약의 예언의 메시지는 하나님의 이야기와 잇댄 이야기이며, 바울이 다메섹에서 예수와 만난 이야기에 접목되는 이야기”라며 “우리의 이야기는 세대를 지나 계속 접목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선집은 ‘마티 노블’(Mattie Wilcox Noble)이 출간한 ‘승리의 생활’의 제 2편과도 같다. 최초로 대한민국 선교 역사에서 목회자들의 고생에 대한 이야기를 편찬한 책이다. 초기 감리교 목사의 17분의 이야기가 담겼다. 여기에는 한국 개신교 첫 번째 목사인 김창식을 비롯해 여러 선배와 전도사들의 이야기가 있다”며 “한결같이 고난과 역경을 넘으며 예수의 이야기에 접목된 간략한 역사”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58 노을빛 여정’을 포함해 300권이라는 작은 분량의 이야기를 역사라는 시간의 무대에 내놓았다. 세월이 흘러 100년이 지난 다음에 숙성되어 발효되면 우리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 못하는 제3의 사람들이 우리들의 글을 읽고 ‘이렇게 예수의 이야기와 접목된 삶을 살았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삶의 이야기의 역사에 합류하여 흘러갈 것이다. 이것은 영원한 생명의 한 가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할 것이다”라고 했다.
노윤철 목사는 “이번 글을 통해 동기들의 여러 가지 사연들을 알게 됐다. 책 속에는 믿음 사랑, 인간애, 인내와 강직함 여러 가지가 많이 들어 있다. 우리가 걸어온 어려운 길을 잘 마무리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나 전도사 시절은 가난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글로 잘 나타냈다. 일생 동안 몸을 바쳐 잘 내조해 주신 사모님의 덕택에 목사님들 목회를 잘 할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 목사님들이 사모님들에게 보은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여러 가지 역경을 이겨내고 오뚝이 같이 믿음으로 이겨낸 이야기들이다. 어떤 목사님의 아버지는 너무 가난해서 솔뿌리를 먹고 살아내신 이야기들도 있었다. 이경희 목사님의 남쪽으로 피난한 여정은 영화로 만들어 내도 된다. 실향민의 한 사람으로 너무 공감이 됐다. 마치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데리고 애굽을 떠나는 것과 같다고 느껴졌다”고 했다.
조혜자 사모는 “나는 이른 결혼을 해서 연애를 하며 느낄만한 절절한 사연이 없다. 나는 시를 공식적으로 배워본 적도 없다. 그저 힘들고 지치는 생활 속에서 가계부 적다가 조금씩 끄적거리게 된 것이 시를 쓰게 된 시작이다. 그래서 내 딸이 나보고 가계부 시인이라고 부른다”며 “나는 아주 가계부를 적다가 ‘쉬는 날이 없다’라는 것을 깨닫고 ‘어찌하여 나는 쉬는 날이 없는가’라는 느낌으로 표현을 조금 바꿨다”고 했다.
조 사모는 “어떤 등이 굽은 노인은 하도 땅을 보고 걷기에 ‘땅이 입에 물린다’라는 표현을 쓰더라. 이게 시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시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출간 계기로 우리 모두가 글쓰기 작업을 계속하면 좋겠다.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녀는 “‘서정수 시인의 시’에는 ‘늙은 아내는 양귀비보다 곱다’는 표현이 있다. 목사님들 몸이 안 좋으실 때, 절색인 양귀비가 와서 수발들어 주지 않는다. 집에 돌아가서 아내에게 양귀비보다 곱다고 손을 잡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책의 편집인이자 발간을 주도한 이옥녀 목사는 “80대 중반이 되니 천국 갈 길이 멀지 않았다고 느낀다. 나는 목사이지만 사모로도 살아왔다. 사모님들은 사역 가운데 평생 많은 수고를 하며 살았다”며 “어떻게 하면 사모님들의 수고들을 글로 남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중에 한 지인이 ‘목회는 남녀가 같이 하는 것이니 남편 목사들도 포함시키자’라고 제안해서 목사와 사모의 이야기가 같이 실렸다”며 에피소드를 나눴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 목회를 하고 돌아온 이경희 목사는 책의 발간 소감을 전하며 “58동기들이 비교적 순수한 모습이 있다. 목사로 나이가 들면 틀이 굳어진다. 우리는 매달 정기적으로 모인다. 어린아이 같은 마음 순수한 모습을 갖고 있다.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나누고 즐겁게 모인다. 살아오면서 겪고 느낀 것들을 엮어서 책이 나온다는 것이 감사하다. 목사라는 티 내지 않고, 좋은 친구로 마음을 주고 받으면서 지내니까 젊게 산다”고 했다.
이 목사는 “우리 동기 중에 故 김홍도 목사도 있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우리 동기들이 입학할 때 60명 정도가 있는데 지금은 절반 정도 남았다. 한두 사람씩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프다. 하나님 앞에 부끄러움 없이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라며 조금은 복잡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글을 쓰면서는 나의 과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4살 때, 전쟁 통에 월남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아픔이 있었는데, 이것을 사람들과 나눌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책의 편집위원이었던 이기춘 목사는 “책을 발간하게 된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는 이제 80대 중반을 넘었다. 언제까지 살아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온전한 정신을 가졌을 때 살아왔던 얘기를 남기고 싶었다. ‘우리들의 눈물 흘린 얘기를 한번 남겨보자’라는 것이 동기였다”며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 그럼에도 원고를 수집해서 교정을 보고 하는 일들이 쉽게 잘 됐다. 심지어 미국에 사는 친구들도 참여했다. 서둘렀다. 2달 만에 책이 나왔다. 우리는 끈끈한 정이 있다. 계속 모이고 서로 소통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나의 자녀들에게 내가 어떻게 내 아내와 만나 가정을 이뤄 부모로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웠는지에 대한 것들에 대해 나의 자녀들에게 간혹 조금씩 나눈 적은 있지만, 체계적으로 글로 남긴 적은 없다. 이런 신앙의 유산을 글로 세세하게 남겨줄 수 있어서 자녀와 후손에게 알려주는 것은 좋은 것이다. 기독교는 역사성이 있어야 한다. 후배들이 선배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참고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