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에게 ‘부르심’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과거형일지 모른다. 구원의 감격이 있던 순간 하나님을 알아가고 헌신과 봉사로 믿음 생활에 매진하던 시간, 그 시제가 현재가 아님을 괴로워하며 기도와 말씀 앞에 회개의 고백을 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다시 한번 순전한 믿음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하기를 반복한다.
류영모 목사(한소망교회 담임, 저자)는 코로나로 한국교회를 향한 한국 사회 안팎의 비판적 시선이 가득하던 2021년 한교총 대표회장(제5회기)과 예장통합 총회장(제106)을 맡았다. 류 목사는 해당 기간 한국교회 대표기관의 수장으로서 ‘복음으로 교회를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하라는 하나님의 사명을 받아들이면서 공적 메시지를 전했으며 본 도서는 그의 공적 메시지를 모아서 엮어낸 저서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믿음의 선진이 우리 앞에 깔아 주었던 ‘평탄의 길’(pavement)은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 한국 교회를 물려줄 준비를 하고, 그들을 위해 새 길을 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세상에 희망을 줄 수도 있고, 절망을 안길 수도 있습니다. 이 위기의 한복판을 헤쳐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중략) 교회가 스스로 달라짐으로써 교회다움을 회복하고, 세상에 희망의 길을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반기독교적인 악습들을 타파하고, 인공지능(AI) 시대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세계를 살아갈 MZ 세대를 비롯한 다음 세대에 기독교의 가치를 통해 희망을 전하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 교회를 지탱해 온 희망과 신뢰의 성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우리가 이것을 회복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겠습니까? 교회의 주인은 누가 뭐라고 해도 하나님이십니다. 주님은 분명히 ‘내 교회를 세우리니’(마 16:18)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주님이 친히 ‘교회는 나의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주권을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교리는 우리를 분열시킵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우리를 하나 되게 합니다. 신학이 우리를 분열시킵니다. 그러나 섬김이 우리를 하나 되게 합니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인정하고, 구원의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에게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이 사건이 대속의 죽음임을 인정한다면, 하나 되기에 충분합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새로워지는 길은 한두 가지 프로그램이나 한두 가지 사업에 있지 않습니다. 교회가 껍데기에서부터 심장까지 달라지지 않고는 복음을 아무리 외쳐도 울리는 꽹과리에 불과할 것입니다. 교회는 뉴노멀 시대를 이끌 만큼 뿌리부터 새로워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세상이 교회를 두려워하고, 온 백성이 일어나 교회를 칭송하며 구원받는 사람이 날마다 더해지게 될 것입니다. 봉생마중(蓬生麻中)이면 불부이직(不扶而直)이라 했습니다. ‘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붙들어 주지 않아도 곧게 자란다’라는 뜻입니다. 교회라는 삼밭이 곧게 서면, 세상과 사회가 함께 새로이 곧게 자라게 될 것입니다. 내가 섬기는 교회 하나가 새롭게 되는 것이 한국 교회를 새롭게 하는 것이요 한국 교회가 바로 서는 것이 곧 우리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교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의 핵심은 공적 복음입니다. 그동안 교회가 개인 구원에만 너무 치중한 까닭에 공적인 영역에서 교회가 가져야 할 영향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입니다. 먼저 구원받은 우리가 세상을 구원하는 일에 무관심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교회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교회가 정의 편에 서서 불의에 항거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물드는 교회가 있다면, 세상을 물들이는 교회가 있습니다. 교회는 세상을 물들이는 공적 복음의 능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세상은 교회가 복음을 어떻게 실천하며 살아가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교회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하나님이심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교회는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기복 신앙과 외적 성장만 강조하는 성장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회복할 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류영모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리젠트대학교에서 목회학 박사를 받았다. 또한 한일장신대학교와 호남신학대학교에서 명예신학박사, 영남신학대학교에서 명예철학박사를 받았다. (재)국민문화재단(국민일보) 이사, CTS 공동대표이사, CBS 재단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소망교회 담임목사이자 넘버스(목회데이터연구소) 후원이사회 회장으로도 한국 교회를 돕고 있다. 저서로는 <공적 복음과 공공신학>, <새벽에 먹은 만나>, <어둔 시대 빛난 별, 에스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