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년 전 ‘빌리그래함 전도대회’ 추억·향수로 끝나선 안 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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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그래함 전도대회’의 50주년을 기념하는 대회가 지난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날 약 7만 명의 참석자들은 한국교회 부흥의 기폭제가 됐던 50년 전의 기억을 되살려 다시 한 번 대한민국과 한국교회에 영적 부흥이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이번 대회는 1973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렸던 ‘전도대회’의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50년 전 세계적인 부흥사 빌리그래함 목사를 강사로 열렸던 전도대회는 지난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의 정신을 이어 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영적으로 갈급한 성도와 대중에게 영적 대각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전국 복음화운동의 강력한 기폭제가 됐다.

세계적인 복음전도자 빌리그래함 목사가 당시 한국교회와 사회에 끼친 선한 영향력은 실로 위대했다. 그가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건 6.25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성탄절이다. 그는 5만여 명의 성도들 앞에서 “폐허가 된 한반도와 절망에 빠진 한국인들, 그리고 1년 반째 이역만리에서 적과 싸우고 있는 미군 병사들을 보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면서 속히 전쟁이 끝나고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빌리그래함 목사가 다시 한국을 찾은 건 1956년이었다. 이때 한국은 전쟁의 상흔을 씻고 막 재건을 시작할 때였다. 그의 메시지는 전쟁의 상처를 보듬는 따뜻한 위로와 재기를 위한 격려로 가득 찼다.

빌리그래함 목사의 세 번째 한국 방문이 그 유명한 1973년 전도대회다. 그때 연 인원 3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여의도광장을 가득 메운 전도 집회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상 최대 인파가 모인 이 집회에서 그래함 목사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셨던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거듭 강조했다.

빌리그래함 목사가 지난 2018년 99세의 나이로 소천한 후 그가 남긴 세계 열방을 위한 선교사역은 그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대표로 있는 BGEA를 통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50주년 기념대회에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방한해 메시지를 전한 것도 그런 특별한 배경이 있다.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이번 기념대회 설교에서 “저를 포함해 모든 인간은 다 죄인이다. 그 죄가 우리를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그래서 하나님의 용서하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여러분을 구원하시기 위해 오셨다. 이것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회개하고 죄에서 돌아서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50주년 기념대회에 윤석열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로 축하의 뜻을 전한 건 의미가 각별하다. 윤 대통령은 “빌리그래함 목사님은 공산주의와의 싸움은 죽을 때까지의 전투라면서 전 세계에 걸쳐 예수님의 말씀과 자유의 사상을 전하셨다”며 특히 “50년 전 빌리그래함 전도대회는 한국교회의 성도를 하나로 뭉치게 하고 기도와 사랑으로 우리 사회에 희망을 심었다”고 했다. 이런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빌리 그래함 목사가 한국교회와 사회에 끼친 영적 영향력에 대한 의미 부여뿐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호전적인 북한에 대해 한국교회 성도들의 기도의 힘, 즉 영적 억제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현장에서 축사를 전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1973년 빌리그래함 전도대회는 한국교회들이 연합해서 전도의 열정을 살리고 전 민족 복음화 운동에 앞장섰던 부흥운동의 대 역사였다”며 “한국교회를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교회로 만들었고, 이 집회가 촉진제가 되어 한국교회가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50년 전 자신이 고등학생 신분으로 여의도 집회에 참석했던 경험을 소개해 눈길을 끈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50주년 기념대회를 계기로 대한민국에 하나님이 함께 해주셔서 분열된 사회를 통합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축사를 했다.

사실 50년 전 빌리그래함 전도대회는 회개·기도를 통해 목회자와 성도들이 각성하고 그걸 통로로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부어주신 ‘영적 대부흥’이라는 은혜를 경험케 한 성격이 강했다. 1907년 평양부흥대부흥운동이 일제 강점기에 희망을 잃은 우리 민족을 영적으로 일깨웠다면, 1973년 전도대회는 산업화 시기에 영적 갈급함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란 시대적 차이점이 있을 뿐 현상적으로 영적 대폭발이 교회와 사회로 확산되는 계기가 된 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한국교회를 이끌어 가는 주요 교단의 목회자를 비롯한 많은 리더십 중에 당시 빌리그래함 전도대회에서 영적 영향을 받은 분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들이 청소년 시기에 복음에 대한 영적 갈망을 50년 전 전도 집회를 통해 채우면서 하나님이 이들을 한국교회 차세대 지도자로 성장시키시고 적절하게 세우셨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예장 통합과 합동 등 한국교회 거의 대부분의 교단과 산하 교회들이 교세 감소라는 문제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으나 뾰족한 처방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국교회는 너나없이 전도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성도들의 이탈, 가나안 교인의 증가 등의 문제로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 상태다.

이런 때에 50년 전 하나님이 이 땅에 보내주신 세계적인 복음전도자 빌리그래함 목사를 통해 부어주신 영적 부흥에 대한 갈망이 다시 샘솟게 된 건 한국교회에겐 기회이자 도전이 될 수 있다. 이번 대회가 단지 과거를 추억하고 향수하는 일회성 기념행사가 아닌 한국교회가 영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